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랜드는 소비자 중심의 개념이다. 기업에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든 안 하든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든다. 다만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좀 더 쉽게 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만일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인식이 없다면 기업이 수립하는 브랜드 전략은 오히려 방해만 될 수도 있다.
류현진 선수로 돌아가 보자. ‘뛰어난 실력을 지닌 왼손잡이 투수’ 류현진 선수는 ‘코리언 몬스터’라는 꼬리표로 브랜드가 되었다. 코리언 몬스터라는 꼬리표는 본인이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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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열풍과 미샤의 예외적인 성공은 비선형적 현상의 좋은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사실 비선형적 현상 이면에는 감춰진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시장에서 진화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할 때 소형차는 작은 대신 값이 비싸지 않은 차로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구입하게 된다. 그러나 미니는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하며 기존 시장에는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BMW는 미니를 디지털 세대와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작은 고급차’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소형차의 강점과 중대형차의 강점을 아우르는 제품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작은 차체, 넓은 실내(small outside, bigger inside)의 골조로 대중차 설계를 시작해 앞바퀴 굴림 방식, 가로배치 직렬엔진 탑재 등 당시의 신기술과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결과 미니는 소형차의 깜찍함과 중대형차의 고급스러움을 모두 갖춘 ‘작은 고급차’로서,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찾아 진화를 만들어냈다.
미샤 또한 2002년 런칭 시점에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을 찾아 화장품 업계의 진화를 이끌어내게 된다. 흥미롭게도 미샤는 기존 화장품 시장에 없던 새로운 제품으로 진화를 이끌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유통 전략을 통해 진화의 사이공간을 만들어냈다. 당시 화장품 브랜드들의 유통구조는 백화점 등 고가의 고급브랜드를 판매하는 단독 직영매장 형태와 여러 저가화장품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는 영세한 규모의 대리점 형태로 나뉘어 있었다.
미샤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단독 직영매장을 운영하여, 기존의 백화점 고가브랜드 샵과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대리점 사이에서 ‘사이공간’을 만들어 냈다. 즉,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과 고급스러운 서비스는 받을 수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운 고가의 브랜드샵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대리점의 유통채널 사이에서, 미샤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영 매장을 최초로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서 진화를 만들어내는 전략은 제품 자체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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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하는 정도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살 수 없다. 시장, 브랜드, 그리고 소비자를 잇는 통합적이고 유기적인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시장에서의 진화 전략, 브랜드의 꼬리표 전략, 소비자의 되먹임을 유발하는 전략, 그리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브랜드의 창발을 만들어가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브랜드3.0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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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3.0 패러다임의 핵심은 브랜드 환경의 심층기반에서 일어나는 변화로부터 발생한 비선형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려는 새로운 사고의 틀이다.
우리는 앞서 미니와 미샤 브랜드 사례를 통해 그러한 가능성을 보았다. 복잡함을 복잡한 그대로 보고 무질서한 현실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고, 본질 그 자체를 직시해야 함을 알았다. 그래야 현상의 살아있는 본래 모습 그대로를 알 수 있다. 그래야 새로운 사고의 틀로 ‘살아있는 진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알게 된 비선형적 현상의 본질은 세 가지 차원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시장 차원이다. 변화된 시장은 열린 시스템이고, 열린 시스템에서는 무질서해 보이는 복잡한 현상이 일어나며, 그 이면에는 숨겨진 일정한 패턴이 있다.
둘째, 브랜드 차원이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유기체이고, 시장에서의 진화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발한다.
셋째, 소비자 차원이다. 소비자는 브랜슈머로서, 스스로 정보를 만들어 공유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비선형적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 세 가지 본질적 차원의 공통분모는 ‘소비자 상호작용’과 이를 통한 ‘브랜드 창발’이 다. 따라서 브랜드3.0 전략에서는 소비자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을 밝혀 브랜드의 창발을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의 본질이 왜곡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브랜드 전략과 만나야 한다. 그것이 브랜드3.0전략이다. 비선형적 현상의 본질, 즉 숨겨진 이면을 밝히는 브랜드3.0 전략의 핵심 개념은 시장에서의 진화, 브랜드의 꼬리표, 그리고 소비자의 되먹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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