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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미실

: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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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45쪽 | 530g | 153*224*30mm
ISBN13 9788974562700
ISBN10 89745627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전군이 도와주시오. 색을 통하여 황후를위로하고 삶의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 주시오.」
미실의 말에 세종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펄쩍 뛰었다.
「도,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것이 어찌 가당키나 한 일이옵니까?」
미실은 세종의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차분차분 설명하여 타이르기 시작했다.
「황후께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을 베풀어 나눌 상대요. 마음 속에 고여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랑이야말로 자기를 해치고 남까지도 상하게 할 치명적인 독소가 될 것이오. 전군이 아시다시피 우리는 삼생의 벗이 되기로 약속한 사이로, 황후는 나요, 나는황후이리다. 세상의 모든 여인이 미실이요, 미실은 사랑하고자 하는 세상의 모든 여인과 다르지 않소. 부디 전군이 내 마음을 헤아려 간곡한 청원을 받아주시길 비나이다.」
세종은 자신이 아무리 거절해도 미실의청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리석음은 이미 정해진 숙명이다. 그녀가 지게 가득 갈비를 지고 산화 속에 뛰어들라 하면 그는 반드시 그리했을 것이다. 사로잡힌 이에게 탈출의 길이란 없다. 결딴이 나서 없어지거나, 죽거나, 끝장나거나, 그보다 더 나아질 방도는 없는 것이다.
세종은 결국 미실의 뜻대로 사도황후와 통하여 그녀의 괴로움을 어루만지기에 이르렀다. 그들의 정사는 뜻밖에도 격렬했다. 그들이 핥고, 빨고, 깨물고, 더듬는 것은 상대의 몸이 아니라 자신의 비루한 생애인 듯하였다. 그들은 몸을 함부로 다루었다. 혀가 따끔거리고 입술이 부르트고 가슴과 등에 뻘건 생채기가 부풀어 돋을 때까지, 그들은 마치 맹수처럼 으르렁거리며 서로 깊이 즐겼다.
어쩌면 온화하고 진중하고 의로운 행실이 꼭 닮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다투듯 맞붙어 얼키설키 어우러지는 가운데 그들은 가슴속에 손발톱을 옹크리고 숨은 낯선 짐승을 보았다. 그들은 그것을 살리기 위해,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다투었다.
--- p. 28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미실은 신라시대, 왕을 색으로 섬기는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태어나 외할머니 옥진에게 온갖 미태술과 기예를 배우며 성장한다. 아름다운 소녀로 자란 미실은 짝을 찾던 지소태후의 아들 세종의 눈에 띄어 입궁하지만, 곧 지소태후와 사도왕후의 권력 다툼 과정에 휘말려 궁 밖으로 내쳐진다.

자신을 둘러싼 잔인한 운명을 깨달은 미실은 화랑 사다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부귀영화보다 진정한 사랑을 쫓기로 결심하지만, 사다함이 가야 정벌에 출정한 직후 세종이 상사병으로 죽게 생겼으니 다시 입궁하라는 지소태후의 명을 받고 만다. 미실은 사랑을 빼앗긴 후 권력에 휘둘리기보다는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에 충천하여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한다. 미실은 동륜태자와 미리 사통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사도왕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동륜태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진흥제의 눈에 띄어 색을 바치는 신하로서의 본래 임무를 다하게 된다.

그러나 황제의 지극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옥진의 죽음을 겪은 후 있는 그대로의 본능을 인정하여 더욱 과감한 음행에 취하게 된 미실은 사다함의 동모제인 설원과 동생 미생에까지 손을 뻗게 된다. 그리고 설원과 미생의 도움으로 마침내 바라던 원화의 위에 오른다. 그 무렵 미생과 함께 난봉을 벌이던 동륜태자가 진흥제의 후궁인 보명의 궁에 숨어들었다가 큰 개에 물려 죽는 사건이 벌어지자, 미실은 자신이 위험해지리라는 것을 깨닫고 원화에서 물러나 출궁한다. 하지만 진흥제는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제하지 못해 결국 미실을 다시 불러들인다.

진흥제가 풍질에 걸려 내외 정사를 보지 못하자 사도왕후와 미실이 권한을 대신하고, 진흥제가 세상을 떠나자 미실은 사도황후 등과 함께 음모를 꾸미어 황제의 죽음을 숨기고 먼저 태자와 통하여 다른 마음을 갖지 않기로 약속한 후 금륜태자를 왕위에 오르게 한다. 하지만 진지왕이 된 금륜태자가 미실에게 불복하고 다른 여인을 탐하니, 미실 일파는 진지왕을 폐위시키고 유궁에 유폐한다.

그리고 진평제가 즉위한 후 마침내 삼조(진흥, 진지, 진평)를 차례로 섬긴 미실은 정사를 운영하며 화랑도에 깊이 관여한다. 미실은 늙어 영흥사로 떠나고, 함께 따라간 설원은 미실이 병에 걸리자 그 병을 자기가 받겠노라고 기도하여 마침내 미실을 살리고 대신 죽는다. 사랑으로 천하를 얻은 신라 여인, 미실도 곧 설원을 따라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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