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중요하다. 시간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많은 사람이 열심히만 하면 성공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심히 한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언제’ 열심히 하는지, 그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서 새로운 신상품을 연구한다고 해보자. 세상에 없는 것, 아주 창조적인 상품을 만들면 그 기업은 무조건 크게 성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신상품이 ‘언제’ 완성되었는지, 그리고 이 신상품을 세상에 ‘언제’ 공개하는지가 중요하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즉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했더라도 히트 상품이 되지 못하고 결국 사람들에게서 잊힌다. 우리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시대를 앞서 나온 기술이 나중에서야 주목받는 사례를 무수히 찾을 수 있다. ---p. 9
시퀀스, 시간의 구두점, 듀레이션과 인터벌, 레이트, 셰이프, 폴리포니. 이 6가지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시간의 주요 구성 요소들이다. 이 시간의 구성 요소들을 고려하고 인식할 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시간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많은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고 업무에 충실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3차원의 사고방식이다. 2차원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가 아무리 노력해도 3차원에 사는 참새를 따라갈 수 없듯이, 3차원의 사고방식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4차원의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시간의 요소를 고려하면서 행동하는 사람이 4차원의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우리가 3차원이라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4차원의 시간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퍼펙트 타이밍》은 4차원의 사고방식을 갖추는 데 꼭 필요한 시간 요소를 분석하고 현실에 실제로 적용하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남들보다 한 차원 더 높게, 더 멀리 보고 싶은가? 이 책이 그 길을 안내해줄 것이다. ---p.17
분야와 조직을 떠나 중역이든 일반인이든 타이밍을 포착해야 하는 사람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조직과 개인은 어떻게든 타이밍을 의식하며 산다. 이를테면 개인은 육감이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고, 기업은 당사만의 기획 절차나 정교한 모델 혹은 알고리듬을 마련해둔다. 그러나 어느 접근법을 쓰든 타이밍은 놓치기 쉬운 문제다.
타이밍에 얽힌 문제가 모두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나마 익히 알고 있는 것도 더러 있다. 이를테면 신제품을 출시하고 회사를 설립할 적절한 시기는 언제인가? 너무 이르거나 빠른 것은 아닌가? 기회의 창은 언제 열리고 닫히며, 타이밍을 놓칠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 업계의 동향이 하루아침에 변하는가? 절차는 어떠한가? 신중히 차근차근 접근해야 하는가? 될 수 있으면 속도를 내야 하는가? 그런데 이와는 달리 어떤 문제는 규정하기도 쉽지 않으며 자칫했다간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pp.26-27
엄밀히 말하자면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의 특징을 담아내지 않았다기보다 평소에 이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의 인센티브를 보자. 우리는 당사자들이 모두 같은 인센티브를 받았는지, 인센티브는 적절한지,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해낼 만큼 유용한 것이었는지를 물을 것이다. 그러나 타이밍 관점에서 보면 그 밖의 다른 변수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를테면 관련 인센티브가 모두 동시에 제공되는지, 서로 다른 인센티브가 마련된다면 어떤 것이 주류를 이루는지, 부각되는 인센티브에 반해 점차 사그라질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그릇된 결과가 나왔다면 인센티브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그때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도 알아야 한다.
