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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뉴욕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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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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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632g | 140*210*30mm
ISBN13 9791158790196
ISBN10 1158790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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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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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선을 타고 23번가에서 내린 잭 리처는 제일 가까운 계단이 폴리스라인으로 막혀 있음을 발견했다.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테이프가 양쪽 난간 사이에 가로질러 묶인 채 지하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폴리스라인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었는데, 어차피 리처는 그럴 마음이 없었다. 그는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나가고 싶었다. 비록 나가기 위해서는 계단에 들어서야 했지만 말이다. 언어적으로 꽤나 복잡한 문제다. 그런 면에서 그는 경찰들을 동정했다. 그들에게는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각각의 테이프가 없다. 예컨대, ‘폴리스라인 나갈 목적으로 들어오지 마시오’ 같은.
그래서 리처는 돌아서서 플랫폼 절반가량을 걸어 다음 계단으로 향했다. 여기도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폴리스라인 들어오지 마시오.’ 떠난 기차가 남긴 기류에 약하게 퍼덕거리는 파란색과 흰색의 테이프.
이상한 일이었다. 그는 첫 번째 계단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졌다거나, 계단 금속 부분이 휘어졌다거나, 아니면 뭔가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다른 문제. 하지만 계단 둘 다라면, 아니다. 양쪽이 한꺼번에 그럴 리는 없다.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위쪽의 인도가 문제일지도 모른다. 한 블록 전체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교통사고, 버스 사고가 났을까? 아니면 고층 건물에서의 투신자살? 차량 총격이나 폭탄 테러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도가 온통 피에 젖고 시체들이 흐트러져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자동차 부품이. 또는 두 가지 다.
---「리 차일드,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중에서

프리실라는 살날이 겨우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신경질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의사의 잘생긴 얼굴에 떠오른 충격을 본 그녀는 손을 내저어 그의 걱정을 날려버리고, 막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농담을 들은 네 살짜리 아이마냥 깔깔거렸다. 유치원 교사인 만큼 그녀는 네 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농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똑똑. 거기 누구 있어요?
난 없어요!
물론, 그녀는 희귀하고, 악성이며, 빠르게 사망하는 암에 걸려 있었다.
이상할 것도 없지! 딱 그런 재수 없는 한 주였다. 재수 없는 달. 재수 없는 해. 죽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 않겠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정신없이 웃어댔다.
그녀가 마침내 초반의 히스테리에서 벗어나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자, 의사는 티슈 상자와 길고 얇은 노트패드를 건넸다. 그녀는 둘 다 받아들고는, 코를 풀면서 노트패드를 들어 보였다. “이건 뭐예요?”
“어떤 환자분들은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싶어하더군요.”
“어휴, 세상에.” 그녀는 눈을 굴려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책상에다 이런 노트패드를 한 묶음 넣어두고 계시는 거예요? 참 살기 힘드시겠다! 인생의 궁극적인 할 일 목록 같은 거 말씀하시는 거죠? 바나나 살 것, 너무 익지 않은 걸로. 세탁소에서 옷 찾아올 것, 하지만 찾아다 뭐하겠어요? 그리고 대용량 세제 따위는 이제 안녕이네요.”
그녀는 깔깔거리며 동시에 흐느꼈다.
“죽기 싫어요, 샘!” 그녀는 오랫동안 그의 환자였다. 그는 정기 검진과 응급 상황에서 그녀를 봐왔다. 그녀는 오래전에, 만약 그가 그녀를 성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른다면 자기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저 아직 장례비 선납 할부도 시작 안 했다고요!”
그는 웃지 않았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이젠 선납할 시간도 별로 없겠네요. 그렇죠?”
“그래요.” 그는 더욱 부드럽게 말했다.
“웃기네요, 안 그래요?”
“아뇨.”
“웃기다니까요. 전 버킷리스트에 딱 한 줄밖에 없는 여자가 될 거예요.”
“뭔데요?”
“오래 사는 거.”
그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낸시 피커드,진실을 말할 것」」중에서

스타크는 84번가 서쪽으로 달려갔다.
야망 넘치는 투기세력들이 낡고 오래된 지역에다 에드거 앨런 포 스트리트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갖다 붙였다. 그는 신호를 무시하고 리버사이드 드라이브를 가로지르며 다가오는 버스를 향해 손가락 욕을 날렸고, 택시운전사에게도 험상궂은 표정을 지어 그 남자가 앞좌석에 앉아 있는 독일 셰퍼드 발치에 놓인 타이어 지렛대를 꺼내게 만들었다. 1981년 겨울, 뉴욕의 삶은 이미 팍팍했고 도시가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없을 것 같은 시기에 스타크는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리버사이드 파크로 진입해 아스팔트길로 꺾은 다음 한 어린아이를 겁주고 커다란 바위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바위는 리버사이드 드라이브를 가로지르는 아파트 건물 4층 높이였다. 그는 누군가가 훔쳐서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낡은 철문 옆에 앉아 허드슨 강을 바라보았다.
도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돈이 가득 든 여행 가방을 들고 별 4개짜리 바하마 호텔에 틀어박히는 것은 훌륭한 도피다. 일이 잘못되어 여자가 당신 몫까지 챙겨 도망쳤고, 당신을 본 목격자가 있다면, 그건 최악의 도피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다른 건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충동적으로 강도짓을 했다가는 감옥이나 영안실로 직행할 터였다. 그러니 이 바위에 앉아서 경찰이 잡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때 낡은 철문이 옆으로 미끄러지더니 죽은 사람처럼 퀭한 장발의 남성이 철문으로 덮여 있던 구멍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는 문 위에 걸터앉아 강을 쳐다보면서 연필을 깎고는 낡은 가죽 공책위로 무언가를 휘갈기기 시작했다.
“여기 오래 있을 거요?” 스타크가 물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죠?”
“내가 좀 혼자 있게 언제 꺼져줄 거냐고?”
슬픔에 잠긴 어두운 눈동자가 스타크의 거칠고 상처 난 얼굴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눈동자는 그의 옷차림을 살폈다. 한쪽 무릎이 살짝 찢어진 바지, 가벼운 군화, 땀에 젖은 개버딘 재킷 아래로 불룩이 솟은 권총 혹은 튼튼한 가슴 근육.
“내 생각엔 7~8시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선생님은요?”
스타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허드슨 강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신이 쇠약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포입니다.”
“뭐가?”
창백한 남자가 앙상한 손을 내밀며 다시 말했다.
“포. 제 이름이요. 에드거 앨런 포. 선생님은요?”
---「저스틴 스콧 , 더할 나위 없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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