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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그날의 기록

세월호, 그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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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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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700쪽 | 860g | 153*225*35mm
ISBN13 9791195716005
ISBN10 1195716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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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여전히 안전보다 돈이 중요한 안전불감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기록
도서1팀 김도훈 (사회 정치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6-03-30

왜 다시 세월호인가

다시, 4월이다. 벌써 2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침몰하는 배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던 시간들.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라앉은 사건이라는 목소리로 가득했지만,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을까? 다시 배가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해도 2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씁쓸하다. 여전히 안전보다는 돈이 더 중요한 세상. 그래도 무작정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은 하지 않을 게다.

지난 2년 동안 진실을 밝히려는 다양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정작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하려는 시도는 정치적 시빗거리와 편가르기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왜 아직도 노란 배지를 달고 다니냐고, 이제 그만 이야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도 그날의 기록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전히 대한민국은 불안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세월호를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월호, 그날의 기록』은 온전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만들어졌다. 별도의 조사를 시도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방대한 기록과 자료를 분석하고 재구성한, 거대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당시 승객들의 문자와 휴대전화 속 영상 기록을 비롯해 구조 통신기록, 감사 자료, 재판 기록과 증언 등의 자료를 토대로 가감 없이 그날을 재현해냈다. 당시 세월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침몰할 때까지 101분 동안 선장과 선원들은 무엇을 했는지, 해경과 지휘부는 무엇을 했는지, 선장과 선원들을 도주시킨 해경이 배에 갇혀 있는 승객들은 왜 못 구했는지 추적했다. 승객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존자들은 어떻게 살았고 희생자들은 왜 희생되었는지, 배는 왜 침몰했는지, 우연한 사고였는지, 그리고 사고가 날 때까지 세월호와 청해진해운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일을 했는지.

당시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 기관장을 포함한 간부 선원들은 일찌감치 모여서 기다리다가 해경이 도착하자마자 도망치고 말았다. 일부 선원만 남아서 끝까지 배를 지켰을 뿐이다. 침몰하던 순간 멀찌감치 떨어진 123정은 어선들은 향해 철수하라고 방송하며 지켜만 보고 있었고, 어선들은 위험을 감수한 채 세월호에 달라붙어 한 명이라고 더 구하려고 끝까지 안간힘을 썼다. 승객들은 위급한 상황 속에서 서로 위로했고, 친구를 살리기 위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의 행동은 왜 이렇게 달랐고, 그 차이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방대한 기록을 토대로 세 가지 물음을 던진다. “왜 못 구했나.” “왜 침몰했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 배, 어떻게 태어났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구할 수 있었다고. 구조할 시간도 구조할 세력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구조 계획과 책임자가 없었던 것뿐이라고. “이것은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다.” 소설가 박민규의 외침은 그날의 생생한 기록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 다시 읽는 그날의 기록

2년이 지났다. 그 사이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진실 규명 활동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다양한 청문회와 재판이 계속 됐지만 서로 입을 맞춰 은폐하는데 급급했고, 여전히 유가족들은 깊은 상처와 아픔을 겪고 있다. 그날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지만 진실이 바로 규명될 때 비로소 또 다른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법. 진실 규명조차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날의 기록을 낱낱이 밝히는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상당하다. 배 안으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온 이후 사람들의 손과 손으로 구조된 다섯 살 권 양이 10년 후에 읽어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책을 만들겠다는 기록팀의 희망대로, 우리는 이 책을 결코 부끄럽지 않은 기록으로 읽을 것이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배가 왼쪽으로 확 기울어졌다. 양승진 교사의 몸이 붕 뜬 채 안내데스크 옆 로비 출입문을 순식간에 통과해 갑판 밖 바다로 떨어졌다. 소파에서 쉬고 있던 화물차 기사 심상길 씨도 밖으로 튕겨나갔지만 가까스로 갑판 난간에 매달렸다. 근처에 있던 학생 몇 명도 정○○이 있는 출입문 밖으로 떨어져 난간에 부딪혔다. 소파는 갑판에 떨어져 있던 학생들에게 달아들었다. 정○○ 학생이 소파에 깔려 정신을 잃었다.--- p.60

9시 33분, 청해진해운 기획관리팀장 김재범은 국가정보원 인천지부 항만보안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킨 유일한 행동이었다.
“세월호 남해안 진도 부근에서 선체가 심하게 기울어 운항을 못 하고 있습니다. 내용 파악 중에 있는 상황입니다.”
9시 38분, 김재범은 국가정보원 담당자에게 다시 한 번 문자를 보냈다. “세월호 부근에 해경 경비정과 헬기 도착.”--- p.76

같은 시각, 청해진해운 제주지역본부 박기훈이 김정수에게 전화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니 화물에 대해서 마감 상태를 점검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김정수가 답했다. “안 그래도 우련에 점검하라고 했어.” 9시 43분, 박기훈이 다시 전화를 걸어 김정수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화물량 다운시켰습니까?” “응, 조치했어. 그쪽(제주지역본부) 분위기가 어때?” “아직은 조용합니다.”--- p.76

9시경, 조기수 박성용이 가까스로 전화를 받았다. 기관장 박기호였다. “기관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 탈출해라, 기관실에 있지 말고.” 전화를 끊고 박성용이 문 쪽으로 가며 소리쳤다. “야, 빨리 나가야 해.” 조기수 이영재도 문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p.77

