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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調書

: 정신병원 또는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54이동
리뷰 총점7.7 리뷰 33건 | 판매지수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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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3쪽 | 470g | 132*224*30mm
ISBN13 9788937460548
ISBN10 893746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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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거대 문명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왜소한 인간 존재에 관한 상세한 조서(調書)"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역자 : 김윤진
서울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문학번역원에 재직하면서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등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 『불문학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 연구』 등이 있으며, 역서 『프랑스 낭만주의』 외, 「번역의 손실과 보상」, 「충실치 못한 미녀들과 프랑스 고전주의」, 「문화의 충돌과 번역의 문제」 등 여러 편의 논문을 낸 바 있다.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김정희(candy@yes24.com)
10월 중순경 방한했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설가 르 클레지오. 그의 방한과 시기를 맞추어 『우연』, 『성스러운 세 도시』 등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던 그의 소설들이 출간되고 있는 가운데, 민음사에서는 1989년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던 『조서』를 세계문학전집 54번째 책으로 새롭게 번역해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조서』는 르 클레지오가 1963년에 발표한 처녀작으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함께 현대 프랑스 소설 최고의 문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르 클레지오는 스물 세 살 때 쓴 이 첫번째 작품으로 르노도상을 수상하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조사한 사실을 기록한 문서'라는 뜻의 제목이지만, 언제 누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이 책을 통해서 구할 수 없다. 단지 최초의 인간 아담과 태양의 신 아폴론의 이름을 조합한 듯한 `아담 폴로'라는 이름의 사내가 세계와 엄청난 불화를 겪고 있다는 뭉뚱그려진 이미지만 떠오를 뿐이다.

“자신이 탈영을 했는지 아니면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왔는지 잘 모르는” 아담 폴로는 산 언덕에 버려진 집에서 마치 이미 죽어 버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집 근처에 있는 해변에 갈 때에도 사람을 피해 외진 곳을 찾으며, 어쩌다 한번 시내에 간다 하더라도 개를 뒤쫓거나 생필품을 사러 갈 때가 전부이다. 그가 만나는 사람은 미셸이라는 한 여자밖에 없으며 그녀가 세계와의 미약한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다.

아담 폴로의 시선으로 접하게 되는 세상, 결과적으로 르 클레지오라는 작가의 머리와 손을 통해 구현되는 세상은 매우 낯설다. 한 컷 한 컷 단편적으로 끊어지거나 논리적 연결 없이 길게 이어지는 대화, 중간중간 삭제된 행들, 인쇄된 신문 기사의 삽입, 찢어진 광고지, 카메라의 줌-인, 줌-아웃 기법처럼 정상적인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물의 물질성을 극도로 확대해 드러내거나, 그와 반대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축소되어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 이 모두는 “밤이 되면 어두워진다”같은 인과율이 지배하는 견고한 현실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방한하여 국내 문학 관계자들과 인터뷰할 때 “프랑스와 문화가 아주 다른 한국에서 제 소설을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리라 짐작했다.”는 그의 말마따나, 소위 팬카메라(stylo-camera) 기법으로 극대화된 사실주의적 서술 방식을 통해 제시되는 그의 작품에 온전히 몰입하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종종 경험하게 되는 작가와 독자, 작중 인물이 일치하는 한 순간-예를 들면 정신병원에 끌려간 아담 폴로가 갑자기 말을 잃게 되는 극적인 장면이랄지- 그 찰나의 느낌이 주는 강력한 인상은 재독할 가치를 높인다.

이 책 뒤에 있는 작품 해설에는 합리주의적 이성으로 자연, 인간과 세계를 재단하고 위장하는 괴물과도 같은 거대한 체계로서의 서구 문명 사회가 안고 있는 한계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고 『조서』를 소개하고 있다. 읽고 나면 이러한 주제에 대한 상이 다가오며, 아닌 게 아니라 그 모호한 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다시 한번 꼼꼼히 읽겠노라는 다짐이 든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무더운 여름의 어느 한때 한 사내가 열어젖힌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 키가 무척 크고 등이 구부정한 그 사내의 이름은 아담, 아담 폴로였다. 거지 행색의 그는 방 귀퉁이에서 거의 꼼짝도 않고 몇 시간이고 앉아 사방에서 햇빛의 반점들을 찾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팔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보통은 되도록 몸에 닿지 않도록 늘어뜨려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병든 짐승들, 교활해서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선, 위험을, 땅바닥에 바싹 붙어 다가오는 위험을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그 위험과 맞닥뜨리면 바싹 움츠려 자신의 몸을 감추는 짐승들 같았다. 활짝 열린 창문 앞 긴 의자 위에 길게 누운 그는 웃통을 벗고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시선은 대각선 방향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이라곤 땀에 절고 색이 바랜 베이지색 바지뿐이었고 그것도 무릎 높이까지 걷어올리고 있었다.
--- pp.13-14

'그래, 난 정말이야. 게다가 넌 될 대로 되라는 식이야. 왜냐하면 결국은 다 마찬가지가 되고 마니까. 나는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 중요한 것은 항상 글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자유롭지 못한다고 느끼거든. 자기가 바로 자기 자신인 양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사람은 더 잘 뒤섞이는 것이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거야. 제 2, 또는 제 3이나 제4의 인자, 그리고 그 망할 제 1의 인자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지. 알아들어?'
--- p.49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그놈의 정신병리학뿐이군 - 내말은 - 이제 이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소. 다 끝이야. 당신들은 당신들이고 나는 나요. 더 이상 내 입장에 서려고 애쓸 것 없소. 나머지는 다 하찮은 것이니까. 나는 지겨워요, 그리고 - 제발 부탁하건대, 더 이상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 난, 나는 창피한 말이지만 -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그런 얘긴 꺼내지 마시오……
--- pp.336-33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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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와 누보로망의 세례를 받은 르 클레지오는 『조서』에서 타락한 일상 언어를 복구하고 진정한 삶의 본질을 표현하는 힘을 언어에 불어넣는 마술과도 같은 작업을 보여 준다.
- 스웨덴 한림원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
인류와 자연의 관계, 인간과 우주의 본질적인 통합에 관해 깊이 사고하는, 우리 시대 유일한 소설가.
- 《르 몽드》
그의 문학은 침략하는 문학이 아니라 탐색하는 문학이다. 그러나 르 클레지오는 몽상가가 아니다. 그는 고발하고 투쟁하고 도전하는 작가다.
- 《마가진 리테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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