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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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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26g | 142*218*20mm
ISBN13 9788961964500
ISBN10 89619645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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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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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와 행복은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닌 사소하고 잔잔한 일상으로부터 오는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날 마시는 따뜻하고 달콤한 핫초코 한 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조카가 아장아장 걸어와 안기는 순간, 하루 일과를 마친 여름밤에 향긋한 바디워시로 샤워하고 나와 에어컨 바람을 쐬는 시간처럼 말이죠.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인상주의를 이끈 화가 클로드 모네. 그는 이 같은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알고 있었던 듯, 일상의 작은 기쁨을 캔버스에 담아냈는데요. 그에게 사소한 행복은 바로 자연으로부터 왔습니다. 언제나 함께하기에 쉽게 지나치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한 자연. 모네는 자연과 빛의 풍경에 매료되어 생애 말년까지 자연의 화가로 살아갔습니다.
--- p.13

르누아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아픔과 실연,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생애 동안 6000여 점을 그린 그의 모든 캔버스에는 이 같은 상황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랑과 행복, 삶을 예찬하는 노래만이 황홀하고 상쾌하게 울려퍼지죠. 그림은 언제나 즐겁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르누아르답게 그는 “그림은 아름답게 그려야만 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이전의 그 어떤 화가도 그린 적 없는 유쾌하고 즐겁고 밝은 분위기로 담아낸 르누아르. 차디찬 겨울 오후에 마주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한 잔의 뜨거운 차와 같은 소박하지만 소중한 희망의 멜로디를 우리에게 선사한 르누아르. 각자가 처한 상황이 어렵고 고단할지라도 르누아르처럼 환한 긍정의 희망을 담아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본다면, 우리 ‘인생의 그림’도 르누아르의 작품처럼 따스한 온기와 빛으로 가득 물들지 않을까요?
--- p.51~52

스페인 발렌시아의 바닷가에서 태어난 소로야는 바다로 회귀했습니다. 해변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모래사장 위에 캔버스를 세우고, 뜨거운 햇살과 모래바람을 이겨내며 지중해와 그곳에서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스페인 사람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는 주로 바다를 놀이터 삼아 신명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그리거나, 이들을 돌보고 또 바다를 안식처 삼아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는 해변의 여성들을 그렸습니다.
--- p.64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철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니체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쇼펜하우어에 이르기까지 삶의 성찰에 관한 생(生)철학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니체는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을 우리에게 설파합니다. 이 철학은 자신 앞에 펼쳐진 현실의 어려움이 필연임을 받아들여 그 자체를 즐긴다면 최고의 인생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하죠. 그리고 여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열네 살부터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고, 젊은 시절에는 무자비한 전쟁터 한가운데서 두려움과 공포를 견뎌야 했으며, 노년에는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화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아픔과 시련도 느껴지지 않는, 오로지 기쁨과 즐거움, 환희만이 듬뿍 묻어나는 그림을 그렸기에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에 딱 들어맞는 화가죠. 다채로운 색채와 뛰어난 감각이 넘치는 작품세계로 삶의 행복을 경쾌하게 보여준 라울 뒤피가 그 근사한 주인공입니다.
--- p.75

마티스는 자신이 꿈꾸는 유토피아인 자유로운 세계를 ‘색채’와 ‘장식’으로 표현했습니다. 1895년에 에콜 데 보자르에 합격해 당시 상징주의 미술의 선구자였던 귀스타브 모로를 사사하는 동안 마티스는 프랑스 브르타뉴를 여행합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인상주의를 접한 마티스는 다채로운 색상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죠. 이후 그는 1898년에 아멜리에 노엘리에 파레르와 결혼하고 지중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코르스섬에서 봄과 여름을 즐깁니다. 지중해의 눈부신 빛을 마주한 경험은 마티스의 작업에 그 어떠한 것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쳤어요. 또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폴 시냐크가 쓴 『들라크루아에서 신인상주의까지』에서 시냐크가 제안한 색채 방법론에 설득된 마티스가 아름다운 빛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도 색채였답니다.
--- p.156

빈센트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채워간 아를에서의 삶은 그의 고달프고 힘겨운 생애에서 가슴 벅찬 희열과 희망으로만 가득한 하루하루였으며, 화가로서 가장 큰 성장을 이끌어낸 순간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빈센트는 차갑고 외롭기만 한 자신의 가슴을 따스하게 품어주던 아를이라는 곳에서 어느 멋진 날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죠. 「아를 근처의 작은 길」을 그린 그날, 빈센트의 청아하고 순수한 눈동자에 비친 끝없이 파란 하늘과 들판이 얼마만큼이나 신비롭고 매혹적이었을지 조용히 눈을 감고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 p.189

생을 이어가는 내내 고통과 불안, 슬픔과 우울의 심연 속에 살았던 뭉크. 그런 그에게 그림은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그를 위로하는 유일한 마음의 안식처였습니다. 그는 깊은 절망이 휘몰아칠 때 그림을 그리면 마음이 진정되고 평화로워졌으며, 불안이 뇌리에 가득할 때 그림을 그리면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유일무이하게 나를 지지하는 따스한 보금자리인 가족들은 점점 사라져만 가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떳떳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었던 뭉크. 우연의 우연이 계속되어 비관으로만 물들어가던 뭉크는 빈센트 반 고흐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고통을 아름다운 예술로 멋지게 승화시켰고, 자신만의 길을 근사하게 걸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 p.210

말레비치는 ‘색채’가 그림을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가장 위대한 가치이자 작품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파란색이 돋보이는 「토르소」는 비슷한 시기에 그린 말레비치의 다른 그림에 비해 유난히 빛이 나는 듯하고, 고결한 품격마저 느껴집니다. 한쪽 몸에 칠한 흰색과 포인트로 들어간 빨간색, 그리고 앙증맞게 표현된 검은색 손은 배경과 몸통의 파란색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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