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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니메이터 The Animator

디 애니메이터 The Animator

: 넬슨 신의 애니메이션 예술과 삶

[ 반양장 ]
넬슨 신 | 한울 | 2015년 09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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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184*239*35mm
ISBN13 9788946060531
ISBN10 89460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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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넬슨 신(Nelson SHIN)
1937년 황해도 평산에서 출생해 대전 보문고등학교와 서라벌예술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59년부터 여러 잡지사에 만화를 기고해 만화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으며, 1960년부터는 서울신문사에 취직해 시사만화를 그렸다. 만화가 이상호와 최초의 애니메이션 CF 칠성사이다 광고를 제작했으며, 그후 신동헌 화백과 함께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1년 10월 25일, 큰 결심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다양한 직업을 거쳐 드패티-프렐링사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타이머(Timer)], [핑크 팬더(Pink Panther)], [대피 덕(Daffy Duck)], [벅스 바니(Bugs Bunny)], [닥터 수스(Dr. Suess)] 등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1976년 영화 [스타워즈(StarWars)]의 광선검 특수효과를 담당하면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그 뒤 마블 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 수석 프로듀서로 발탁, TV 시리즈 [더 트랜스포머스(The Transformers)]를 120편이나 제작하는 등 1988년까지 할리우드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1985년 한국에 돌아와 서울에 애이콤 프로덕션(AKOM Production Co.)을 설립한 뒤, 장편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를 제작했다. 세계 애니메이션업계의 정보를 국내에 알리기 위해 애니메이션 전문 잡지 ≪애니메이툰(ANIMATOON)≫을 1995년부터 발간하기 시작해, 현재 116호(2015.08.05.)까지 발행했다. 미국 에미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상을 3년 연속 수상했으며(1997∼1999년), 2005년에는 최초의 남·북 동시 개봉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을 제작했다. 지금은 후학 애니메이터 양성을 위해 저술, 강연, 교육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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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네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담벼락마다 낙서를 해댔다. 진흙에 볏짚을 섞어 만든 황토벽. 지금이야 건강에 좋다며 사용하지만 그때의 황토벽은 소박하고 가난한 시골 풍경의 한 자락일 뿐이었다. 산에서 나오는 하얀 석필을 가지고 그 황토벽 담벼락에 기차 그림을 그렸다. 매우 선명하게 잘 그려졌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책에 나와 있는 그 기차 모양 그대로, 저 멀리 산이 있고 긴 기차가 달려가는 풍경이 그대로 그려졌다. 그냥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듯 그리고 싶었다. 담이 길면 기차의 객차는 길어지고, 짧으면 두어 칸 정도가 된다. 기관차가 있고 그다음 객차가 달리고, 화물칸, 끝으로 차장이 타는 조그만 칸이 있는 기차. 물론 기관차의 화통에서 나오는 둥그런 연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내가 그린 기차는 여기저기서 잘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평생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게 된 최초의 운명적인 시작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 p.30

“동작을 멈추고, 한 줄로 서라!” 선생님의 목소리는 찢어지는 듯했다. 지금 같으면 별것 아닌 일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선생들은 조선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버르장머리를 고치는 식의 교육을 했다. 아이들 예닐곱이 서둘러 줄을 서서 잔뜩 얼어 있었는데, 선생은 느닷없이 팔을 벌려 온 힘을 다해 학생들의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정신 상태가 돼먹지 않았다는 호된 질책이었다. 그 손바닥 힘이 얼마나 세던지 우리는 모두 몸이 공중으로 떴다가 차례로 마룻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처박히고 말았다. 모두들 파랗게 질려 있었을 것이다. 형제 많은 집 막내로 태어나 여덟 살까지 어머니의 가슴을 만지며 업혀 다닌 나로서는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 p.36

비행기 위로 올라가려고 접근하니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주 가느다란 줄이 햇빛에 반짝이며 비행기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햇빛이 역광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나는 즉각 소리쳐 철규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건드리면 폭발할 것이라는 걸 즉각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것은 지뢰를 매설해 놓은 것으로 나에게 지식이나 상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전쟁 속에서의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공산군이 그곳을 떠나면서 설치해 놓은 지뢰였다. 내 느낌이 옳았다. --- p.75

루카스 필름에서 온 그 프로듀서는 대형 무비올라를 약간 당겨서 자리를 잡았고 ‘디렉터스 체어(감독의 의자)’를 무비올라 앞에 정돈했다. 그리고 그는 나를 쳐다보며 거기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했다. 내가 겸손하게 팔을 내저었지만 그 자리는 사실상 내가 앉을 자리임이 분명했다. 다들 그 의자에 내가 앉는 것에 수긍했다. 15명 남짓한 사람들이 내 등 뒤에 서서 작은 무비올라의 화면을 주시해서 봤다. 그들은 결과물을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나를 대단하게 평가했다. 나 역시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한국식대로 겸손해하며 “It's good.(괜찮은데요)”라고 말했더니, 그 프로듀서는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놀라며 물었다. “What you mean by that? It is a great job! (그게 무슨 소리예요? 대단히 잘 했어요!)” --- p.239

