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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보는 조선왕조

왕비로 보는 조선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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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548쪽 | 926g | 153*224*28mm
ISBN13 9788975470981
ISBN10 8975470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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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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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 즉위년(1800) 문무백관들이 용상 아래 모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용상에는 솜털도 가시지 않은 보송보송한 얼굴을 한 앳된 11세의 순조가 앉아 있었다. 순간 긴장된 분위기를 깨는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수렴 뒤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이 사람 구실을 하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며, 나라가 나라 꼴이 되는 것은 교화가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금 이른바 사학은 어버이도 없고 임금도 없어서 인륜을 무너뜨리고 교화에 배치되어 저절로 금수와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며, 저 어리석은 백성들이 점점 물들고 어그러져서 마치 어린 아기가 우물에 빠져 들어가는 것 같으니, 이 어찌 측은하게 여겨 상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령은 각기 그 지역 안에서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을 닦아 밝히고, 그 통 내에서 만일 사학을 하는 무리가 있으면 통수(統首, 민가의 우두머리)가 관가에 고하여 징계하여 다스리되, 마땅히 의벌(?罰, 코를 베는 형벌)을 시행하여 진멸하도록 하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정순왕후 김씨였다. 그녀는 순조가 즉위하자 왕실에서 최고의 어른이라는 이유로 수렴청정을 시작했는데 이때 나이 56세였다. 그녀는 순조 즉위 초 정국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학에 대해 엄금한다는 명령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는 마치 조선의 신분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순왕후 김씨와 뜻을 같이 하는 노론 벽파가 반대당인 남인들과 일부 노론 시파를 탄압하기 위한 구실이었다.
개혁군주 정조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남인들은 하나의 세력을 이루게 되었다. 일부 남인들은 새로운 학문이자 종교였던 서학, 즉 천주교를 받아들였는데 이를 신서파(信西派)라 한다. 그리고 정조가 죽고 정순왕후 김씨가 수렴청정에 나서면서 사학을 뿌리 뽑는다는 명목으로 신서파를 공격했던 노론 벽파 중심의 정치세력을 공서파(攻西派)라 부른다. 정순왕후 김씨는 그 공서파의 가장 강력한 배후인물이었다.
정순왕후는 왕권과 다름없는 정치력을 행사하였다. 국왕과 똑같은 권위에 똑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행사하여, 본인 스스로도 여주(女主), 여군(女君)임을 자처할 정도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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