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가 생각하기에 추젠지는 수수께끼를 해명하지는 않는다. 추젠지는 수수께끼에 대해서 해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수수께끼 쪽을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해체하는 것이다. 수수께끼가 수수께끼가 된 배경을 흔들어, 수수께끼 자체가 무효화되어 버리는 듯한 상황을 유사하게 만들어낼 뿐이다. 다시 말해서 현실을 일단 못 쓰게 만들어 버리고, 속임수이든 궤변이든, 수수께끼가 수수께끼가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현실을 표출시키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지금 있는 세계를 향수하는 것이 아니라, 설령 속임수라 해도 세계를 만드는 데 집착하는 남자인 것이다.
---상권 358p
이것은 우연이고,
그리고 그 우연은 필연이라고,
웅변적이고 기분이 언짢은 남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마스다는 오싹오싹한 오한을 느낀다.
자신이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모든 우연을 늘어놓고 그것을 조종하는 초월자가 존재한다면―.
그렇다면 마스다는 끈이 달린 마리오네트 같은 것이 아닌가. 자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연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그것은―신이다.
거미줄처럼 이치의 중심에서 실을 끌어당기는 사람은,
―그것은 거미일까.
---상권 400p
히라노 유키치는 거미줄에 조종되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그리고 가와시마 신조도, 아마 가와시마 기이치에게도 거미줄은 얽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해된 네 명의 여자는 단순히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다.
거미줄 한가운데에는 거미가 있다.
그놈이―범인이다.
---중권 78p
―무당거미.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목차에는 그렇게 씌어 있지만, 목차에 대응하는 페이지에 기재되어 있는 첫 번째 요괴 그림의 왼쪽 위에는 한자로 ‘絡新婦(낙신부)’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이 달라서 자세히 보니 낙신부라는 한자 옆에 ‘무당거미’라고 발음이 적혀 있다.
이상한 그림이었다.
화면 왼쪽 아래쪽에 고목이 돋아 있다.
고목에는 거미줄이 처져 있다.
거미줄은 중심 부분에서부터 여자의 검은 머리카락으로 바뀐다.
자세히 보니 거미줄 자체가 여자의 뒷모습을 본뜬 것이었다.
머리카락에서는 여섯 개의 곤충의 촉수가 뻗어 있고, 촉수 끝에서는 또 한 개씩 실이 이어져 있는데 그 끝에는 작은 거미가 한 마리씩 달려 있다.
작은 거미는 화기(火氣)를 내뿜으며 허공을 춤추고 있다.
어느 것이 요괴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작은 거미는 요괴의 수하 같은 취급이다.
그럼 요괴의 본체는 거미줄이라는 뜻이 된다.
---중권 381p
“잘 모르겠군. 범인이 없어. 심심하니까 시끄러운 녀석이 오기 전에 해결이라도 해 볼까 했는데, 귀찮아졌군.”
탐정은 그렇게 말하며 커다란 눈을 부릅떴다.
“시끄러운 녀석?”
“그래. 뭐, 내가 불렀지. 이런 절조 없는 사건에 나 혼자만 관여하는 건 부아가 치미니까.”
“탐정―동료인가요?”
“탐정? 바보 같은 말을 하면 곤란해. 이 세상에서 탐정이라면 이 에노키즈 레이지로 단 한 명이잖니. 신은 유일무이한 거라고 배웠을 텐데. 그 녀석은, 굳이 말하자면 사신이지. 악마일까?”
“악마―착한 악마?”
“착하지 않아. 말을 잘하지.”
탐정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악마가―오는 걸까?
“알겠니? 이 세상은 되어야 하는 대로 되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네가 책임을 느낄 필요는 없단다. 그리고 되어야 하는 대로 되니까 어떻게 될지는 실은 뻔하지. 하지만 되어야 하는 대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필요해. 자세한 건 본인한테 듣도록 하고!”
---하권 26p
“자, 어때요? 아저씨, 제게 모든 경멸의 말을 던지세요! 저를 모욕하세요! 비웃으세요. 책망하세요. 저는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아요. 이 세상의 모든 더러운 말은, 모두 저에겐 칭찬의 말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마녀다.
아니, 악마다.
악마란―타락천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천사의 용모를 가진 이 아이야말로, 누구보다 악마가 되기에 어울리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그 신성은 마성으로 바뀐다.
---하권 12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