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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사랑은 무엇을 먹고 자라는가

: 관계와 영성이 움트게 하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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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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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1g | 140*205*16mm
ISBN13 9788941915041
ISBN10 89419150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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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안셀름 그륀(Anselm Gruen)
독일 뮌헨의 전파상집 아들로 자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베네딕도회에 입회하여 신부가 되었다. 상트 오틸리엔과 로마 안셀모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칼 라너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오래전부터 초기 수도승 전통에 현대 심리학을 통섭하는 작업에 힘써 왔고, 지금은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머물며 다채로운 영성 강좌를 이끌고 있다.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위로한 그륀 신부의 저술은 30여 개국에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1,4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다. 『아래로부터의 영성』 『여왕과 야성녀』 『우울증 벗어나기』 『내 마음의 거울 마리아』 『사랑,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안셀름 그륀의 성경 이야기』 『내 영혼의 치유제』 등이 우리말로 출간되었다.
역자 : 이종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신학부에서 수학했다. 『경향잡지』 기자와 서강대학교·성심여자대학교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16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했다. 분도출판사에서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바울로』 『그리스도교』 『사냥꾼의 올가미에서 벗어나』 『사도 바오로와 그리스도 체험』 『구약성경 개론』 『신약성경 개론』 『안셀름 그륀의 성경 이야기』 『신약성경신학』 등을 우리말로 옮겨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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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자기 몸과의 관계만 아니라 자기 영혼과의 관계도 상실했다. 자기 영혼의 미세한 충동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감정을 불안해한다. 감정이란 것은 모호하기 때문에 감정과의 관계 맺기를 포기한다. 심장이 반응하면 심장을 건너뛰고, 그저 이성으로만 반응하려 애쓴다. 그들은 감정을 따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감정이 그들을 자기 자신의 고유한 실체로 이끄리란 것을 어렴풋이 느끼기는 한다. 하지만 그 실체를 차라리 밖에 버려두려고 한다. 실체가 자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자기 영혼과의 관계 상실은 대개 두려움에 그 원인이 있다. 자신에 대한 두려움, ‘네가 이 꼴로 사는 건 옳지 않아. 삶을 바꿔야 해’라고 말하는 감정에 대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어떤 사람은 감정적이고 너무 여리다는 낙인이 찍힐까 봐 감정을 모르는 체한다.
--- p.26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사랑과 상대의 사랑이 그저 평범할 뿐임을 서로 솔직히 인정하는 일이다. 평범성을 애도하면 내 영혼의 바탕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어마어마한 사랑의 잠재력을 깨닫게 된다. 그때는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의 긍정적인 측면을 깨달을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올바로 대한다. 서로를 존중한다. 서로를 지지한다. 서로에게 신실하다. 이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다. 사랑을 줄곧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감정은 나타났다가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 너머에 있는 사랑은, 인간적 사랑의 원천인 하느님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계속된다. 바오로가 사랑의 아가에서 노래한 것이 그것이다.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1코린 13,8).
--- p.61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참된 즐거움이란 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는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쾌락을 달리 보지만, 둘을 완전히 갈라놓지는 않는다. 둘에는 유사한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감각에 의지하는 선 또한 전인(全人)의 선이다.” 전인에게는 육체적 쾌락도 일종의 “지고한 선”이다. 육체는 영혼이 하느님께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참여한다. 영혼과 육체는 긴밀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육체는 일정한 의미에서 지복(至福)에 참여하며, 망아적 사랑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요컨대 토마스 아퀴나스에게는 성적 쾌락도 하느님께서 선사하신 즐거움의 일부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예수 역시 쾌락을 느꼈다. 예수는 인간 본성을 온전히 취했기 때문이다. 아니, 토마스 아퀴나스는 예수가 우리보다 더 큰 쾌락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본성이 순수할수록, 육체가 민감할수록 쾌락도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그는 쾌락이란 것을 몸으로도 체험해야 하느님을 즐거워하는 것도 더 커진다고 믿는다. 순수하게 정신적인 쾌락은, 자기완성을 위해 육체의 쾌락을 필요로 한다.
--- p.78-79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정결은 흔히 금욕과 동일시되었다. 그리고 이 정결이 특히 요구되었던 것은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일방적인 판단이다. 독일어로 ‘정결한’(keusch)이란 말은 라틴어 ‘콘시우스’(conscius)에서 왔는데, 그 본래 의미는 ‘의식하고 있는’, ‘(속사정을) 함께 아는’, ‘정통한’이다. 이 말은 중세에 이르러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아는’이란 의미를 얻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덕이 있는’, ‘고결한’, ‘절제하는’, ‘금욕하는’, ‘정결한’이란 의미가 나왔다. 그러므로 정결은 성의 무조건적인 포기가 아니며, 오히려 성에 대한 합당한 태도와 성적 에너지의 적절한 사용을 뜻한다. 상대를 한 인격으로서 아끼는 사랑, 상대를 나와 내 욕구를 위해 써먹지 않고 유일무이한 인격으로서 아끼는 사랑이 정결이다. 정결의 특징은 상대와 상대의 몸을 소유하려 들지 않는 태도다. 나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대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헌신하는 성행위가 정결한 성행위다.
--- p.143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어야만 타인과도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 그때는 나 자신에게조차 숨겨 왔던 부분을 상대가 눈치채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더는 시달리지 않게 된다. 내 육신과 내 영혼의 집에 내 발로 들어가면 상대가 그 집에 들어오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상대에게 보여 줄 수 있다. 내 생명의 집이 지금 이 모습이 되도록 허용한 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 관계를 잘 맺으면 상대가 내게 다가와도 불안하지 않게 된다. 나 자신과 가까워짐으로써 상대의 다가옴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즐길 수도 있다. 내가 나 자신의 친구가 됨으로써 상대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상대와의 관계를 통해 나 자신과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체험한다. 그렇다고 상대를 지나치게 파고들거나 낱낱이 살펴보는 것은 아니다. 나와는 아주 다른 한 사람의 신비를 알아채는 것이다. 상대와의 관계는 그를 평가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일 때만 가능하다. 이것이 나에 대한 두려움을 상대에게서 덜어 준다. 두려움이 있는 곳에 참된 사랑은 없다
--- p.2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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