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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그해 봄

최민초 | 청어 | 2024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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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8*210*20mm
ISBN13 9791168552838
ISBN10 116855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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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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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죽는다는 것도 외로운 것이다. 살아있으면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외로운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빠르게 스쳐 가는 창밖의 풍경이 그녀의 생을 휙휙 휘감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시린 물이 실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 다녔다.
---「귀침초」중에서

그해 봄, 나는 왜 졸고 있던 수선화를 그토록 오래 들여다보았을까. 여섯 개의 흰 꽃잎 속에 둘러싸인 노란 암술을. 나르키소스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 테고.
나는 손바닥 안에서 바싹 으깨진 은행잎 가루를 입으로 후, 불었다. 은행잎 가루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나는 눈을 감고 읊조렸다. 다 털어내고 싶어. 이 더러운 오물 찌꺼기.
---「열두 살, 그해 봄」중에서

나는 진호가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무 토막 자르듯이 감정정리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나의 그녀가 빨리 늙기만을 바랐다. 내가 어른이 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가 늙고 꼬부라지면 반드시 내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어쨌든 첫사랑」중에서

니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떤 분위기가 그녀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낭만적인 노래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순유는 생각했다. 검붉은 맨드라미 꽃길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이곳을 둘러싼 자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언니의 다비식」중에서

나는 시점 같은 것은 물론, 글의 내용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전라 춤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은유인지, 왜 마사지를 해야 하는지 알쏭달쏭했다. 무엇보다도 새침데기 아내의 행동이 미웠다. ‘원, 다른 사내와…시침 뚝 떼고 앙큼하긴!’ 속으로 불만을 씹었다.
---「어쩌다, 작가교실」중에서

소영아. 난 젊은 날, 방황도 해보고 싶고, 아파도 보고 싶고, 좁아터진 둥지를 떠나 원 없이 훨훨, 날아도 보고 싶고, 철조망에 날개가 찢기더라도 미지의 세계로 가보고 싶어. 너, 붕새 알지? 붕새! 하루에 삼천리를 간다는, 그 장자 할부지가 말한 그 붕새.
---「국밥집 딸내미」중에서

춤이 끝났을 때, 내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대열에 당당하게 낄 수 있었다. 기묘한 쟁취였다. 그날 밤 나는 심한 몸살에 시달렸다. 어쩌면 허탈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민증까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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