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출판 및 방송다큐멘터리를 통해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해오던 중 ‘동화 쓰는 아빠’가 되고 싶어 느지막이 상상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세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아내의 머리맡에서 이야기를 지어내다가 자연스럽게 ‘엄마를 위한 태교 동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상상력이야말로 아이들의 정서적 자양분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고 있으며, 지금도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을 부지런히 써내려가고 있다.
그림 : 김승연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서 디자인을 공부하였으며 안그라픽스 디자이너 등을 거쳐 현재 그래픽 스튜디오이자 독립출판사인 텍스트컨텍스트textcontext를 운영하고 있다. 한번 보고 잊혀지는 책이 아닌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와 평생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친구 같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금도 열심히 쓰고 그리며 상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여우모자』와 『얀얀』이 있다.
01 _ 거인의 풍선 어느 날 마을 뒷산에 거인이 와서 살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거인이 마을로 내려와 못된 짓을 할까봐 걱정했어요. 거인은 아주 크고 힘도 세기 때문에 당연히 성질도 사납겠지, 하고 생각한 거예요. 거인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나뭇가지에 연이 걸려서 아이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누가 연을 내려줬을까요? 바로 거인이에요. 거인은 정말 키가 커요. 숲에서 제일 큰 나무보다도 훨씬 더 컸어요. 그래서 처음엔 아이들도 거인을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거인이 아이들에게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자 아이들은 대번에 알아차렸어요. 거인이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는 걸 말이에요. 거인의 집에는 풍선이 아주, 아주 많았어요. 거인은 기분이 좋을 때마다 풍선을 부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거인의 풍선 바람을 쐬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대체 거인의 풍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요?
02 _ 고미의 털 고미는 털북숭이 강아지라 털이 아주 많이 빠졌어요. 자고 나면 주인집 할아버지 머리 위에 털이 수북이 쌓였죠. 할머니 고무신에도 털이 수북, 두 살짜리 꼬마 발에도 수북수북, 주인아주머니 손에도 수북수북, 수북수북……. 고미는 할아버지 머리가 시릴까봐 밤마다 털을 뽑아낸 거예요. 발이 시린 할머니를 위해선 고무신에다 털을 뽑아냈어요. 이번엔 아기 차례예요. 아기는 늘 이불을 차는 버릇이 있었어요. 고미는 아기 다리 위에 털을 숭숭 덮어주었어요. 주인아주머니는 맨날 손이 시리다고 투덜거려요. 고미는 주인아주머니 손 위에도 털을 숭숭 뽑아 따뜻하게 덮어주었어요. 그때 주인아주머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어요. “이 털 좀 봐! 내가 못 살아, 정말!” 그런데 어느 날 두 살짜리 꼬마가 기침을 하더니 피부병까지 걸리고 말았어요. 주인아주머니는 너무 화가 나서 고미를 내쫓아버리고 말았어요. 집에서 쫓겨난 고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03 _ 도시의 등대지기 높은 빌딩에 늙은 등대지기가 살았어요. 등대지기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주었죠. 하지만 사람들은 등대지기를 볼 수 없었어요. 등대지기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거든요. 딱 한 번, 꾸니라는 꼬마가 등대지기를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호기심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면,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것도 볼 수 있나봐요. 등대지기와 꾸니는 금방 친해졌어요. 등대지기는 꾸니에게 ‘꿈씨앗’도 보여주었어요. “사람이 태어날 때마다 그 사람만의 ‘꿈씨앗’도 함께 태어난단다. 사람이 꿈꾸던 대로 살기 시작하면 꿈씨앗에서 싹이 트고, 점점 나무로 자라는 게야.” 그래서 등대지기는 사람들이 꿈을 찾을 수 있게 열심히 등댓불을 비춰준다고 했어요. 그날 꾸니는 어느 푸른 언덕 위에 잠들어 있는 작은 씨앗을 보았어요. 그건 바로 꾸니의 씨앗이었어요. 꾸니의 꿈은 화가가 되는 것이었어요. 과연 꾸니의 꿈씨앗은 활짝 피어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