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좋다. 공부도 하지 않고 일주일 내내 놀기만 하고, 6학년 되니까 더 좋은데”
“야! 선생님이 놀았다고 하지 말라고 하셨잖아. 학교폭력 예방교육과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이용해서 교육과정에 있는 그대로 하신 거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재미만 있으면 되지. 맨날 이렇게 보내면 좋겠다.”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수업은 안 하고 노는 줄로 부모님이 오해하신다고 하셨잖아.”
“하긴, 경찰 아저씨가 오시거나 선생님 잔소리를 계속 듣는 것보다는 이렇게 직접 즐겁게 이야기하고 몸으로 활동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우리 반의 관계 맺기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학기 중과 학기 말에도 교과 시간과 연계해서 쭉 이어졌다. 관계 맺기는 아이와 아이 사이의 관계를 위한 활동이지만 실제로는 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된 것이 부담스러운지 졸업식 날 한 녀석이 이런 글을 적었다.
“선생님, 1년이 지나고 보니 저희에게 정말 세세하게 신경써주셔서 때로는 귀찮고 무척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저희들 일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아이들과도 크게 싸우지 않고 잘 지낸 것 같아요.”
(「질풍노도 6학년과의 첫 만남」, 22~24쪽)
텃밭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기도 한다. 평소 말이 없는 아이가 텃밭에서는 스스로 물을 주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농작물을 보살피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텃밭을 찾아와서 물을 주고 가기도 한다. 늘 툴툴대며 친구들과 다투는 아이가“텃밭에 선생님 일하러 가는데 도와줄 사람”하면 “뭐요”하면서 쭈뼛쭈뼛 다가와서는 일을 돕기도 한다. 텃밭의 농작물이 커가는 만큼 아이들도 한 뼘, 두 뼘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물론 텃밭을 관리하는 게 아이들만의 몫은 아니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텃밭을 돌보는 손길이 이어진다. 오후 4시가 되면, 6학년 선생님이 하나둘 텃밭에 나타난다. 학교 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난 이때가 텃밭에 물을 주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딱히 약속을 정한 것도 아닌데 그 시간이 되면 참새가 방앗간 찾듯이 다들 알아서 텃밭을 찾는다. 학기 초에는 수돗가에서 물뿌리개에 물을 받아서 물을 줬기 때문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 힘도 들도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놀고 있는 스프링클러를 발견한 뒤로 일이 훨씬 쉬워졌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큰다고 하던데, 천왕초의 텃밭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발소리를 듣고 무럭무럭 큰다.
(「텃밭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 77~78쪽)
드디어, 학년 다모임하는 날이 되었다.
먼저 각 누리에서 담임이 5개의 공통 방학과제 후보를 안내한 다음, 아이들이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골랐다. 그 후 같은 공통 방학과제를 선택한 아이들끼리 다시 헤쳐 모였다. 선생님들이 예상하기로는‘B·M·W 타고 여행 책자 만들기’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으리라 보았는데, 웬걸‘내 마음대로 노트’에 110명 중 80명 이상이 몰렸다. 이 과제를 맡은 김희철 선생님 교실은 아이들로 꽉꽉 찼다. 역시 아이들의 머릿속은 그 어떤 성능 좋은 슈퍼컴퓨터로도 예측할 수 없다.
각각의 공통 방학과제를 선택한 아이들은 한데 모여서 다른 아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시간을 가졌다.
“얘들아, 너희들이 선택한 과제가 우리 학년의 공통 방학과제가 되면 얼마나 좋겠니 그러니까 너희들이 선택한 과제를 자세히 설명하는 발표 자료를 만들어보자. 그 과제를 하는 방법, 그 과제를 할 때의 좋은 점 등을 잘 정리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발표하는 거야. 그래서 최종적으로 너희들이 선택한 과제가 공통 방학과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거야!”
아이들이 신나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선생님들에게 속은() 아이들은 공통 방학과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스스로 잘했다. 뭐, 속인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직접 해야 하는 과제를 아이들 스스로 구체화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교실」, 123~124쪽)
이번 졸업식은 영상이 최고였다. 김상일 선생님이 이틀 동안 날을 새며 만든‘여는 마당’영상은 무려 15분짜리였지만 졸업식장 안에 있는 모두가 3분도 안 된다고 느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아이들의 1년을 감동의 순간까지 잘 포착한 너무 완벽한 영상이었다.
여기에 답사 영상을 만든 김희철 선생님 역시 늦게까지 작업한 보람이 있었다. 아이들도 물론 감동했지만, 졸업을 진행하던 교무부장님이 눈물을 흘려서 진행이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번 졸업식은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졸업식장 주변에는 아이들의 1년 사진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전시를 했다. 물론 아이들이 목공 시간에 만든 무거운 벤치와 현수막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6학년 졸업식은 막을 내렸다. 아이들의 공연은 없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주인공이었고 감동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해와는 달리 선생님과 사진을 찍자고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면 눈물을 흘릴까봐 두려워하던 모 선생님은 결국 도망 아닌 도망을 다니다 아이들에게 붙잡혀 가장 많은 사진을 찍혔다고 한다.
마침 한 아이에게 졸업식이 어땠느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정말 감동이라고 했다. 사진이나 영상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했던 일들이 떠올라 살짝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이 한 모든 활동을 볼 수 있어서 졸업식이 지루하지 않았다고 했다.
졸업식은 아이들과 함께 준비하고 즐기는 잔칫날인 것이다.
‘얘들아. 중학교 가서도 꼭 행복해라. 사랑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