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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저잣거리에서 만난 단원

: 김홍도의 제자가 되어 그림 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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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538g | 170*220*15mm
ISBN13 9788952772220
ISBN10 895277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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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해영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선비같이 살고 싶은 사람이다. 옛 선비들이 그랬듯이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물질은 소박하게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고 있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행복이며, 작게나마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간사, 세상사, 예술사에 관심이 많고, 이를 탐구하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대학에서 활동사진을, 대학원에서 디지털 이미지를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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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헛것이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둘은 서로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이는 모습을 보았다. 서로 헤어져 그림 밖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도 보았다. 헛것이 들리는 것으로 모자라 이제는 헛것이 보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때였다. ‘어! 어!’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p.20

‘아니, 이것은?’ 괴나리봇짐이었다. 물건을 넣어 등에 메고 다니는 큰 주머니 말이다. 무명으로 성기게 만든 봇짐 위에 내 신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버렸다. 에구머니나! 조선에까지 와서 이 무슨 추태인가. 주인이 볼세라 봇짐에서 서둘러 발자국을 털어내려는 찰나였다. “그 정도면 됐네. 이제 그만하게나.” 그 말에 놀라 돌아보니 단정한 차림의 선비가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말게나. 자네가 온다는 연통은 미리 받았네.” 선비는 놀라지 말라 하였으나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pp.28-29

“속화는 대중을 위한 그림이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림이지. 씨름 또한 신분의 제약을 떠나 오직 실력으로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놀이라네. 평민도 양반도 평등한 세상이 바로 씨름판일세. 그러니 양반이 허공에 들려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에서 이 그림의 긴장감이 완성되는 것이야.”
---p.35

단원은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들었다. “나를 가장 서민적인 그림을 그린 화가라고 했는가! 아닐세. 그건 나를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지. 조선 최초로 예술의 대중화를 시도한 환쟁이. 그것이 바로 나, 단원 김홍도일세!”
---p.142

단원은 붓끝에 먹을 묻히고는 허공에 정성스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대고 그리는 그림이라 형체를 알 수는 없지만 붓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생기가 감도는 것이 보였다. 생기는 곧 나비로 변했다. 고운 색과 화려한 날개를 가진 호랑나비.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단원의 붓끝에서 나비가 살아나와 내 눈앞을 팔랑팔랑 날아다니고 있었다.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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