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혜숙 (ruru100@yes24.com)
`17세기 프랑스의 동화 작가 샤를 페로'를 아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지만,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빨간 모자」, 「장화 신은 고양이」의 저자라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위 작품들은 샤를 페로의 순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예로부터 내려온 프랑스의 전래 동화지만 샤를 페로는 당시 천대 받고 폄하되던 옛이야기를 깔끔하고 자연스런 문체로 정리해 냄으로써 옛이야기를 다듬었고, 보다 폭넓은 계층이 읽을 수 있는 문학으로 재창조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전래 동화는 샤를 페로의 작품에서 이어져 내려온다.
『샤를 페로가 들려 주는 프랑스 옛이야기 』는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페로의 동화집 『교훈을 곁들인 옛이야기』에 수록된 여덞 편의 이야기인「잠자는 숲속의 공주」, 「빨간 모자」, 「푸른 수염」, 「장화 신은 고양이」, 「작은 유리 구두」, 「요정들」, 「고수머리 리케」, 「엄지동자」를 원문 그대로 완역한 그림책으로 페로의 간결하고 자연스런 문체를 읽기 좋게 잘 살렸다. 각 이야기의 성격에 따라 3명의 작가가 부드럽게 정돈된 파스텔 톤, 다소 거친 수채화 톤, 밝고 선명한 혼합 톤의 그림으로 나누어 그려서 각 이야기가 지닌 느낌을 잘 살려낸다.
페로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옛이야기의 함축성을 배제한 채 도덕성만 강조한다는 비판의 소리도 있긴 하지만 애초 페로의 목적이 어린이에게 교육을 주기 위함이고 보면 오히려 300여년 전 작가가 들려주는 교훈에 좀 더 귀기울여 볼 만하다. 페로의 문체를 감칠맛 있게 살려낸 완역본도 재미있지만 각 이야기 말미에 아이들에게 타이르는 투로 페로가 직접 쓴 교훈이 오히려 눈에 띄는데 시대를 초월하는 가르침을 배우는 한편으로, 당시에는 옛이야기 속에서 어떠한 교훈을 유추해 냈는지 살필 수 있어 흥미롭다.
예를 들어 「장화신은 고양이」를 통해 젊은이에게 재치와 능력의 가치를 일깨우는 한편으로 페로는 단정한 용모의 중요성을 말한다.
“교훈: 방앗간집 아들이 한눈에 공주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때로는 단정한 복장이나 외모가 사랑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백년 동안 계속 잠을 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에서 페로는 훌륭한 배우자를 만나려면 기다릴 줄 아는 인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교훈:...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결혼의 신이 맺어 주는 인연은 늦게 찾아온다고 덜 행복한 것이 아니고, 또 기다린다고 잃는 것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성급하고 초조하게 결혼을 원하기 때문에 나는 이런 교훈을 설명할 힘도, 마음도 없습니다.“
늑대에게 잡아 먹힌 빨간 모자 소녀 이야기의 교훈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교훈: 예쁘고 친절한 소녀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생각 없이 따르다가는 큰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늑대는 당연히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하지만 늑대가 다 똑 같은 것은 아닙니다. 지금 내가 말하려는 늑대는 깔끔하고, 수선스럽지도 않습니다. 또 불쾌한 행동을 하거나 벌컥 화를 내지도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온순하고 친철하기까지 해서 소녀들은 태연히 그 늑대를 따라 집안까지 들어갑니다. 이 친절한 늑대야말로 늑대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늑대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옛이야기에서 페로는 성적 도덕성, 착한 마음씨, 똑똑하고 지적인 태도의 중요성 등을 이야기하는데 시대를 관통하여 보이는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걱정과 염려마저 느낄 수 있다.
『샤를 페로가 들려 주는 프랑스 옛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지만 어느 나라, 어느 작가의 작품인지 헛갈리던 옛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정리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 300여년 전 사회에선 어떠한 가치관이 있었을까 살펴보면서 읽으면 샤를 페로가 주는 교훈이 한결 새롭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