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챕터의 주요 내용 요약
진화론을 옹호하고 지적 설계론을 비판하다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
다윈의 진화론만큼 많은 오해와 비판을 받는 과학 이론도 드물다. 진화론 반대론자들은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너무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의도적으로 이를 만들어낸 설계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규정하며 창조주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적 설계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비록 생명체들이 진화를 거쳐 이전의 모습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는 있지만, 최초의 생명은 결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창조주의 손길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며 진화론을 공격한다. 그러나 도킨스는 이러한 창조론자들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생명이란 진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변화되어온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절대적인 설계자’란 존재하지 않으며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눈먼 시계공’에 불과할 것이라고 일축하며, 진화론을 노골적으로 옹호한다. 그가 어떤 논리를 통해 진화론이 옳음을 증명하는지를 살펴보자.
섹스에 대한 오해를 파헤치다
린 마굴리스 외의 『섹스란 무엇인가』
플라톤의 『향연』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에 본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멀고 먼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았다. 마치 두 명의 사람을 붙여놓은 것처럼 두 개의 머리와 네 개의 팔, 네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안드로진인으로, 그들은 지금의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과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자 똑똑하고 힘센 안드로진인들이 신의 권능에 대항하는 일이 늘어났고, 이에 격노한 신들의 왕 제우스가 이들을 둘로 갈라놓았다. 인간은 순식간에 힘과 지능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서로 붙어 있던 자신의 짝을 잊지 못해 인생을 온통 짝을 찾아 헤매는데 소비하여 감히 신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맨다. 흥미로운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반쪽으로 여기는 인물은 자신과 성이 다른 이성異性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성이 나뉘고 또 둘로 나뉜 성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헤매는 데 온 생을 소비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 책의 제목은 『섹스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은 섹스라는 단어에서 벌거벗은 남녀의 결합을 연상한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의 섹스는 성의 본질에서 아주 일부만을 의미할 뿐, 전부를 대표하지는 못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일반 수학 공식과는 다른 섹스의 공식을 통해 우리가 오해했던 섹스의 본모습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SALE ON ALL BODY PARTS”
도로시 넬킨 외의 『인체 시장』
연구소에서 일할 때였다. 연구 과제를 새로 설정하면서 사람의 간세포가 필요한 실험을 하게 되어서 세포주를 판매하는 ATCC 사社의 홈페이지에서 카탈로그를 뒤지고 있었다. 마침 적당한 세포주를 몇 종류 발견하여 주문을 하고, 항공 택배로 냉동된 세포주를 받아 여느 때처럼 배양접시에 배양했다. 같이 딸려온 설명서를 실험 노트에 붙이고 정리하던 순간, 우연히 세포의 기원에 눈이 갔다. ‘2세 된 여아의 간암 조직에서 떼어낸 세포’라는 건조한 설명이 붙어 있었다. 한때는 누군가의 신체 일부였던 조직을 나는 돈을 주고 구입했던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인간 자신을 매매 대상 품목으로 다뤄왔다. 노예의 존재는 함무라비 법전에도 명시되어 있을 만큼 오래된 악습이다. 전쟁이 끝나면 패한 쪽에 속했던 이들은 하루아침에 인격을 부여받지 못하는 노예가 되어 시장에 전시되었고, 값을 치른 이에게 마소처럼 팔려갔다. 또한 ‘몸을 팔아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인체는 다른 방식으로 팔려나간다. 현대의 인체 시장에서는 인간 자체가 아니라, 인체의 조각들이 팔리고 있다. 인간의 사체나 인체를 조각낸 일부-수술 시 잘려지는 각종 조직, 정자와 난자 및 수정란, 탯줄과 태반, 장기, 피와 뼈, DNA까지-가 무게로 달리고 개수로 셈해져 팔리는 것이다. 인체를 복잡한 단백질 덩어리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과 생명공학의 발전은 이처럼 인체를 쇠고기처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대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인간의 지성은 어떻게 탄생했나?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
대부분의 지구 생물들은 살면서 학습한 정보보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능력, 즉 본능적인 유전 정보에 의해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거의 모든 포유류는 이와 반대다. 인간은 전체 수명에서 유년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어떤 종보다도 훨씬 길다. 이 긴 기간 동안 아이는 성인에게 의존하며 뛰어난 적응성, 즉 환경과 문화로부터 학습하는 능력을 보인다. 비록 우리 행동의 상당 부분이 아직도 유전자에 의해 조절받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새로운 행동적·문화적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발달된 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지성을 획득하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든다면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을 읽고,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는 그의 여정에 동참하며, 신비에 싸여 있던 뇌의 참모습에 다가가 보자.
“모든 것은 절대적이지 않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이 책은 일종의 자서전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를 통해 양자역학의 수립에 공헌한 천재 물리학자였던 하이젠베르크가 직접 쓴 일대기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단순히 자서전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그가 청년 시절부터 은퇴할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토론을 통해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쌓고,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친구와 은사와 선후배와 나누는 대화와 토론의 궤적은 그대로 현대 물리학과 양자역학의 수립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하이젠베르크의 일생을 통해 그가 가졌던 세상에 대한 의문들과 그 것이 토론과 심사숙고를 통해 어떻게 과학 이론으로 성립되어 가는지를 따라가보자.
