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이 붕괴될 경우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공론의 장이 위축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지역혁신, 국가균형 발전, 건전한 사회 형성과 민주주의 가치확산을 위해 지역신문의 튼튼한 생태계 구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학계, 지역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족하나마 이 책을 펴내게 됐다. 준비하는 기간이 짧고 능력에 한계가 많아 다소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30년 이상 지역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고민의 결실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이 책이 지역신문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돼서 건전한 지역신문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머리말」 중에서
19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인터넷 보급과 함께 온라인 뉴스 포털이 대중화되면서, 지역신문사도 하루 한 번 신문을 발행하는 체제에서 벗어나 사실상 24시간 실시간 뉴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SNS 활성화는 뉴스 소비 형태의 다변화를 초래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던 지역신문은 독자층 이탈과 구독자 감소, 광고수입 급감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지역신문이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혀 낯선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역신문, 지역뉴스의 설자리는 점점 위축되고 있고, 클릭 수를 중시하는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 내용이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가치가 도전받고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확산은 지역신문의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전통적인 광고 수익 모델이 붕괴되면서 언론사는 대체 수익원 발굴에 애를 먹고 있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된 대한민국만의 특이한 경제구조로 인해 지역신문에 광고할 여력이 되는 지역기업은 해가 갈수록 줄어드는 여건에서 뉴미디어의 등장은 지역신문사 수익구조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 유료 구독 모델 등 여러 방식이 논의되고,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어느 한 분야도 전통적인 수익구조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뉴스 생산자로서의 기자의 지위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더 이상 기자들이 유일한 뉴스 생산자가 아닌 것이다. 21세기 들어 디지털 기술의 혁신과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뉴스 생산과 유통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자만이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마치 하나의 자격증처럼 ‘기자’가 인정받던 시절이었다. 당시 기자만이 정보의 주요 생산자이자 유통자로서 여론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뉴스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면서 기자들의 설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뉴스의 질과 신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과 기자들의 전문성이 도전받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 「1장 ‘21세기 언론환경’」 중에서
하루하루 일상은 큰 변화가 없어보이지만 실상 지역사회는 여러 가지 갈등 요인이 내재돼 있고 만성적인 불합리한 점들도 지역민들은 잘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역신문은 이 같은 문제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보도함으로써 문제를 지적하고 공론장을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기관의 주민서비스는 많이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행정규정이나 조치가 많고 복지 서비스 사각지대에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도 많다. 이런 주민들의 목소리를 보도하고 개선책을 제시해 행정서비스 향상을 유도하는 것도 지역신문의 몫이다. 지자체의 정책과 행정행위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도 지역신문의 역할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후 지자체와 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은 사실상 지역언론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의 특징상 지역의 경우 의회와 단체장이 같은 정당이 대부분이고 설사 야당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에 그쳐 제대로 된 견제기능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신문의 지역자치단체 행정 감시 및 비판기능은 중요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 「2장 ‘지역신문 생태계 붕괴’」 중에서
기존의 기자 - 팀장 - 부장 - 편집국장으로 이어지는 업무 프로세스는 여러 단계의 검토 과정을 통해 기사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춤으로써 단일한 가치체계를 가진, 지면의 통일성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취재 후 기사가 반영되기까지의 과정이 느리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편집국 체제는 1일 신문발행 체제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다. 1일 신문발행 체제라도 신문사 간에 특종이나 속보경쟁은 당연히 치열하지만 정확성과 심층취재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21세기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가치와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신문 취재기자들의 경우 지면 제작뿐만 아니라 웹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오전부터 발제 - 취재 - 기사 작성 - 지면 반영의 신문 제작 프로세스였다면 이제는 사실상 하루 종일 웹 환경에 대응해야 할 정도로 큰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 「3장 ‘대안 모색’」 중에서
지역신문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갖고 첨단 윤전기와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종이신문을 발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가 신문산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기자들은 무선호출기인 소위 ‘삐삐’부터 시작해, 노트북, 카폰,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첨단 통신장비를 가장 먼저 사용한 그룹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디지털 전환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에는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언론이, 지역신문의 대응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앙하기 시작한 때가 벌써 10년이 넘었다. 물론 부분적인 디지털 전환이나 시스템첨단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선도자적 위치가 아닌 소극적인 추격자 위치에 머물면서 지역신문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 「4장 ‘마무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