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는 글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말했다. “경영서들은 기능과 전략에 대해 말하지.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는 기법 말일세. 소설은 인간에 대해 가르치네.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인간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말일세. 나는 사업보다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아.”
나는 이것이 피터의 본질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늘 경영학을 가리켜 회사를 경영하는 수단이나 절차보다 ‘인간의 활동’이라고 말했다. 그가 즐겨 한 말이 있다. 온전한 사회를 이루는, 따라서 그가 있었던 유럽이 전체주의 사회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은, 사회의 모든 구성단위가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이다. 이런 조직을 제대로 움직이는 게 경영학이다. 교향악단을 움직이는 것도, 군대를 움직이는 것도, 학교를 움직이는 것도, 방송국을 움직이는 것도 경영학이다. 피터는, 전무한 경영학의 언어와 골격을 마련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5. 인간에 대한 관심이 첫출발이다 --- p.79
피터는 경영에 대해 말할 때면 자주 교향악단 지휘자를 은유로 빗대었다. 지휘자는 오보에 연주자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맡기는 법이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지휘자의 역할은 교향악단이 지휘봉에 맞춰 훌륭한 음악을 연주하게끔 실력 있는 연주자에게 자기 악기를 다루도록 맡기는 것이다.
영리든 비영리든, 내가 한 모든 사업은 교향악단에 비유하면 지속적인 혁신과 기업가적 에너지가 필요한, 빠르게 성장하는 연주와 같았다. 나는 크고 유명한 조직의 유능한 관리자를 몇 번 채용했지만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특수부대에서 활동하는 것과 육군본부에서 일하는 것의 차이리라.
피터는 나에게 오보에 연주자를 절대로 바이올린 연주자로 바꾸려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또한 사람들의 약점에 대해 불평하지 말고, 늘 그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 강점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분야로 이끌라고 가르쳤다. 6.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연습 --- p.91
사실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내 생각에서 요점을 뽑아내 사명 선언문으로 바꾸고 내 인생을 의미 있는 ‘후반전’으로 이끈 사람은 피터였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 나는 여생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다시 피터에게 설명했다. 그는 잠시 침묵한 후 내 귀에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리는 말을 했다.
“밥, 자네의 사명은 잠자는 미국 기독교의 힘을 깨워 역동적인 힘으로 바꾸는 거야.”
그렇듯 그는 본질을 꿰뚫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묵혀둔 종잡을 수 없는 내 생각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확하게 끄집어내었다. 대다수 여론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0~85퍼센트는 자신을 그리스도인이라고 여긴다. (……)
모든 그리스도인이 신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도시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들이 동면에서 깨어나 활발히 움직인다면,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사람이 아니라 날마다 그들 자신이 교회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8. 생의 의미를 찾는 시간 --- p.119~120
피터는 교회의 건강과 역량은 높은 소명에 응답하는 조직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았다. “교회는 반드시 공동체를 이뤄야 해. 사회적으로 뭉친 공동체가 아니라 영적으로 뭉친 공동체 말일세. 구심점은 명령이지 선의가 아니야. 교회와 테니스 동호회는 달라. 그 차이는 교회만이 줄 수 있는 영적인 헌신에 있어. 교회는 서비스 조직이 아니란 말이지.”
피터는 교인들의 영적인 필요를 먼저 채우는 게 교회의 특별한 사명이란 말을 자주 했다. 그는 교회에 영적인 면이 없다면 제구실을 못한다고 느꼈다. 그는 ‘동호회 같은 기독교’의 죽음을 지적하며 주요한 사명을 저버린 교회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했다. 한번은 내가 교회를 섬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기 위해 피터와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가 아주 중요한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그의 조언을 거의 날마다 되새긴다. “기억하게.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게 아니고 자네는 노조가 아니야.” 10. 진정한 필요에 주목하라 --- p.143~144
피터가 쓴 편지의 일부를 공개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밥 자네가 나를 위해, 지난 15년여 내 인생의 세 번째 ‘후반’을 위해 해준 일에 깊이 감사하네. 자네와 자네 친구들을 통해 나는 노년에 새롭고 중요한 영감과 소망, 효용이 있는 초대형교회를 얻었어. 이것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자네는 상상하지 못할 걸세.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자네의 일에 작게나마 도울 수 있도록 기꺼이 허락해줘서 내가 큰 빚을 졌어. 자네가 보내준 무한한 신뢰와 우정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12. 유기체 관계에서 배운다 --- p.175
우리는 피터의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가 소망을 찾는 곳은 비영리 부문이다. 피터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조직은 비영리 기관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비영리 조직을 잘 운영하면 사람의 필요를 가장 잘 충족할 수 있고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아울러 이런 조직은 성취감과 시민 의식에 굶주린 자원봉사자들의 필요도 채워준다. 그는 초대형교회를 연구하면서 그 같은 점을 보았다. 그 점에서 피터는 사회를 구원할지도 모를 수단을 발견했다. 적어도 잘 운영되는 비영리 조직들과 협력하면 온전한 사회의 완성에 기여할 수 있었다.
14. 나의 결실을 다른 사람이 맺게 하라 --- p.188~189
절친한 친구이자 미 해군 항공모함의 선장인 에드 앨런 제독에게 배운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 그는 내가 하는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 해군을 움직이는 것은 캐터펄트야. 눈에 띄지 않지만 이것 덕분에 최대 중량 27톤인 F-14가 60미터의 짧은 활주로에서 하늘로 날 수 있어. 형은 항공모함이 아니야. 형은 전투기가 아니야. 형은 조종사가 아니야. 형은 전투기를 하늘로 띄우는 캐터펄트야.”
나는 앨런 제독이 말한 극적인 시각 이미지를 들으며 내가 관여한 모든 사역의 목표를 떠올렸다. 리더십 네트워크가 대형교회 리더들을 위해 하는 일, 내 책 《하프타임》 이 중년을 맞은 역량 있는 기업 리더들을 위해 하는 일, 드러커연구소가 기업, 사회, 공공 부문 리더들을 위해 하는 일, 모두 캐터펄트다.
피터는 나의 캐터펄트였다. 나는 사람들의 캐터펄트가 되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피터가 한 모든 일, 그가 쓴 모든 글은 사회는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고, 더 나은 세상과 더 인간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그의 깊은 확신에서 비롯되었다. 14. 나의 결실을 다른 사람이 맺게 하라
--- p.205~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