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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30*215*8mm
ISBN13 979113082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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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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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모두 별이 된다는데
엄마는 달이 되었다
낮달로 떠서
휘청거리던 내가 머리 들게 하고
어둑어둑해지는 날에는
보름달로 온다
그날은 천 개의 강에 그 빛을 나누지 않고
오로지 내 강에만 떠서
앞길을 보여준다
그래도 헤쳐나가지 못할까 봐
내 머리맡까지 따라와
홑이불이 된다
---「월인천강지곡」중에서

박하사탕을 골랐다

목구멍처럼
앞길이 그렇게 환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깨물어 끝낼 일도 아니었다
혓바닥을 돌려가며
오랫동안 녹여 먹으려고
딱! 소리 나게
직장 한 번 바꾸지 못했다
녹을 대로 녹아
칼처럼 얇아진 이력을
입천장에 붙여놓고
아슬아슬하게 침만 삼켰다

다들 그랬다고 한다
---「경주마였다」중에서

간간이
기쁨으로 날아오르다가

기척도 없이 들이닥쳐 발목을 잡는
슬픔이
새까만 세상에
나를 던져버릴 때

저울에
이 까만 슬픔 하나만 올려놓아야 하는데
어제까지 슬픔에
다시 만날 슬픔까지
올려놓아
버팀목이 휘청거린다

기쁨과 슬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그 지경을 보려면
내 심장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수밖에.
---「천칭 저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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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백은 탈서정시의 한계를 아는 탁월한 중진 시인이다. 모더니티의 기세에 사윌지도 모를 서정의 온기를 지켜낼 현저한 주자이기를 자처한다. 그는 그의 개인사에서 마주쳤던 아픈 결별과 결핍의 모멘텀까지도 보편적 만남과 치유의 계기로 변용시킨다. 이상백 시인다운 ‘관계 미학’의 아름다운 개가다. 그는 그리움의 시인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밀물지는 시간의 질주와 그 파동들을 좋이 눅이고야 마는 것은 월인천강의 달로 표징되는 어머니, 그 은은한 내리사랑의 결곡한 질서다. 그의 시는 천의무봉의 견실한 짜임새보다 가령, 꽹과리와 먹물의 가붓한 상징으로 하여 친근감을 더한다. 그의 시적 자아가 ‘마지막 주자’의 막중한 무게를 감당하며 끝내 환호성에 파동치는 깃발이요 불꽃이기를 기대한다.
- 김봉군 (문학평론가·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경주마였다』라는 표제시가 암시하듯이 이 시집에는 경주마처럼 외곬으로 파고들어 무작정 앞으로 내달려야만 하는 인간의 실존적 운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 있다. 우울한 현실에 대한 도전의식 대신 순응과 체념의 감정이 자리 잡는 것은 일상적 생존에 대한 압박감 때문이다. 이 압박감이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진실의 모습을 띨 수 있는 것은 현실과 세계의 모순과 부조리를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감싸 안기 때문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대상에 대한 관찰이 구체적이고 진지하다. 일견 무덤덤해 보이기도 하고 객관적이고 냉정해 보이기도 하는 시인의 시선은 대상에 대한 사랑과 포용의 자세로 인하여 문학적 깊이와 정서적 감동을 지닌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에서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힘을 파악하는 일은 이 시집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 조창환 (시인·아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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