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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410g | 125*188*25mm
ISBN13 9791194127086
ISBN10 1194127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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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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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키울 수 없어.”
흔들리던 어깨가 멈췄다.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뭐? 왜?”
나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이 나라에선 비참해져.”
---「프롤로그」중에서

“피해자는 누구야?”
“권윤정 교수라고 여기 K대학 사회학과 조교수예요. 나이는 마흔두 살이고, 주민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할 때 무슬림을 대변한 사람이에요. 기억나시죠? 사원 짓는 동안 주민들이 삼겹살 파티도 하고 돼지머리도 전시해 놓고… 공사를 방해했잖아요? 그때 앞장서서 구청과 대학에 무슬림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로 그 사람이에요.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죠?”
--- p.17

혐오와 차별은 언론과 독자의 머릿속에 맹목적으로 자리 잡은 관념일 뿐 관념에 대응하는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 갈등이든 혐오와 차별이든 겉모습 안쪽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해관계만이 실재할 뿐이다. 종교적 갈등만으로 살인하는 행위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p.104

박곤 형사는 베트남에서 온 유학생 가운데 상당수가 공부보다는 취업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학에 등록만 한 뒤 돈을 벌고, 졸업 후에는 소위 ‘도망’ 간다는 것이다. K대학과 같이 공부를 많이 시키고 학점 관리를 까다롭게 하는 대학에는 베트남 유학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꾸잉이 K대학에 유학을 왔다면 취업이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 p.147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아이들에게 윤리를 가르친다는 것이 사회에 잘 순응하는 법을 주입하는 것 같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대신 불행해진 사람을 주목했다.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사건에 몰두했다.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여성이 많았다. 연쇄살인범의 대상은 거의 여성이었다. 분쟁의 피해자도 여성이었고, 전쟁의 진정한 피해자 또한 여성이었다. 경찰이 되고 살인 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더욱 그렇게 느꼈다. 아니 확인했다. 죽어서도 여성의 시체는 더 많은 호기심과 상상력의 대상이 되었다. 오지영은 보편타당한 윤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가해자에 의한 피해자, 지배자에 의한 피지배자의 구조만 있을 뿐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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