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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ㆍ유교건축
이상해 저 | | 2004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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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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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77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1337339
ISBN10 8981337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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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상해(李相海)
1948년 경북 군위 출생.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로 석사학위를, 건축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2002년 8월에는 중국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북경의 명13릉과 남경의 명효릉을 심사하였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서원』, 『한국건축사』(공저), 『우리 건축 100년』(공저),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중국 고전건축의 원리』(공역) 등이 있다. 그는 건축을 이루는 주제와 문화적 맥락, 건축이 들어서는 땅이 지닌 생명력 등에 관심을 가지고 건축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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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사람들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에 의지하여 건축을 하여왔습니다. 이러한 건축에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실제적인 요구와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심미적인 욕구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형식과 삶을 일구며 형성한 그들의 문화도 함께 배어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동북아시아의 한 모퉁이에 오랜 세월 살아오며 한민족이 일구어 온 건축에는 그 긴 역사를 통하여 이룩한 그들 특유의 건축 조영에 대한 자연관과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먼 옛날, 한 민족은 무엇보다 먼저 그들 삶의 보금자리인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모둠살이를 하고 공동체와 사회를 형성해오면서 그들 집단과 통치자를 위한 건축을 하였습니다. 그러한 건축의 대표적인 예가 사묘건축, 종교건축, 그리고 궁궐건축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경험적이고 일상적인 것보다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유를 하고 그것을 현실 세계에 구현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면적인 의지가 싹을 내어 12세기 말에 열매를 맺으며 나타난 동아시아의 새로운 사상체계가 유교 성리학입니다. 성리학은 15세기를 거치면서 한 민족의 조선사회에도 뿌리를 내려 삶의 한 부분이 됩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궁궐, 종묘, 사직, 문묘, 향교, 서원 등은 이러한 집단과 통치자를 위한 건축, 제사를 위한 건축, 유교 성리학과 관계되는 건축의 한 부분입니다. 이러한 건축에는 한국 건축의 특성을 이루는 내용이 많이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는 건축을 두고 흔히 “인간의 삶을 위한 보금자리(shelter)를 만드는 일이다.”고 정의를 합니다. 이 정의는 사람들은 ‘어떻게’, ‘왜’ 보금자리를 만들었으며, ‘무엇’을 보금자리에 담으려고 하였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어떻게’는 건축하는 ‘방법’에 관한 것으로서, 무엇보다 보금자리가 무너지지 않고 안전하도록 하기 위해 해결하는 건축기술이 중요시됩니다. ‘왜’, ‘무엇’과 관계되는 건축의 ‘수단’과 ‘목적’에는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거기에 투영한 그들의 삶의 방식이나 문화,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생각 등 인문적인 사항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같은 건축기술이나 형태를 만드는 원리에 바탕을 두고 건축을 조영한다 해도, 건물을 땅에 앉히는 방식, 구성하는 방식,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문화권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건축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같은 흙, 같은 나무, 같은 돌로 건축을 조영하더라도 자연관과 세계관에 따라 건물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배치하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건축의 속성은 바로 한국건축의 특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한국건축에는 건축의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만드는 한국건축 특유의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소우주적인 것과 대우주적인 것의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이 여러 모습으로 한국건축의 특성을 이루며 나타나 있습니다. 소우주적인 세계의 구현은 작은 것에 큰 것을 포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볼 수 있는 건축적 해결이 거기에 나타납니다. 소우주적인 세계를 통하여 대우주적인 모형을 구현하려고 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주변을 그 안으로 수렴시키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건물 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경관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그 중의 하나에 속합니다.

반면, 대우주적인 세계관으로 건축을 해결하는 방식에서는 전체를 휘어잡는 그 무엇이 건축에 내재하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건축의 커다란 질서 체계를 형성하는 힘이 바로 그러한 것입니다. 이러한 힘은 건축적 상황, 즉 하나의 국局을 형성하는 원리와도 관계된다. 전체로서의 건축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총체적 모형을 형성하는 질서체계를 이루기 위해 대우주적인 건축은 발산적이고, 중심적인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러한 소우주적인 건축과 대우주적인 건축을 만드는 근본이 되는 개념은 국의 설정에서 비롯됩니다. 현대건축 용어로 말하자면 장소성, 영역성, 공간성의 설정에서 비롯된다. 한국건축에서 국을 설정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건축의 입지방식에서, 배치방식에서, 집합방식에서, 전체와 부분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방식에서, 부분과 부분과의 관계에서, 내부와 외부와의 관계에서 등 많은 곳에서 나타납니다. 이러한 기법과 원리는 오늘날에도 이어질 수 있는 세계적이고 현대적인 보편성을 띤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다룬 궁궐, 종묘, 사직, 성균관, 향교, 서원 등은 한국건축을 통하여 한국의 전통적인 조형의식과 그 속에 담긴 지혜와 정신을 제대로 알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방대한 분량을 한 권에 담음으로써 기본적인 사항을 언급하고 만 아쉬움이 남지만, 이 책이 우리의 땅과 자연이 지닌 정신과 역사와 문화를 담은 우리 건축의 참모습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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