“인간은 특별하지 않다”
브루스 매즐리시의 『네번째 불연속』
SF 영화 「A. I.」의 주인공인 데이비드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가진 로봇이다. 외로운 어른들에게 어린아이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하도록 만들어진 로봇인 데이비드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엄마에게 주어지고,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그녀도 자신의 사랑을 애타게 갈구하는 데이비드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그녀의 친아들이 기적적으로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 엄마를 두고 사랑 다툼을 벌이는 두 아이 사이에서 엄마는 친아들을 선택하고 로봇 아들이었던 데이비드를 버린다. 이제 데이비드는 엄마가 쥐어준 곰인형과 거리에서 만난 지골로 로봇과 함께 엄마가 들려준 동화 속에 나왔던 ‘파란 요정’을 찾아 먼 길을 떠난다. 자신이 ‘진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데이비드는 피노키오를 진짜 소년으로 바꾸어준 파란 요정만이 자신에게 엄마를 되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로봇 데이비드의 슬픈 눈망울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가슴속에 맴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의 과학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언젠가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하고 인간에 필적하는 지능과 의식을 지니는 존재를 인간이 만들어내게 된다면, 과연 그 존재를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로봇이 고차원적 의식을 가지고 세상을 인식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우리는 지적 능력을 가진 로봇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들을 우리와 동등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주어야 하는가. 브루스 매즐리시의 책은 바로 이런 질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담고 있다.
지식의 경계를 허물어라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세상은 참으로 복잡해 보인다. 수많은 인간 군상, 그들의 관계, 그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와 자연…… 그래서 사람들은 복잡한 세상을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진리를 찾기를 원하는지도 모른다. 과학자들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들 역시 이오니아의 마법을 찾아 헤맨다. 이오니아의 마법이란 물리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제럴드 홀턴Gerald Holton이 처음 쓴 말로 ‘통합과학에 대한 과학자들의 믿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지방 이오니아에 살았던 탈레스는 모든 물질이 궁극적으로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그의 생각은 매우 소박하고 실제와는 맞지 않는 것이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의 생각이 세계의 물질적 기초와 자연의 통일성에 대한 형이상학을 상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오니아의 마법은 탈레스 이후 점점 세련되어지면서 과학사상을 지배해왔다. 현대 물리학에서는 자연의 모든 힘(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력)을 하나로 합치려는 움직임(통일장 이론)이 일어났고, 이런 현상은 과학을 넘어 사회과학과 인문학까지 아우르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오니아의 마법은 현대 시대에서 여전히 유용한 것이다. ‘통섭’이란 윌슨이 생각하는 현대판 이오니아의 마법이다.
때론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발견한다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
여기는 범죄 현장. 잔인하게 살해된 피해자의 모습에 수사요원들은 모두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용의자는 있었지만, 목격자도 없고 알리바이도 대고 있어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는 미약했다. 이 사건이 유일한 단서라고는 피해자의 손톱 밑에 남아 있는 약간의 혈흔뿐. 아마도 마지막 순간 피해자가 있는 힘을 다해 가해자의 몸을 할퀴면서 남긴 단서인 듯했다. 수사요원들은 재빨리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DNA를 채취했고, 실험에 맞도록 처리한 DNA 샘플을 DNA 염기서열을 파악해주는 기계 속으로 집어넣었다. 기계는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더니 곧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용의자의 DNA와 샘플을 대조해보는 것뿐. 드디어 결과가 나왔다. 바로 그 용의자가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미궁에 빠졌을 법한 사건이 단숨에 해결되었다. 그의 혈액세포 속에 들어 있던 작은 DNA 가닥들 때문에.
60억 인구가 6단계 만에 모두 연결될 수 있는 비밀은?
알버트 바라바시의 『링크: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1994년의 어느 날, 미국의 인기 있는 토크쇼인 「존 스튜어트 쇼」에 세 명의 대학생이 영화배우 케빈 베이컨과 함께 출연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이들은 방송 내내 헐리우드의 모든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6단계 내로 연결됨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놀라움을 샀다. 이후 사람들은 어떤 배우가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 내로 연결되는지를 경쟁적으로 찾기 시작했고, 이를 알아보는 웹사이트(http://www.cs.virginia.edu/oracle)까지 등장했다. 이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The six degrees of Kevin Bacon’은 이어서 케빈 베이컨뿐 아니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들도 단지 6단계만 건너면 아는 사람으로 둘러싸인 ‘좁은 세상’임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시초가 되었다. 어떻게 60억이 넘는 인류가 단지 6단계만으로 모두 연결될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이 지구상에서 네트워크를 이루며 살기 때문이다. 온 세상을 6단계 내로 이어주는 네트워크가 가진 비밀을 바라바시의 『링크』를 통해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