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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서

바다 한가운데서

: 포경선 에식스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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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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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88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040492
ISBN10 899504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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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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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한영탁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대한일보, 조선일보, 합동통신 외신부 기자, 리더스 다이제스트 편집장을 거쳐 세계일보 국제부장, 논설 위원을 역임했다.

역서로는 『나의 사랑 버지니아 울프』『바다와의 사투 280일』『디베트에서의 7년』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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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 24일째인 12월 15일까지 무풍상태가 계속되었다. 바람이 죽은 상태에서도 체이스의 보트엔 물이 더 많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물이 새어 들어오는 곳을 찾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뱃머리 쪽 바닥 마루판을 들어내고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배의 바로 밑창인 용골 옆의 널판 한 장이 느슨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들이 에식스호 갑판에 있었더라면 보트를 간단히 뒤집어 놓고 쉽게 못을 박아 고정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망망대해에서 보트의 아래쪽을 손볼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니커슨이 '보트 의사'라고 표현했을 정도인 체이스조차 수리할 방도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스물한 살의 키잡이 벤저민 로렌스가 한참 생각하더니 한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자기가 허리에 로프를 묶고 손에 도끼를 들고 배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겠다는 제안이었다. 체이스가 배 안쪽에서 망치로 못을 박을 때 자기가 도끼를 널판의 바깥쪽의 대고 있겠다는 애기였다.
--- p.158
코핀은 죽기 전에 자기 어머니에게 전하는 이별의 말을 했고 폴라드는 만약 자기가 살아서 낸터컷으로 돌아가면 그 말을 전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코핀은 제비를 뽑은 건 공정했다고 친구들을 안심시킨 후 돌아서서 뱃전에 머리를 얹었다. '그는 빨리 처치되었다. 그는 곧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 p.227
체이스와 로렌스, 그리고 니커슨이 상선으로 기어 올라가려고 시도 했을 때 그들은 그만한 힘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사람은 상선의 선원들을 쳐다보았다. 두개골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는 그들의 눈은 유난히 커 보였다. 벗겨지고 헌데로 덮인 그들의 피부는 더러운 헝겊처럼 뼈대에 달라붙어 있었다. 월리엄 크로지어 선장은 후갑판에서 표류자들을 내려다 보다가 너무나 비참하고 애처러운 생존자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
--- p.241-242
이튿날 아침에도 짙은 구름이 그대로 앞쪽에 남아 있었다. 시련이 며칠이면 종말을 고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열 다섯 살의 니커슨에게는 그 기대가 가져다주는 긴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였다. 그는 보트 안에 찬 물을 퍼내다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더니 곰팡이가 핀 캔버스를 덮어쓰면서 동료들에게 '당장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캔버스를 덮어쓴 그의 모습은 마치 시체를 하얀 시트로 덮어둔 것처럼 보였다. 체이스는 조난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 나는 그가 자포자기 상태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에게 위안이 되고 용기를 갖게 할 몇 마디 말을 해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체이스 자신에게는 그렇게 쿤 도움이 되었던 어떤 논리도 실의와 자절감에 빠진 니커슨의 마음을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 p.237-238
'이제 우리는 마음속에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한 생존자는 전했다. '그러나 차마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이윽고 가장 나이가 어린 열여섯 살짜리 찰스 램스델이 입에 올리기 무서운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비를 뽑아서 죽을 사람을 결정하자고 말했다.
--- p.224
그들은 피가 흥건한 흉곽에서 토머스의 심장과 간, 콩팥을 들어냈을 것이다. 그리고는 등뼈, 갈비, 골반에서 살을 잘라내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찌 되었건, 그들은 보트 바닥 위에 넓적한 돌판을 놓고 불을 피워서 사람의 내장과 살코기를 구워 먹기 시작했다고 폴라드 선장은 보고했다. 처음 사람의 고기맛을 보자 굶주림의 고통이 완화되는 대신에 더 먹고 싶은 욕구만 더욱 강렬해졌다. 오랫동안 활동을 중지하고 있던 사람들의 뱃속은 소화액이 꾸르륵거리고 입안에는 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더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시장기가 더해졌다.
--- p.211~212
'그 일이 있은 뒤 오랫동안 우리는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채 우울한 표류를 할수 밖에 없었다'고 체이스는 기술했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데서 오는 위안감도 잃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더해주었다 '
다음날도 강풍과 비가 계속되었다. 체이스는 남은 식량을 점검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의 엄격한 감독 덕택에 아직도 꽤 많은 건빵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54일단 항해했지만 그들이 후안페르난데스 섬에 닿으려면 1,920킬로미터를 더 가야만 했다.
--- p.199
그 순간 그는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분노와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환영을 보게 되었다. 고래는 흉터투성이의 머리를 반쯤 수면 밖으로 내놓고 꼬리로 물을 쳐서 40피트가 넘는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보통때보다 두 배나 빠른, 적어도 시속 6노트나 되는 속도로 배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다. 만약 고래가 또 한번 배를 들이받으면 배가 부서져 버릴 게 뻔하다는 생각이 체이스의 머리 속으로 번개처럼 스쳐갔다.
--- p.98,---pp.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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