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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07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제8회 수상작 누런강 배한척 외

이효석 문학상-0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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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7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14쪽 | 492g | 153*224*30mm
ISBN13 9788990978608
ISBN10 8990978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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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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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민규 외
[수상작가]
박민규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지구영웅전설》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작품집으로《카스테라》가 있으며, 장편소설로《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핑퐁》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누런 강 배 한 척>으로 제8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추천 우수작가]
김애란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작품을 2003년 계간《창작과비평》 봄호에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고 제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단편집으로《달려라 아비》가 있다.

김연수 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작가세계》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장편소설《가면을 가리키며 걷기》《7번 국도》《사랑이라니, 선영아》, 소설집《스무 살》《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산문집《청춘의 문장들》 등을 펴냈다. 제34회 동인문학상,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제14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현수 1959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와 1997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 <마른 날들 사이에>가 당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토란》과 장편소설 《길갓집 여자》《신기생뎐》 등이 있다. 2003년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성태 196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매향埋香》《국경을 넘는 일》이 있고, 장편소설로《여자 이발사》가 있으며,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천운영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늘>로 당선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신동엽창작상을, 2004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바늘》《명랑》이 있고, 장편소설로《잘가라, 서커스》가 있다.

편혜영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이슬털기>로 당선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아오이 가든》이 있다.

황정은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마더>로 당선하여 등단했다. 단편소설로 <무지개풀> <문>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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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심사위원: 김주영, 서영은, 김인환)

박민규의 <누런 강 배 한 척>은 치매 걸린 아내와 성공하지 못한 자식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어느 퇴직자의 이야기다. 안 준다고 결심하면서도 결국 자식들에게 집까지 팔아 다 내주고 부부가 한 달 동안 여행을 떠난다. 그 마지막 날 죽으려고 수면제를 모아 두었다. 바로 그날 느닷없이 안마사가 찾아온다. 예약을 취소한 손님이 불렀다는 것이다. 안마를 받고 마지막 남은 맥주를 딴다. 작가는 그 후에 자살을 결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지 않게 하는 것이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다. 사건을 이리저리 잡아당기지 않는 것이 이렇게 저렇게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실성을 드러낸다.
