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일정도 잡혀 있지 않은 비어 있는 캘린더가 불안하다면, 당신은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쁘게 사는 이유는 편안하게 쉴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아무런 약속도 잡히지 않는 날이 생기면 우리는 두려워한다. 나만 뒤떨어져 있는가 하는 소외감 때문이다. (중략) 우리는 바쁠수록 스스로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러다가 다들 한방에 ‘훅’하고 간다.
---「추천의 글」중에서
정신없이 바쁜 일상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점령한 독감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넘쳐나는 자극에 힘겨워하며, 과로로 지금 당장이라도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그러면서도 더욱 빠른 정보 처리 능력을 자랑하는 컴퓨터가 아쉽고, 훨씬 더 기능이 좋은 핸드폰을 갖지 못해 안달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항상 온라인 상태이어야 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접속 가능해야만 한다. 무언가 놓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뒤처지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갈수록 시간은 빠듯해지기만 하고, 속으로는 휴식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것처럼 두렵고 괴로운 일도 없다.
---「들어가는 글」중에서
시간 부족이라는 느낌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라는 집단의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늘 허덕이고 서두르며 사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바로 그래서 시간 부족이라는 현상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렇지 않은 사람과 똑같이 시달리는 것이다.
---「1장. 우리는 왜 날마다 바쁜가」중에서
현대인의 생활에서 부족한 시간과 주의력을 갉아먹는 ‘정보 과부하’를 둘러싼 사회 전반의 불평과 불만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많은 이들은 글자 그대로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익사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한다. 이메일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무기력하게 떠내려가면서도 여가시간조차 스마트폰이 쏟아내는 정보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2장. 정보 홍수에 휩쓸리지 않는 법」중에서
지난 세월 동안 수면연구가, 의학자, 신경생리학자 등은 잠자며 꿈을 꾸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여기서 확인된 사실은 편안히 쉴 때 우리 몸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이지만, 우리 몸은 회복과 재생 과정에 몰두하며, 동시에 기억력과 자신감, 창의력을 키우는 작용을 한다.
---「3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중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한가로울 때일 뿐이다. ‘경쟁’이 지금껏 해온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처지를 개선하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이는 한, 가속화의 소용돌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갈수록 허덕임에 내몰리고 여유라고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만다.
---「4장. 우리를 몰아붙이는 가속화의 체계」중에서
그래도 외적인 의무를 저버릴 수 없어 한가로울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사람이라면 로자의 다음 충고를 시험해보라. “일정표에 마음에 드는 날들을 고르고 거기에 커다랗게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이렇게 써라. 아무것도 하지 않겠음!” 그래도 누군가 그날 무언가 같이 일을 꾸며보지 않겠냐고 묻거든 다음과 같이 대답하라. “아니, 그날은 계획한 일이 있어!”
---「5장. 가속화 사회에서 자신을 지키는 법」중에서
아니라고 거절할 줄 아는 법을 배우자. 이 능력은 더욱 넉넉한 휴식을 이뤄내려는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외부로부터 우리를 파고들며 안 그래도 부족하기만 한 주의력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각종 광고와 유혹에게 단호하게 말하자. “아니요!” 또 그런 유도 전술에 기꺼이 따르려는 우리의 내적 충동에도 “아니!” 하고 뿌리치자. 물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자제력이 필수적이다. 광고나 각종 미디어 그리고 고용주는 상당히 교묘한 방식으로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6장. 일상에서 더 많은 휴식을 누리는 기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