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명을 밝히는 깨달음의 노래
주지스님: 걸을 때 부드러움을 느끼려면 온 세상에 가죽을 덮어야할까?
동자승1: 아닙니다.
주지스님: 그럼 뭐가 좋겠느냐?
동자승2: 가죽 신발을 신으면 됩니다.
주지스님: 그래 가죽 신발을 신으면 될 것이니라. 그럼 어디를 가나 부드럽겠지.
나 한 사람의 발에 가죽 신발을 신는 것이 온 세상을 가죽으로 덮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되느니라. 만사가 이것과 마찬가지야. 이 세상에는 원수와 적과 마귀와 온갖 악한 것들이 어느 곳이나 할 것 없이 도처에 널려 있지만, 자신에게 유해한 그것들을 일일이 모두 물리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 한사람의 마음을 평정시킬 수만 있다면, 내 마음의 복수심과 적대감, 유혹과 사악한 생각을 다스릴 수 있으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악한 것을 물리친 것과 같다. 누구나 모든 것에 만족할 수만은 없고 무슨 일이든 괴로움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새롭게 생각하라.
시련과 사악한 것에 대응하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그 실체 없는 것들을 그냥 바라 보거라.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하라.
-영화 ‘컵The Cup’ 중에서 주지스님과 동자승의 대화-
아름답고 조용한 티벳의 한 사원에 월드컵 축구의 열풍이 몰아닥쳤다. 열풍의 주인공은 어린 티벳 스님들이다. 월드컵 경기에 심취한 티베트승려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낸 영화 ‘컵(The Cup)'은 흥행에 성공함은 물론 평단의 찬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자연스럽고 담백하며 유머러스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글의 시작에 인용한 ‘가죽신’의 비유에는 감독 키엔체 노르부의 불교와 깨달음에 대한 성찰이 녹아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불교가 위대한 이유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으로 인생의 모든 괴로움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종교들이 강조하는 ‘믿음’이란 것은 ‘앎’의 반대말이다. 진짜로 아는 것은 굳이 믿을 필요가 없다. 불교는 그래서 헛된 ‘믿음’을 가르치지 않는다. 진정한 나의 실체를 깨닫고 무명을 지워 진리의 등불을 밝히는 것으로 족하다.
‘가죽신’의 비유처럼 온 세상을 다 가죽으로 덮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죽신을 신는 것으로 우리는 어느 곳을 가든 부드러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내 자신을 다스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 세상을 얻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나’라는 존재의 실체가 없음을 사유해 나가는 과정이 부처님의 설법이다. 불교는 그 경전의 양에서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실로 치열한 최상의 논리이며 지혜이기에 그것을 설명하려면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수많은 불교 경전이 필요했다. 불교 경전을 읽다보면 그 방대한 양에 놀라고 다음으로 그 내용에 감탄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천문, 지리, 광물, 식물, 동물, 생리, 위생, 의학, 약학, 논리, 심리, 정치, 경제, 사회, 가정, 직업, 풍속, 습관 등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p.174
마음을 깨침_원효
마음이 생기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생기고
마음이 멸하면 무덤 해골물이 둘이 아님을 깨달았네.
知心生故種法生 心滅故觸?不二
지심생고종법생 심멸고촉루불이
元曉大師(원효대사) - (617~686): 신라의 고승으로 이 시는 그가 당나라로 가는 유학길 중 간밤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크게 깨닫고 읊었다는 유명한 시다. 저서에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 등 다수가 전해진다.
【故(고) - ‘일부러’ 의 의미가 있음】
【觸(촉) - 느끼다. 닿다】
【?(루) - 해골】 p.181
깨달음의 노래_서산대사
주인이 객에게 자기 꿈을 이야기 하고
객도 주인에게 자기 꿈을 이야기 하니
이제 꿈 이야기하는 두 나그네
이들 또한 꿈속의 사람이로구나
머리는 희어도 마음은 희지 않는다고
옛 사람이 이미 말하였지
이제 닭 우는 한 소리 듣고
장부가 능히 할 일을 마쳤다네
홀연히 자기의 근본을 얻으니
낱낱이 다만 이것뿐인 것을
천만금의 보물 창고가
본래 이 빈 종이 한 장일세
悟道頌
主人夢說客
주인몽설객
客夢說主人
객몽설주인
今說二夢客
금설이몽객
亦是夢中人
역시몽중인
髮白心非白
발백심비백
古人會漏洩
고인회누설
今聞一聲鷄
금문일성학
丈夫能事畢
장부능사필
忽得自家底
홀득자가저
頭頭只此爾
두두지차이
萬千金寶藏
만천금보장
元是一空紙
원시일공지
서산대사(西山大師): 앞에서 참조, 이 시는 서산대사의 오도송(悟道頌:깨달음의 노래)
〔悟道頌(오도송): 불교에서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읊는 시와 노래〕
〔夢(몽): 꿈〕
〔客(객): 손님〕
〔髮(발): 머리털〕
〔寶藏(보장): 보배 창고〕
p.215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