김애란과 박민규 작품을 놓고 논의가 이어졌고 두 작품 모두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심사위원의 공통된 의견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의 작품 수준을 감안할 때 박민규의 작품이 기존 작품에서 한 단계 나아간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아 <누런 강 배 한 척>을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한국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작품을 기대하며,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이현수의 <남의 정원에 함부로 발 들이지 마라>는 이 작가가 가장 잘 아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정원이라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을 매개로 간헐적인 의사소통을 하던 두 여자는 결국 남의 자식을 기르는 여자와 자기 자식을 버린 여자라는 점에서 여성에게 부여된 두 가지 유형의 형벌을 체현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의 소통은 위험한가, 절실한가. 제목만으로 미루어보자면, 자신들의 운명을 건 이 소통은 죽음(장례)을 전제로 할 만큼 위험하면서도 절실하다. 인간 내면의 납득할 수 없는 운명적 조건을 정교하게 직조해낸 작가의 삶에 대한 연륜이 빛나는 작품이다.
천운영의 <소년 J의 말끔한 허벅지>는 육체에 대한 이 작가의 탐미적인 묘사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사진가로 등장하는 화자의 육체에 대한 학대와 경멸이 젊음에 대한 시기와 욕망으로 선회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아내에게 버림받은 늙은 남자의 한여름 낮의 몽상 같은 측면이 없지 않다. 젊음과 늙음, 아름다움과 참혹함, 예술과 현실 등 여러 쌍의 대립개념들을 감싸 안는 것은 결국 ‘소년의 아름다운 허벅지’인지도 모르겠다.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는 이 어린 작가가 삶을 구성하고 유지시키는 냉정한 현실원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과 인간의 소통, 우정,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애정, 타인에 대한 연민, 유대, 나아가 공동체의 이상 등과 같은 우리 삶을 감싸 안고 있는 추상적인 덕목들은 이 작품 아래에서 한갓 허상에 불과하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 허상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우리의 입 안 가득 고인 ‘침’뿐이라는 것. 젊은 작가의 패기가 돋보이는 선언이다.
편혜영의 <분실물>은 최근 이 작가가 전념하고 있는 조직 및 사회 속의 개인이라는 테마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사회 시스템의 차갑고 냉정한 규율은 개인에 대한 구속과 사물화의 단계에 따라 점차 정글의 법칙으로 선회한다는 것, 이 정글의 야만성은 개인성의 분실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 이 작품이 설파하고 있는 진실은 후기산업사회 문학예술이 이제껏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항변해 온 구체적 억압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포착한, 건조하고 기계적인 시스템이 폭력적이고 야만적으로 돌변하는 과정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악몽을 재현한다.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아주 가까운 존재와도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속 외로운 존재의 이야기다. 피아노를 조율하러 온 아내의 친구인 인도인과 한 해 마지막 밤을 보내면서 의사소통이 드문드문 끊어지는 대화로 상대를 인식하는 동안 서술자는 아내의 외로움을 타인을 통해 알게 된다. 그 외로움은 오래전부터 지속된 것이라서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아주 낯선 타자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타자를 통해 아내의 외로움을 전해 듣는 당혹감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새해는 ‘복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는 서술자의 희망을 읽는 것은 행복하다. 외로운 존재들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능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몽고, 연변, 그리고 또 다른 제3의 공간에서 남북문제와 민족분단의 새로운 측면을 포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전성태의 최근 작업은 <목란식당>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이른바 거대이념의 소멸과 더불어 우리 소설의 주변부로 밀려난 민족문제는 전성태에 이르러 포스트모던한 자본의 논리와 결합된 우리 시대 가장 절박한 최종심급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목란식당’이라는 북한식당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지금 이곳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황정은의 <모자>는 젊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우리 소설의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차원에 해당하는 ‘아버지’ 혹은 ‘가족사’의 문제를 ‘모자’라는 메타로 해결하는 이 젊은 작가의 감수성은 김애란의 냉정한 현실인식과 더불어 우리 소설의 세대교체를 실감하게 한다. 가족의 탄생과 유지 과정에 대한 작가의 애증 어린 고찰은 우리 소설의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다.

