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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 아난과 도안에서 수월과 닌쇼까지, 옛 그림으로 만나는 동아시아 스님들

옛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3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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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832g | 170*210*30mm
ISBN13 9788961962636
ISBN10 896196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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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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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명보살과 양귀비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 사람을 넘어 동물과 식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삶의 방향은 대척점에 서 있다. 한 사람은 능력을 타인을 위해 회향했고, 또 한 사람은 오로지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낭비했다. 어떤 삶이 가치 있는가를 얘기하는 것은 사족이 될 것이다. 타인을 위해 회향한 삶은 비록 고달프고 힘들어도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감동을 준다. 마명보살처럼 말이다. 그런데 자신만을 위해 사는 삶은 비록 편안하고 풍족해도 양귀비처럼 그저 그것으로 끝날 뿐이다. 뛰어난 능력을 갖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다. 두 사람의 삶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 각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천년을 뛰어넘는, 타인 위한 감동」중에서

“심사정은 명문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조부 심익창이 영인군(훗날 영조)을 시해하려는 사건에 가담하면서 졸지에 역모 집안의 죄인이 되었다. 그는 몰락한 양반 집안의 후예가 되어 평생 관직에 오르지 못한 채 화업(畵業)에 정진하다 생을 마쳤다. 그가 발 담고 있는 현실은 진흙 그 자체였지만 그림이라는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가 이룩한 그림 세계는 시들어가면서도 물총새의 눈길을 빼앗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꽃과 같았다.”---「내가 번역한 경론에 잘못이 없다면」중에서

“고봉한은 「매화도」에서 한 가지 매화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기존 문인화가들이 절개의 상징으로 백매(白梅)만을 그릴 때 고봉한은 홍매, 백매, 황매가 어우러진 ‘절개를 버린’ 매화를 그렸다. 주문자인 상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작품이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집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감상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고봉한에게 홍매, 백매, 황매가 그저 똑같이 아름다운 매화였듯 천태지자에게 후주나 진왕 양광은 똑같은 중생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까지 그들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고통받는 누구라도 평등하게 구제하라」중에서

“비바람이 소상강에만 불지 않듯 우리가 만나는 삶의 비바람도 특정한 시점에만 불지 않는다. 다섯 살에는 알사탕 때문에 요동치던 비바람이 열다섯에는 시험 때문에 요동친다. 스물다섯에는 취직 때문에 소용돌이치던 태풍이 서른다섯에는 자식 때문에 사고가 난다. 서른다섯의 태풍은 마흔다섯에도 계속되고 쉰다섯, 예순다섯에도 그치지 않고 몰아친다. 그렇다면 인생을 끝마칠 때까지 평생 동안 몰아치는 비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에도 가슴속에서 여전히 쿵쾅거리는 이 비바람은 도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마조대사는 말한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낸 작용이라고.”---「마음 밖에 부처 없고, 부처 밖에 마음 없다」중에서

“새가 높은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양쪽 날개가 필요하다. 선과 염불은 수행의 양쪽 날개다. 근경과 원경이 각각 독립되어 있는 것 같아도 서로 의존하고 예찬의 「용슬재도」처럼 선과 염불도 마찬가지다. 선이 부처의 마음이요, 교가 부처의 말이라면 선과 염불은 부처의 마음과 말을 내 것이 되게 하는 수행법이다. 내가 부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실천법이다.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며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 염불이라면 법장비구의 원력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선이다. 선과 염불은 둘이 아니라 하나다.”---「선과 염불을 양 날개 삼아」중에서

“원효대사가 승복을 벗고 무애를 두드리며 민중을 교화한 데는 깊은 이유가 있었다. 당시 불교는 왕실과 귀족들을 위해 존재했다. 일반 백성이나 천민들은 감히 넘나볼 수 없는 귀족불교였다. 자장율사나 원광법사가 귀족불교를 지향했다면 원효대사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원효대사에게는 부처의 가르침을 전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세간과 출세간이 따로 없었다. 이런 원효대사를 『삼국유사』의 저자 일연(一然) 스님은 ‘불기(不羈)의 자유인’이라고 표현했다. 굴레가 없다는 뜻이니 매인 곳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벗어버리면서까지 대중교화에 나선 원효대사야말로 진정한 보살정신의 실천자였다.”---「신라불교의 기틀을 다진 호법보살」중에서

“혜초는 어떠했을까. 그는 4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겪으면서 무엇을 느꼈을까. 모르긴 해도 긴 여행을 통해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너머 ‘그곳에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었구나’ 하는 확인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인연에 따라 수많은 중생의 모습을 하고 살아간다. 탐내는 마음과 화내는 마음과 어리석음 때문에 잠시 몸이 병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불화도 겪지만 우리 안에는 부처와 똑같은 무량공덕이 들어 있다. 조금도 차이가 없는 똑같은 무량공덕이다. 천지우주가 부처의 몸이요 부처의 마음 아닌 것이 없으니 부처와 나는 둘이 아니고 하나다. 하물며 피부색이 다르고 먹는 음식이 다르다 해서 그들과 내가 다르겠는가. 이런 확신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 잘 느끼지 못한다. 전혀 다른 환경,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확실히 느낄 수 있다.”---「우주 만유는 부처의 몸이요」중에서

“(김희겸의) 「산거」에 묘사된 삶은 ‘슬로 라이프(slow life)’다. ‘빨리빨리’에서 벗어나 ‘느리게 더 느리게’ 사는 삶이다. 어떤 삶이 느리게 사는 것일까. 조바심을 내려놓고 마음에 여유를 담고 사는 삶이다. 산은 태고처럼 고요하고 해는 소년처럼 긴데 깊은 산속에 있는 집에는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없다. 하루 종일이 나의 시간. 게으름을 피우고 늦장을 부려도 누가 뭐라 나무랄 사람이 없다.”---「이론과 실천이 동행하는 목우행」중에서

“묘에 스님이 가장 아끼던 제자 에니치보 조닌은 스승의 평소 모습을 잘 관찰한 뒤에 붓을 들었다. 「묘에쇼닌 상」은 작가가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아니라 제자가 스승을 흠모하는 마음으로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실력을 무릅쓰고서라도 그가 스승의 초상화를 그린 이유는 명백하다. 스승이야말로 그가 닮고 싶은 모델이자 흠모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묘에 스님이 부처의 땅인 인도에 가서 존경하는 스승의 발자취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도, 보살행의 실천도 바로 지금 이 순간」중에서

“평생을 길에서 산 잇펜 스님은 쉰한 살이 되던 1289년 8월에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전부 태워버렸다. 오직 ‘나무아미타불’ 명호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내 교화는 내 일생에 있을 뿐이다”라고 말해 제자들의 교화는 제자들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내가 죽고 나면, 나의 문제(門弟)들은 장례의 의식을 행하지 마라. 들판에 내다 버려서 짐승들에게 베풀어주라”라고 유언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이었다.”
---「나무아미타불 명호를 염불하는 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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