차트는 오렌지색 계열과 보라색 계열로 편을 가른 듯 나누어져 있었는데 내 눈에 그것이 들어왔다. 당장 그 자리에서 결정해 오렌지는 오토봇(Autobot, Good Guys)에, 보라는 디셉티콘(Decepticon, Bad Guys)에 적용하도록 하고 장난감이 쏘는 레이저 광선 효과도 오렌지색과 보라색으로 구분을 시켰다. 심지어는 오토봇 진영과 디셉티콘 진영의 배경, 소도구, 시각효과 등을 모두 색을 구분해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이것들은 나의 평소 순발력이었다. 나는 예술의 표현에서 처음 생각한 것이 가장 효과적인 ‘퍼스트 임프레션(First Impression)’이라고 생각한 적이 수없이 많았다. 내가 지정해 놓은 색상은 해스브로 토이 컴퍼니(Hasbro Toy Company)가 생산해내는 장난감에도 즉각 적용되어 상품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 p.286

진 맥커리 사장이 나에게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를 전해줬다. 워너는 일상적으로 가편집을 하여 임시로 사운드와 더빙한 테이프를 만들어 스필버그 감독의 집으로 보냈다. 스필버그의 자택은 뉴욕에도 있고 LA에도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LA에 보낸 테이프를 스필버그의 다섯 살짜리 아들이 먼저 뜯어 보게 되었다. 아마 그 아들도 아버지를 닮아 호기심과 모험심이 뛰어난 모양이었다. 어쩌면 행운이란 말은 이런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섯 살짜리 애가 그걸 뜯어서 돌려보니 너무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꼬마는 뉴욕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온 [타이니 툰]을 봤는데 너무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아버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LA로 오기도 전에 [타이니 툰] 애니메이션이 재미있다는 소문이 워너를 통해 세상에 퍼져나갔다고 했다. ‘아버지가 보고 좋아했다’가 아니라 ‘아들이 보고 좋아했다’, 이게 키포인트였다. 이것도 진 맥커리 사장이 신이 나서 말해준 얘기다. 그리고 실제로 스필버그는 진 맥커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It's an excellent job! (정말 훌륭해!)” --- p.343

“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해외동포입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미국놈들이레 다 죽여 버려야 돼!”라고 느닷없이 옆에 서 있던 젊은이가 험한 말을 걸어왔지만 별로 신경이 크게 가진 않았다. 다만, 공식 초대석상에서 감정을 드러내고 달려들듯 말하는 그가 매우 당돌해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이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기회였다. 나는 “심청전과 관련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있는데 같이 만들어보지 않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때였다. 뒤에 있던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내게 내미는 명함을 받아보니 영문으로 ‘President Kim, Chul-jin(사장 김철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 p.443

그러나 평양방송에서 해외 애니메이션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TV를 통해 시리즈로 방송을 하지 않는다. 하루 방송이 6시부터 시작되면 밤 10시가 좀 넘어 일기예보를 끝으로 방송이 모두 끝나게 된다. 그러나 곧 이어서 예술영화(장편 극영화)를 TV로 보여주기 때문에 호텔 방에서는 마치 심야방송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한국에서처럼 어린이들이 자는 시간에 어린이들을 위해서 심야에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일은 없다. 그러나 정규 방송 전 5시쯤에는 보천보 악단의 연주나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를 보여준다. 때때로 미국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도 볼 수 있다. --- p.468

“이 그림은 얼마나 오래 그렸는가?” “일 년 정도 그렸습니다.” 나는 다시 질문을 했다. “오! 일 년이나? 왜?” 어린이가 다시 대답을 해왔다. “석고상의 이면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뜻밖의 말을 듣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석고상은 일반적으로 그 자리에 놓은 채로 그림을 그리게 되므로 좀처럼 그 뒤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이 어린이는 그림을 그리면서 실제로 그 석고상의 뒤를 가서 보지 않더라도 이면을 간파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은 사실이다. 어떤 물체를 놓고 오래도록 보고 있자면 그 물건의 뒤를 간파할 수 있다. 그러나 벌써 이 나이에서 그 이면을 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 p.475

“Don't just draw Daffy! you have to be a Daffy yourself! (대피를 그냥 그리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대피 덕이 되어봐!)” 프렐링 사장은 숨 가쁘게 말했다. ‘애니메이션적인 그림을 그려라!’ ‘스스로 그런 행동을 해 보라!’ 위의 말씀들은 우수한 애니메이터가 되는 기초였다. 나는 갓 입학한 신입생처럼 그의 말에 촉각을 세워 들었다.
--- p.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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