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연과 순치(脣齒)의 관계이다. 자연은 인간에게 경외(敬畏)의 대상이자 순치(順治)의 대상이다. 인간에게 자연은 역치(逆治)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의 근본이 나라의 근본이라고까지 여겨왔을 만큼 자연을 다루는 것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풍수지리의 근본이 되는 중심 사상은 자연회귀·모태사상(母胎思想)이다. 어머니의 품과 같이 아늑하고 안온하며 포근한 곳을 찾아, 그곳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발로인 것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자연의 이러한 곳을 길국·길처로 여기며, 인간은 그러한 곳에 뿌리를 내려 살고 묻히고자 한다.
주변의 용세와 수류가 명당혈처로 흘러 들어 모이는 정기를 장풍득수(藏風得水)라 한다. 명당보국처는 양순한 바람을 모으고, 길한 물이 흐르며, 양명한 터전을 품고 있는 곳인데, 결국 그 형국이 모태와 같은 곳을 으뜸으로 치고 있음을 말한다. 따라서,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양택·음택의 명당보국처는 바람길·물길·사람길이 순행하고, 양명한 정기가 후손과 동기감응(同氣感應)을 이루는 곳이다.
그리고, 용사의 세나 보국이 이루는 음양과 화(火)·수(水)·목(木)·금(金)·토(土)의 오행의 의미로 음양오행상생상합(陰陽五行相生相合)의 정도를 헤아려 길흉화복을 예견하기도 한다.
명당보국처는 크든 작든 길국처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후대 발복운이 매우 길한데, 이는 명당지에서 천리(天利)·지리(地利)·인리(人利)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택에 있어 장구한 세월을 이어 오는 명산대찰이나 고택·종택·궁궐터 등은 길택지이고, 폐사·폐가·폐옥이 된 터는 흉택지이다.
예를 들어, 경남 의령 담안마을 일대는 양명한 정기가 모인 산천지세와 더불어, 재물을 상징하는 의령 남강 합수처에 솥뚜껑을 닮은 바위인 정암(鼎岩, 솥바위)이 결기의 중핵으로 강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더더욱 부와 재물의 기운이 응결된 길택지이다.
알려진 대로 정암 주위 반경 20리 이내에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효성·LG·한진그룹 등 국내 굴지 재벌 회장들의 생가가 자리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음택명당지처로 구리 동구릉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健元陵)이나 동작동 이승만 전 대통령 묘 등은 생기가 왕성한 오행상생상합의 왕방혈(旺方穴)로 대단한 음택혈지이다.
또, 강원도 삼척 미로면 소재 ‘준경묘·영경묘’ 주변의 능림은 금강 송림이 원시림 상태로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명산림이며, 동시에 묘혈 또한 천하 명당명혈처로 풍수지리 명당보국처의 규범(規範)이라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무자손천년향화지지(無子孫千年香火之地)라는 전북 김제시 만경읍 소재 성모암(聖母庵) 위쪽의 진묵대사(震默大師, 1562년생) 모친 묘라든가, 경기도 구리 소재 명성황후 민비의 부친인 민치록 묘, 충북 병천의 암행어사 박문수(朴文秀) 묘, 경남 고성의 옥천사(玉泉寺), 충남 예산군 신안면 용궁리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고택, 대구 팔공산 용주마을의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충북 괴산 청천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이장묘,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고려 호장 한산 이씨 선조묘, 그리고 태조 이성계 의 기도 도량처로 알려진 경남 남해 보리암의 이씨기단(李氏祈壇) 등이 유수의 명당명혈지처로 알려져 있다.
길국의 명당보국처는 풍수지리의 문외한이라도 가서 보면 명당명지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러나, 명당보국처는 사실 자연이 감추고 있는 은장지지처(隱藏之地處)이다. 그래서 인성이 악하고, 적선 공덕이 박덕(薄德)한 자에게는 하늘이 눈을 가려 보이지 않게 하는 특성이 있다. 3대에 적덕(積德) 선행을 해야 명당이 보여 그것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적덕을 쌓고 지안을 갖춘 명지사를 만나 은장지지처를 찾을 때 비로소 명당명혈처의 득지(得地) 3요소가 성립되고, 명당의 기운이 그 효험을 발하게 된다.
명당지지처는 천리(天理)·지리(地理)에 순응하고, 인리(人理)를 다하고자 부단히 노력할 때 바로 얻어지는 것으로, 바로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여기 소개하는 명당풍수관산 사례는 혈기론(穴氣論)에 입각한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다분히 내재(內在)된 것으로, 이기론(理氣論)이나 물형론(物形論)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일부의 견해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밝혀 둔다.
한편, 현재 조경설계·계획·시공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110여종의 조경수목에 대한 특성과 용도를 아울러 수록해 상생풍수조경 연구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리고, 명당풍수관산과 상생풍수조경에 대한 보다 상세한 이해를 얻고자 하면 일진사 에서 발행한 『한국 생활풍수와 조경』을 참고하기 바란다.
2006년 병술 여름
중곡동 우거(寓居)에서
書問 李大雨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