세월호가 “승객들을 탈출시키면 구조가 바로 되겠느냐”고 묻자 진도VTS 센터장 김형준은 서해해경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었다. “세월호에서 승객 퇴선 여부를 묻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전화를 받은 이상수는 상황실장 김민철에게 보고했고, 김민철은 상황담당관 유연식에게 다시 물었다. 유연식은 “퇴선 여부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선장이 판단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p.109

해경 123정 대원 이형래는 곧장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5층 갑판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으로 갔다. 구명뗏목이 있는 5층 갑판까지 수월하게 올라간 뒤 다시 50미터를 별다른 장비 없이 이동했다. 계단을 “성큼성큼 올랐”다. 3층에서 5층까지 이동하는 데 불과 1분 걸렸다. 이형래가 지나친 출입문 앞에 앉아 있던 여학생 3명은 밖에서 해경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김○○ 학생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그러나 해경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구명보트는 출입문을 지나쳐 다시 123정으로 가버렸다. 갑판은 서서히 바다에 잠기고 있었다.--- p.128

3층 난간으로 가려면 4층 객실 창문 위를 가로질러야 했다. 아래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창에 바짝 붙어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두 항공구조사는 두 발을 창틀에 딛고, 두 손은 창문과 외벽을 짚으며 기다시피 이동했다. 항공구조사가 이동한 창문 아래는 SP-3 객실이었다. 이 객실에는 12개의 창문이 있고 일부 창으로는 SP-2 객실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가로 1.5미터, 세로 1미터 크기의 창문 아래에서는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 3반 31명이 머문 방이었다.--- p.146

곳곳에서 꺽꺽거리는 여학생들의 비명 섞인 울음이 터져나왔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설○○ 학생은 자신이 빠져나온 비상구를 돌아봤다. 항공구조사 권재준이 출입문 바로 앞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그는 잠수복을 입은 항공구조사가 “물살에 휩쓸려서 들어간 친구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명이 넘는 여학생들은 서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한 학생은 진정하지 못하고 우는 친구를 끌어안았다. 누군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만 나왔어!”--- p.164~165

10시 18분, 123정 부정장 김종인은 어선들을 향해 확성기를 틀었다. “어선들 철수해, 어선들 철수하라고!” 123정은 빵빵 기적을 울리며 어선들이 세월호에 다가가는 것을 막았다. 느린 속도로 움직이며 세월호 근처로는 가지 않았다. 간격을 유지했다.--- p.171~172

아직 잠기지 않은 4층 B-19 객실 창문에 흰색 물체가 여러 번 부딪히고 있었다. 침대용 철제 은색 사다리였다. 박수현 학생이 있던 곳이다.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에도 두꺼운 창문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B-19 객실이 바다에 잠기기 직전까지 학생들은 창문으로 사다리를 던졌다. 몇 초 후, 바닷물이 선수 우현의 ‘SEWOL’이라는 글자를 집어삼켰다.--- p.174

“애기부터, 애기.”
고속보트에 탄 승객들이 권○○ 양을 먼저 올려보냈다. 김동수 씨는 학생들의 팔을 잡아주며 123정으로 옮겨 타는 것을 도왔다. 전남201호 항해사가 “내리세요”라고 말하고 나서야 김동수 씨는 움직였다. 그는 고속보트에서도 마지막으로 내렸다. 123정에 올라탄 김동수 씨가 눈앞에 있는 해경에게 말했다. “저기 200~300명이 있으니 제발 빨리 구해주세요.”--- p.174

123정이 현장에 도착해 9시 36분, “배가 50도 기울었다”고 보고했지만 해경 본청 상황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관계기관과 통화하며 여객선이 약간 기운 상태로 “침몰 위험까진 없”다고 여전히 낙관했다. 안전행정부가 구조는 문제없겠다고 전망하자 본청 상황실은 인원이 많이 탔지만 “인근 배들이 있기 때문에”, 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옆으로 기울어진 상태라도 큰 배는 부력을 이용하면 “그대로 침몰은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225

123정 기관장 최완식은 당시 접안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히기도 했고 선미에 접안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서 마치 ‘강 건너 불 보듯’ 하며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 문제였다. 구명보트에서 구조한 승객을 빨리 태울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도록, 세월호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접근했어야 하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123정이 되도록 세월호에서 멀찍이 떨어지려고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직원들한테 들은 이야기는 세월호가 침몰하는데 123정이 가까이 있으면 같이 침몰하게 되니까 배를 뺐다”는 의경 박○○의 진술이다.--- p.302~303

“구조나 이런 것을 지휘”하는 데 관심이 없는 청와대는 해경의 구조 활동을 뒤흔들었다. 세월호가 뱃머리만 남기고 침몰하던 10시 30분까지 청와대-해경 핫라인은 평균 3분 간격으로 울려댔다. 구조를 지원하는 상선의 톤수가 얼마인지, 사고 현장과 구조된 사람을 옮기는 섬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시시콜콜 묻고 또 물으며 끊임없이 영상을 요구했다. “현장을 확실히 봐야 정확한 보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요구는 해경의 지휘 계통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123정까지 어김없이 전해져 결국 123정이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했다”. 침몰하는 여객선에서 승객을 구해야 할 123정 대원들은 사진을 찍고 사람 수를 세느라 바빠졌다. 현장 구조 세력이 제대로 구조 활동을 하는지 지휘·감독해야 할 해경 지휘부도 덩달아 청와대 보고에 더 신경을 썼다. 해경청장 김석균은 아예 “상급 부서에 보고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 p.30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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