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청을 마치고 난 저의 감상 소감은 “이 아이만큼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물론 그 당시는 시요밍이 얼마나 팬들을 아끼는지, 부정적 독기가 아닌 긍정적 열혈로 모든 부정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지 제대로 모를 때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느낌이란 게 있지 않습니까. 그녀에게는 남다른 승자 멘탈리티(winner’s mentality)가 느껴졌습니다. 이 시요밍이라는 아이가 발산하는 절실함 및 간절함은 다른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강력한 간절함은 무뎌진 아재의 가슴에도 불씨를 확 당겼습니다. 시요밍을 비롯한 QWER을 덕질한다는 것은 곧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이라는 생각과 함께 덕질로 불붙은 열정이 제 본업으로 옮겨붙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그렇다면 덕질을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래서 2024년 3월 17일, 저는 제 삶에 ‘벅차오름’을 채워 넣기 위해 QWER 팬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물론 이제 겨우 입덕(이라기보다는 입문)한 상태이고, 5월 10일 대림대학교 대동제 축제 공연 오프를 뛰고나서야 비로소 ‘바위게’라 자신할 정도로 DEEP하게 들어갔지만 말이죠.
---「아재, 이시연에게 꽂혀 QWER 입덕하다」중에서
그러면 이제 QWER 이야기를 해봅시다. QWER은 한국의 완성형 아이돌일까요, 아니면 일본의 성장형 아이돌일까요? 놀랍게도 그 무엇도 아닙니다. 성장형 걸그룹은 분명하지만, 일본의 육성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AKB48을 비롯한 일본 여자 아이돌은 ‘댄스 음악’을 위주로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QWER은 미성년자로 데뷔한 것이 아니며, 회사의 정책에 휘둘릴 만큼 지위가 약하지 않고, 본업(스트리머, 틱톡커)에 대한 배려도 충분히 받은 상태입니다. 한때 노예계약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가혹했던 연습생과 기획사 간 관계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렇다면 QWER은 도대체 무엇을 참고로 해서 만든 ‘성장형 걸밴드’일까요? 정답은 일본 애니메이션 〈케이온〉, 〈봇치 더 록!〉으로 대표되는 ‘어설프지만 풋풋하고 진정성 있꼬 밝은 여고생 동아리 밴드’입니다.
---「완성형 댄스 아이돌? 성장형 밴드 아이돌!」중에서
그러나 탑 스트리머인 마젠타는 놀랍게도 2024년 상반기 내내 거의 매일 연습이나 공연이 끝나고 나면, 자정 전후에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여 직접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팬들과 소통합니다. 심지어 그녀는 조그마한 휴대용 베이스를 별도로 구매한 뒤, 이동하는 밴의 안에서나 메이크업을 받는 미용실 안에서도 연습을 합니다. 그런 장면들이 또 실시간 영상이나 사진으로 팬들에게 전해지지요.
물론 세상 모든 일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프로불편러들은, 팬들에게 어필하려고 일부러 그와 같은 마케팅 기법을 사용한다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형 아이돌의 초짜 베이시스트로 데뷔하여 데뷔한 지 1년이 되자 않아 단숨에 인기가수가 되었는데, 자신의 부족한 연주 실력을 매일매일 라이브 방송에서 공유한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그런 뮤지션을 본 적도 없습니다. 마젠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한 사람이며, QWER 내에서도 ‘성장형 아이돌’이라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젠타: 진정한 성장형 아이돌」중에서
그런데 제가 주목하는 것은 많은 남성향 팬들이 쵸단에게 갭모에를 느끼는 지점입니다. 즉 남성향 팬들의 경우에는 복싱과 헬스, 각종 격투기, 위스키, 게임, 축구 등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환장하는’ 분야에 모두 일가견이 있는 ‘上여자 쵸단’과 뿌까머리를 한 ‘귀요미 쵸단’ 사이에서 갭모에를 느낍니다.
물론 그녀가 피멍 든 손가락에 밴드를 감은 채 매일 드럼을 치는 프로페셔널한 뮤지션이라는 점은 갭모에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팬에게 선물로 건넨 드럼 스틱에 피가 묻어 있었던 일은 〈위플레쉬〉에 나올 법한 장면이지요.
다만 남성향 팬들에게 쵸단이란, 마젠타를 빠따 치고 시요밍의 배에 훅을 날리는가 하면 뇌절하는 멤버들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가 단숨에 진압하는 압도적 무력의 ‘군대 조교’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동시에 얼굴 꽃받침 포즈를 좋아하는 뿌까머리 소녀이자, 시요밍이 무대에서 하는 뇌절 멘트 한 마디에 얼굴을 감싸고 무너지는 부끄럼쟁이입니다.
---「쵸단: 뿌까머리 무력 리더의 갭모에」중에서
QWER의 팬들은 쵸단의 드럼, 마젠타의 베이스, 히나의 기타 모두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의 최고 관심사는 역시 ‘기타’입니다. 귀를 찢는 듯한 기타 소리에 사람들은 가장 열광하죠. QWER이라는 밴드가 한 단계 높은 인기와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타의 각성’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타리스트의 ‘자기 확신’이 중요합니다. 팀이나 성공에 대한 확신이 아닌, ‘기타리스트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말이죠. 결국 고토 히토리와 냥뇽녕냥 히나 모두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자기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히나는 해냈습니다. 기타 독주를 끝낸 그녀의 성취감 묻은 환한 미소가 증거였죠. 이제 히나는 코스프레 전문가나 게임 덕후, 〈소다〉 래퍼 뿐만이 아닌, 진지한 기타리스트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습니다. 그녀의 현재 실력이 어떤 레벨이든 말입니다.
---「〈봇치 더 록!〉 그리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