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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건축
김봉렬 | | 2004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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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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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6쪽 | 655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1337162
ISBN10 898133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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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석가모니 부처님은 제자들에 대한 자신의 가르침을 기록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깨달음이란 스스로의 수행에서 얻어지는 것인데, 부처의 말을 기록한 경전이 있으면 문자에 의존하여 깨달음을 구하려는 헛된 노력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본뜬 그림이나 조각상을 만드는 것도, 자신과 제자들을 위해 사원을 건축하는 것도 금지했습니다. 역시 깨달음은 스스로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지, 어떤 우상이나 물질적 공간 속에 있는 게 아니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나 부처의 열반 후에 제자들과 신도들은 신앙의 구심점을 찾지 못해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부처의 말씀을 기억하여 경전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는 부처와 제자들이 머무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사원이 되었지만 역시 움직이지 않는 신앙의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고, 암벽 속에 영구한 석굴을 파기도 하고, 지상에 돌과 나무를 사용하여 구조물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불교건축은 이처럼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사람들의 솜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불교의 지도자들은 건축의 인위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형식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음을 예상했습니다. 지형이 달라지니 배치와 배열이 달라지고, 재료가 달라지니 공간과 기법이 달라질 것이었습니다.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건축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 상륙하고, 다시 한국과 일본에 전해지면서 각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쪽으로 변화되어 왔습니다. 한국에 도입된 불교건축은 인도의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변용하여 정착된 것이었고, 중국의 불교건축은 다시 중앙아시아의 것을, 중앙아시아는 인도의 것을 받아들여 변용한 것입니다.

마치 귀를 막고 바로 앞사람의 말을 뒷사람에게 전달하는 게임과도 같이, 한국의 불교건축은 애초의 인도의 것과는 물론, 중국의 것과도 다르게 되었습니다. 시간적으로도 조선시대의 불교건축은 고려를 본받았고, 고려는 신라를 계승했습니다. 그러나 조선과 신라의 사찰은 너무나 다릅니다.

이 책의 내용도 바로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축적된 여러 선배들의 연구 업적의 덕을 입어 구성되었고, 불교건축에 입문한지 20년이 되어가는 필자 자신의 얄팍한 지식과 깨달음에 기댄 것입니다. 애초에 이 땅에 사찰과 불탑을 지은 이들의 생각과는 전혀 엉뚱한 해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현재는 과거 업의 결과일 뿐이고, 미래의 원인에 불과한 것을. 영구 불변한 현재란 늘 허상이듯이, 이 작은 책 속에 불교건축의 모든 것을, 우리 문화유산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자랑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더 나은 미래의 결과를 위해 조그만 걸림돌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불교건축은 원래부터 복잡한 인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일목요연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이나 다양한 교리와 신앙체계들이 불교 속에 섞여 있고, 시대적인 요청과 경제사정에 따라 규모와 질적 수준이 변화했으며, 지형에 따라, 심지어는 건축을 맡은 스님과 목수들의 개성에 따라 다른 건축물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예제를 생명으로 삼는 유교건축이나 궁궐건축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책의 설명은 통일된 원리를 찾기보다는 개개 사찰건축의 특별한 개념과 실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원래 궁궐-유교건축 편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계획되었다가 두 권으로 분리 출간하는 바람에 독립된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거의 사정은 건축문화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교건축물 전체를 다룰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출발했습니다. 도중에 체제가 바뀌면서 여러 난관이 있었습니다. 특히 필자의 게으름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두 해를 넘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솔출판사 관계자 분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게 되었습니다. 이 무간 지옥에 떨어질 업보를 어떻게 감당할지. 전적으로 이분들께 감사와 사과를 드리면 지워질까요.

- 김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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