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정신 분석]이라는 용어는 무의식적 정신생활과 관련된 새로운 발견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고수되었다. 즉 억압된 본능적 충동이나 감정 그리고 환상에 대한 연구만이 정신 분석이라는 것이다. 아동이나 성인이 외부 세계에 적응하는 문제나 건강과 질병, 미덕과 악덕과 같은 개념의 가치에 대해서 정신 분석은 그에 합당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 분석은 오로지 성인기까지 지속되는 유아적 환상이나 상상적 만족, 혹은 이에 대한 응보로 받아들여지는 징벌로 그 연구 범위를 한정해야 했다. 들어가며_11~12쪽
한스는 어머니를 사랑했고 질투 때문에 아버지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으나, 이는 이차적으로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따스한 사랑과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러한 공격적 충동이 한스의 거세 불안 ─ 이를 한스는 객관적 불안으로 경험했다 ─을 유발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방어 기제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한스의 신경증이 동원한 방법은 [전치] ─ 아버지로부터 불안을 일으키는 동물로 ─ 와 [역전] ─ 자신의 위협을 아버지의 위협으로 ─ 이었다. 다시 말해서 한스는 역전을 통해 아버지를 위협하는 것을 아버지에 의해서 위협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 상황의 왜곡을 마무리 짓기 위해 구강적 수준으로의 [퇴행] ─ 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 이 일어났다. 6장 환상에서의 부인_98쪽
나는 집 초인종을 맹렬하게 울려 대는 습관이 있었던 한 소년을 기억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소년은 왜 종소리를 듣지 못하고 이리도 늦게 나왔느냐고 하녀를 소리 높여 비난하곤 했다. 초인종을 누르고 화를 내는 그 사이에 소년은 사려 깊지 못하게 종을 크게 울려 댄다고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꼈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비난할 틈을 주지 않고 하녀를 꾸짖었던 것이다. 꾸짖음 ─ 이는 일종의 예방 수단이었다 ─ 의 맹렬함은 그가 느꼈던 불안의 강도를 보여 준다. 이때 공격성은 대체물이 아니라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바로 그 사람을 향했다. 공격하는 사람과 공격받는 사람의 역할 역전이 이 사례에서는 논리적 귀결을 따른 것이다. 9장 공격자와의 동일시_149쪽
자아가 자신이 동원하는 방어 기제들을 고안해 내는 데 있어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 기제들에 대해 연구하면서 우리는 자아의 엄청난 위업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신경증 증상의 존재 자체가 그동안 자아가 압도당해 왔다는 징후며, 억압된 충동의 모든 귀환 및 그로 인한 타협 형성은 방어 계획이 실패했고 자아가 패배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방어 수단들이 그 목표를 달성할 때 자아는 승리를 거둔다. 즉, 방어를 통해 불안 및 불쾌의 발달을 제한함으로써 자아가 본능을 변형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고, 동시에 상황이 어려울 때조차 본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수단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이드, 초자아, 그리고 외부 세계 세력들 간에 가장 조화로운 관계가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결론_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