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복제는 생식 기관을 가진 존재를, 성적 특질이 부여되기 이전의 생식의 형태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충동이 아닐까? …… 그리고 그것은 동일성의 영속화, 즉 생식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유전적 기록의 투명성만을 지향하기 위해, 동시에 생식 기관을 가진 존재로 하여금 타자성 전체를 부정하도록 하는 죽음의 충동이 아닐까? 죽음의 충동을 버리자. …… 인간 복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없애버리고, 그들의 복잡한 유전자, 그들의 복잡한 차이, 특히 생식이라는 결투적인 행위까지도 없애버린다. …… 마찬가지로 더 이상 주체도 없다. 왜냐하면 동일한 복제는 자신의 분할을 끝내기 때문이다. …… 그리고 이렇게 해서 총체성은 종말을 고한다. 만약 모든 정보가 각 부분 속에서 발견된다면, 총체성은 자신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육체의 종말, 즉 육체라 불리는 이 특이성의 종말이다.
--- pp. 210 ~ 211
유혹은 생산보다 더 강하다. 그리고 유혹은 성욕보다 더 강하다. 성욕과 유혹은 결코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성욕에 비하여 유혹이 경시되고 있지만, 유혹은 성욕의 내적인 과정이 아니다. 유혹은 도전, 격화, 죽음으로 이루어진 순환적이고 가역적인 과정이다. 이와 반대로 유혹이 욕망이라는 에너지의 항목으로 축소되고 제한된 형태가 성적인 것이다. …… 어디에서나 늘 생산은 유혹을 쫓아내어 힘의 관계라는 유일한 구조 위에 자리잡으려고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그리고 어디에서나 성과 성의 생산은 유혹을 쫓아내어 욕망의 관계라는 유일한 구조 위에 자리잡으려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서 분석해야 한다.
--- p. 65
여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때 남근 지배적인 구조에 대해 무엇을 반론으로 내세우는가? 그것은 자율성, 차이, 욕망과 쾌락의 특성, 육체의 다른 용도, 말과 글쓰기이지 결코 유혹이 아니다. 여자들은 자신의 육체를 인위적으로 연출하는 것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예속과 매음의 운명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유혹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한다. 권력이 현실 세계의 지배만을 나타내는 반면, 유혹은 상징적인 세계의 지배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실 유혹이 지니는 절대적인 힘은 정치적인 권력이나 성적인 힘의 소유와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다.
--- p. 17
따라서 인간 복제는 신체의 모사의 최종 단계, 즉 추상적인 유전식으로 된 개체가 연속적인 확대에 따르게 되는 단계이다. 발터 벤야민은 예술 작품을 기교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시기에 이르면 예술 작품에 의한 감동의 여운, 현재의 특이성, 예술 작품의 미적 형태가 상실된다고 말했다. 즉 예술 작품은 유혹의 운명에서 재현의 운명으로 옮겨가고, 이 새로운 운명 속에서 정치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는 것이다. 근원적인 것은 사라졌다. 근원적인 것에 대한 동경만이 그것을 '진정한 것'으로 재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현대의 대중 매체이다. 현대의 대중 매체에서는, 근원적인 것이 결코 생겨나지 않는다. 거기서 사태는 자체의 무한한 재현에 따라 단숨에 파악된다. ……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인간 복제와 더불어 인간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것은 신체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 때 그것은 정보와 메시지의 저장으로서만, 그리고 정보 처리의 소프트웨어로서만 파악된다. …… 테크놀러지의 범람이 바로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지배한다. 사실 테크놀러지에 대해, 벤야민은 이미 그것을 완벽한 매체로 묘사한 바 있다. 물론 이 때 완벽한 매체는 어떤 것으로도 더 이상 구별할 수 없는, 동일한 상품과 동일한 영상의 세대를 지배하는 거대한 보철(補綴)이다. …… 우리는 소프트 테크놀러지의 시대에, 즉 유전적이고 정신적인 소프트웨어의 시대에 있다. 공업 시대의 보철 기구인 기계는 여전히 신체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신체로 되돌아오고 있다. 그것은 상상 속에서 변환되고, 이러한 신진 대사는 신체의 모습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사로 되돌아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그리고 보철이 신체의 알려지지 않은 미분자의 중심에 파고들어 모태처럼 신체에 필요불가결한 존재가 되면, 상징적인 모든 순환을 통과하는 모든 신체는 변함 없이 지속되는 자기 반복에 불과한 것이 된다. 따라서 그것은 신체의 종말과 신체에 관한 이야기의 종말을 이룬다.
--- pp. 213 ~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