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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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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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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06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10쪽 | 34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486870
ISBN10 8995486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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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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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산티아고'에 탐닉하는가
여준호
2007-06-26
수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여름이면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로 모여든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의 한 사람인 야고보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산티아고 성당까지 가는 순례길이다. 12세기에 예루살렘이나 로마에 버금가는 성지로 떠오르면서 당시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도로이기도 했다. 16세기 종교 개혁과 더불어 급속히 쇠퇴했던 이 길은 1987년 유럽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1993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

종교를 가진 이들의 순례길이었던 산티아고가는 길을 지금은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을 순례자라 부르며 걷고 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의 저자 김효선도 우연히 산티아고가는 길을 알게되어 순례를 준비하였고, 50여일 간의 느리고 긴 여행 속에서 유럽의 친구들을 만나며 유럽의 문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돌아와 책을 남겼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는 저자 김효선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장소에 대한 기록이다. 정확히 49일 간의 여정을 하루씩 아줌마 특유(?)의 꼼꼼함으로 잘 정리해 놓았다. 하루의 이야기는 출발지와 도착지, 하루에 걷었던 거리와 도착지의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에서 받은 확인 도장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며 시작한다.
처음에는 소제목이라 할 수 있는 이 정보들을 대충 무시했는데 책을 읽을수록 사소한 기록으로 보였던 소제목(출발지와 도착지, 하루에 걸은 거리)과 알베르게에서 받은 도장을 보는 것만으로도 저자와 함께 순례길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걸었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언젠가 따라 걸을지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 된다. 알베르게에서 순례자들에게 증표로 찍어주는 도장의 문양도 저자가 들려주는 지역의 이야기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 많아 책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재활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걷는 스위스 소년, 모든 순례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던 4살짜리 독일 꼬마, 82세의 고집불통 스웨덴 첼리스트 할아버지, '죽음을 집에서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라예보 할머니, 그리고 순례길을 함께 하게 되는 네덜란드의 얀과 그의 누나 헤니도 만난다.
이들이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점은 산티아고 가는 길 위에 함께 있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미리 알고 있던 사이도 아니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니라 그저 우연히 만났을 뿐인 길 위의 순례자들은 때로는 서로를 도우면서, 때로는 자기 자신 만에 집중하면서 순례길을 걷는다.

순례를 처음 시작할 때 순례자들은 순례자협회 사무실에서 순례자 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순례자 증명서를 받기 위한 절차 중에는 산티아고 가는 이유에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종교, 문화, 스포츠, 영적인 이유, 기타 다섯 개 중에서 고르면 되는데 스포츠나 기타인 경우에는 증명서 발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자는 다섯 개의 이유 중에서 영적인 이유를 골랐고, 실제로 막힘 없이 걷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도 종교나 문화적인 이유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영적인 이유에서 길을 걷고 있었다.

순례자들에게는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찾기 힘든 여유로움과 열정이 있다. 물론 긴 순례길을 스포츠를 하듯 빠르게 걷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길을 걸으며 길 자체를 사랑하고, 오랜 걷기에 지친 자신의 몸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은 산티아고 가는 길 자체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돌아 볼 잠깐의 여유조차 갖기 힘든 현대인들과는 달리 순례자들은 산티아고 가는 길 위에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길 위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 보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 것. 그 매력 때문에 해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찾는 건 아닐까? 종교적인 이유를 넘어서 나를 찾는 순례. 굳이 산티아고가 아니라도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걷기 여행에 슬쩍 동참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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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한다고 했던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산티아고 길을 알고 사랑에 빠지기를 나는 기대한다. 카미노에 얽힌 전설과 역사, 10대로 80대도 각자의 리듬으로 걸으며 바닥나고 망가진 자아를 재충전하는 길, 무엇보다 함께 온몸으로 카미노를 만나며 진한 우정으로 다시 걸어 나갈 힘을 채워주던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낯선 곳이지만, 누구나 결심만 하면 이 길에 오를 수 있다. 무자비한 생의 질주 속에서 간절하게 느림과 여유를 꿈꾸는 이들, ‘어떻게 살까’의 문제에 직면하여 새로운 계획과 국면의 전환을 꾀하는 이들, 사람에 대한 관심이 시들고 무기력한 나날 속에서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나는 이 낯선 길로 떠날 것을 서슴없이 권한다. 산티아고 가는 길로 떠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 난 다시 ‘카미노의 여인’이 되어 길 위에 설 것이다. (p.8, 프롤로그에서)

생각없이 틀어놓은 TV에서는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가 한창이다. 이미 결말 부분에 다다른 영화는 슬픈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 사랑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은가? 오스트리아 아줌마는 지나고 보니 사랑은 정말 영원하지 않은 거라며 쓸쓸히 말한다. “내게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이 남아 있다 해도, 영원하지 않은 사랑에 몸과 마음을 싣고 싶지 않아.”
내가 지나쳐온 사랑은 어떠했던가? 나의 사랑 역시 영원하지는 않았다. 누구라도 그러하듯 나에게 열렬한 사랑의 경험은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크기만큼 처절한 상처도 받았다. 그러나 왜 영원할 수 없는지 대들고 항변한들 무엇 하랴.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다가오고 또 끝나는 것인데….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사랑은 이성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란 걸 알겠다. 이 넓은 세상에는 연애보다 훨씬 더 가슴 뛰는 일들이 그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길을 걸으며 나는 그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힘차고 길어온 산티아고 길과 나는 얼마나 진한 연애에 빠졌던가. 밤이 다 가는 줄도 모르고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녀와 사랑의 상처와 이를 뛰어넘는 열망에 대해 끝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pp.266~7, Day47, 이안네스의 호스텔에서)

그리움은 길을 향해 열려 있다. 길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내게 속삭인다. 어서 오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렌다. 난 내 인생에서 열정의 시간은 이미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산티아고 길을 걸으면서 내 인생에 새로운 계절이 열렸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었다. 카미노는 내게 고통과 인내를 요구했지만, 그보다 더 큰 희망과 기쁨으로 보답했다. 이제 새로운 길,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난 기꺼이 즐거운 나그네가 되어 다시 길을 걸을 것이다. (p.291, 에필로그에서)
---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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