수상소감

브라보! 댄디 박

단편은 대개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로 쓰여진다. <누런 강 배 한 척>은 나의 아버지, 박동훈(朴東勳) 씨를 위해 쓴 소설이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그러하듯, 사 년 전 어느 날

문득

고인이 되셨다. 1933년에 태어나셨고 고향은 함경남도 이원이었다. 대부분의 아들들이 그러하듯, 긴가민가 아버지가 향년 몇 세인지도 모른 채 나는 장례를 마쳤다.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기보다는, 삶이 죽음보다 결코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평소의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대로 괜찮은 기분이었다.

시시하기도 하고 무던하기도 한 삶이었다. 별, 쓸모도 없는 자식을 셋이나 두셨는데 죽이거나 팔아치우지도 않고 끝까지 기르셨다(나 같은 걸 말이다, 나라면…). 삼십 년 내내 한 직장을 다니셨고, 정년퇴직을 하셨으며, 부도를 맞아 힘든 노년을 보내셨다… 라고는 해도, 생각해 보니 아버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남남처럼, 그랬다.

어떤 인간이었을까?

아버지의 과거를 궁금하게 여긴 것은 오히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였다. 더없이 놀란 사실은, 나의 아버지가 - 내가 아는 아버지와 전혀 다른 인물이란 것이었다. 늘어진 어깨로 출근을 하고, 유약하고, 지독히도 보수적이고, 답답하기 그지없던 그 아버지는 과연 누구였을까. 아버지의 삶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추억 속에서 아버지는 최고의 <댄디>였다. 그럴 리가 싶었지만 더없이 많은 사진과 증언들이 그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아버지는 최고의 가수였고, 화가였으며, 시가(詩歌)와 풍류를 즐기는 예인(藝人)이자, 의협이었다. 도대체 이런 멋진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여자들 사이의 인기도 나보다 백 배는 많은 인물이었다. 이런 화끈하고 걸출한 댄디가 고작 나 따위를 기르느라 찍소리 없이 직장을 다녔다니, 인류학의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한 낭비이자 퇴화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럴, 수가.

그런 이유로, 말하자면 이 <댄디 박>을 위해, 나는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나 따위를 위해 주저 없이 댄디의 길을 접은 한 인간을 위해, 어떤 위로도 보상도 받지 못한 아버지란 생물을 위해서였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다. 빨대를 꽂고 수십 년 아버지의 삶을 빨아먹고선 이제 와 고작 한 편의 소설을 건네주다니. 법을 모르긴 해도 이 정도면 형사 입건의 대상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소설을 썼다. 1933년 생을 위한 소설이었다. 처음엔 <아빠 앞에서 실러캔스>란 소설을 구상했는데 이게 아니다, 싶었다. 도통… 뭔 소린지. 울컥하는 아버지의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런 이유로 - 나는 아버지가 읽고 옳거니,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써야만 했다. 써보지 뭐. 사용하던 매킨토시를 끄고 먼지가 쌓인 도스 컴퓨터를 꺼내 켠 심정이었다. 도스엔 물론 도스의 매력이 있었다.

<누런 강, 배 한 척>이란 제목을 처음 눌러 쓴 후,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어디선가 <전원일기>의 주제가 같은 것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좋구먼. 등 뒤에서 파, 최불암 씨가 웃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아 하면서도 나는 끝끝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건 빈티지야! 자위하기도 하면서, 아니 무엇보다 - 아버지의 수십 년 삶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불쌍한 아버지가 알고 있는 <소설>이란 모쪼록 이런 것이겠지. 평소의 나를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할 만큼 한> 것이었다.

할 만큼 했다

라고 세상의 자식들이, 또 부모들이 생각하는 이유는 실은 서로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운명의 아버지가, 그런 운명의 나 자신이 긍휼히 여겨졌지만 소설을 쓰면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짜증이 났다. 다시는 다음 세상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마음이었다.

미안해서
미안하니까

그리고 까마득히 이 작품을 잊고 있었다. 마치 죽은 아버지를 잊어버리듯, 그랬다. 덜컥,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서는 그래서 아, 아버지가 있었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리고 무덤덤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구.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상이란 걸 받을 때의 이런 기분이 나는 싫다. 왠지 잘 익었군… 고개 숙인 벼라도 되어야 할 것 같은 이런 기분이… 나는 싫다. 자네도 꽤나 상을 탔더군? 강을 건너가 이효석 선생을 만난다면 왠지 놀림을 받을 거란 생각도 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에 나는 그런 인간이다. 고개 숙이지 않고

익어가겠다.

감사하다고도 말하지 않겠다. 감사할 곳이 많은 인간은 결코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는 평소의 지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느껴지는 <마음>이 있다. 뭐랄까, 지천에 메밀꽃은 피어 있고, 노새를 타고 고개를 넘다 “생원도 제천으로?”와 같은 말을 건네 들은 기분이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었구나, 실은 모두가 아버지였구나… 말없이, 더 열심히 쓰겠다. 언젠가 저 강을 건넌다면 아버지와도, 혹은 이효석 선생과도 그런 식으로 해후하게 될 것이다. 수상의 영광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나야 뭐, 아직 한참 멀었으니까… 길은 멀지만,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리는 기분이다. 역시나 달도 어지간히 기울어져 있겠지. 외롭고, 외롭지 않은 밤이다.

브라보, 댄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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