‘부실한 시간’ 개념을 대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면 으레 키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를테면 입술이 닿는 시간이 몇 초에 불과하면 그냥 뽀뽀일 뿐이고, 1분 정도라면 유혹으로 볼 수 있다. 5분을 넘긴다면? 그건 인공호흡이다. 즉 키스의 의미를 살리려면 입술끼리 접촉하는 시간도 대충은 알고 있어야 한다. 포옹도 그렇다. 무언가를 감싸되 두 팔에 힘을 빼면 시간을 아무리 오래 끌어도 포옹으로 보기 어렵다. 무언가를 지탱하려는 거라면 또 모를까. 따라서 시간은 행동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행동의 구성 요소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는 특정한 순서가 있고 시간이 소요되며 처음과 끝이 있다. 이 같은 특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실상을 놓치거나 오독하기 쉽다. ---pp.29-30
마이크로소프트의 CEO인 스티브 발머는 2009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곤욕스러웠던 일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때 그는 “진작 예상했어야 하거나 아예 눈치챌 수 없는 문제가 발목을 잡을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답변에서 타이밍 문제가 모두 훤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채용이나 감원을 결정해야 할 때라는 점은 잘 알지만 그에 대한 기회가 얼마나 빨리 닫혀버릴지는 눈치채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예로는 경쟁 업체가 신규 생산 설비에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할 수는 있으나 대응 타이밍이 마케팅 계획에 어떤 악재로 작용할지는 훤히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 당신이 지휘하는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연장될 수 있다는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겠지만 그 결과로 손해를 당할 직원과 재원을 보호할 대책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 등이 있다. 복잡다단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의식해야 할 타이밍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나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때 기습공격을 당하지 않게 하려고 이 책을 썼다. ---pp.42-43
비즈니스 환경에서 벌어지는 일을 유심히 살펴보면 6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중 5가지 요소인 시퀀스, 구두법, 인터벌, 레이트, 셰이프Shape는 악보의 수평적 차원을 규정하고, 마지막 요소는 다양한 층을 추가하여 수직적 차원을 구성한다. 마지막 요소에 대해서는 화성학 용어인 폴리포니(Polyphony, 다성악)를 차용할 참이다. 그러면 각 구성 요소를 간략히 살펴보자.
· 시퀀스 : 시퀀스란 멜로디에 담긴 음표가 진행하는 순서이자 사건의 순서를 가리킨다. 타이밍이 관건인 상황에서라면 사건의 순서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중요할 때도 더러 있다. 보통 제품을 만든 다음에 판매하지만, 반대로 먼저 팔고 나서 제품을 만드는 상황이 성립할 때도 있다.
· 시간의 구두법 : 사건이나 과정이 시작, 중단, 종료된 시기를 일컫는다. 시간의 구두법은 언어의 구두법과 기능이 흡사하여 쉼표나 마침표 등을 삽입하지 않으면 행동이나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비즈니스에 마감 시한이 있듯, 계획이나 과정에는 착수일이 있기 마련이다.
· 인터벌과 듀레이션 : 사건 사이의 경과 시간(간격의 길이, 인터벌)과 각 사건이 지속되는 시간(기간, 듀레이션)을 일컫는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시간이 필요하다.
· 레이트 : 사건이 벌어지는 속도를 일컫는다. 속히 발전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서서히 전개되는 일도 있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마감 시한을 훌쩍 넘기거나 예산을 초과해본 적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업계의 환경이 급속도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적 없는 이도 거의 없을 것이다.
· 셰이프 : 리듬을 비롯한 사건의 패턴들(주기, 사건의 연결망, 최고점 및 최저점 등)을 가리킨다. 예컨대 시장의 하락 국면은 V자 모양일까, W자 모양일까? 둘 말고 다른 모양은 아닐까?
· 폴리포니 : 패턴을 보면 숱한 일이 동시에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에는 각자 나름의 경로가 있다. 폴리포니는 이들의 내적 관계를 두고 의문을 제기한다. 예컨대 중국의 침체기와 결합한 유럽연합EU의 금융 위기도 미국의 경기에 악재가 될 수 있다.
각 부서가 조직된 방식이 기업의 원동력이 되듯, 6가지 구성 요소가 음악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수평·수직적으로 조직된 패턴을 형성하며 타이밍에 대한 혜안을 제시한다. 예컨대 시장이 존재하고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경쟁 업체가 몇 년씩 뒤처져 있는 등,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된다는 의미의 협화음이 조성되면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는 최악의 폭풍이나 참혹한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정확한 타이밍을 포착하고 싶다면 악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을 즐겨 쓴다.
---pp.4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