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정규직 포지션에 희망을 걸고 임원 면접에 갈 것인가, 아니면 6개월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보장이 전혀 없지만 글로벌 투자 은행에 출근할 것인가. 고민에 휩싸였다.
나는 안정적인 미래보다는 도전하는 미래를 꿈꿨다. 내가 내 삶의 키를 쥐고 내 미래를 결정하고 싶었다. 정규직으로 입사해도 1~2년 안에 퇴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정규직 vs 6개월 파견 계약직」중에서
“굿모닝, 은진씨! 그런데 왜 이렇게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요? 많이 바빠요?”
“아, 일찍 출근하는 게 좋아서요. 일도 더 배우고 싶고요.”
“흠… 그럼 우리 팀이 매일 리서치 팀과 진행하는 미팅에 들어올래요? 매일 와서 들으면 공부가 되지 않겠어요?”
“정말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정작 미팅에 들어가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순이익, 마진, 에비타, 총 매출, 감가상각 등…….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료였지만 그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엇을 공부하면 되는지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지금은 못 알아들어도 계속 듣고 공부하면 언젠가는 나도 저들처럼 일하는 날이 오리라.
---「아침밥 주문자에서 아침 미팅 참석자로!」중에서
자기 그릇이 결정되는 것은 상사 혹은 회사가 나에게 얼마만큼 기대하고 있는지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어느 자리에서 어떤 능력을 쌓고자 하는지 개인의 욕심과 목표가 더 크게 작용한다. 나는 비록 팀 비서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나의 그릇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믿었다. 언젠가는 나에게 주어질 큰 그릇에 부합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 공부, 또 공부뿐이었다.
---「공부, 공부, 그리고 또 공부」중에서
나에게 있어 회사라는 존재는 인간을 한 단계 성숙하게 해주는 매개였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물론 본인이 회사에 기여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훨씬 성장해 있었다.
가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고민도 받는다. 지금 회사가 너무 비전이 없어서 못 다니겠다고. 하지만 회사에서 자신의 위치는, 향후 그려지는 비전은 최소 1~2년은 진득하게 일해야 보이는 것이다. 회사는 이제 막 입사한 사람한테는 쉽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적어도 1~2년은 두고 지켜본다. 믿고 일을 맡겨도 될 만큼 된 사람인지 아닌지.
---「실수, 실수, 그리고 또 실수」중에서
‘골드만삭스’라는, 나의 존재를 각인시켜주던 그 껍데기 안에 나는 없었다. 그냥 그 회사만 있었을 뿐. 맹목적으로 나는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만 했고 회사가 모든 걸 알아서 책임져줄 줄 알았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성공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껍데기를 벗고 나니 그동안의 맹목적인 믿음이 엄청난 시련과 좌절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나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는 회사가 전부?」중에서
또 무슨 고생을 사서 하려고 이런 미친 짓을 벌이려고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 홍콩에 가서 뭘 어쩌겠다고. 사표 내고 갔다가 단 한 곳도 취업이 안 되면 그다음은 어쩌려는지. 나는 정말 대책이 없었고 무모했고 용감했다. 사표 쓰고 무작정 해외에 간다고 했을 때 유일하게 나의 결정을 지지해준 사람이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나를 잘 아는 친한 후배가 이런 말을 꺼냈다.
“꼭 해외로 나가세요. 선배는 여기서 클 사람이 아니에요.”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내 의지와 내 꿈을 따라 내 운명을 내 두 손으로 꼭 쥐고 싶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마음 편하게 일하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그렇게 한국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과연 행복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비록 무모할지언정, 비록 실패할지언정 최소한 나는 직접 치열하게 노력했다고 자부하고 싶었다.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 삶을 돌아봤을 때 ‘그때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토양’은 어디인가」중에서
일회적인 종업원 마인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가장 먼저 사고방식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나는 이 회사에 고용된 종업원이 아니라 내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사장이라고.
나는 적극적으로 팀원들에게 다가가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도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여주는 한국 기업이 아니었다. 완벽한 인수인계를 위해 아는 것을 모두 자료로 만들어놓는, 후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준비해놓는 한국 기업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먼저 알려주지 않고,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며, 개인이 직접 요리해서 밥상을 차리고 혼자 떠먹어야 하는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것뿐이었다.
---「‘나’와 ‘회사’의 괴리 좁혀나가기」중에서
MBA를 할까? 중국어를 공부할까? 영어 공부를 더 할까? 유학을 갈까? 생각만 하다 고민만 하다 보통은 끝나기 마련이다. 고민할 시간에, 그 시간에 무엇이든 시작하길. 무엇이든 공부하길. 무엇이든 해보길. 내가 정해놓은 한계와 울타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좀 더 넓은 곳으로 나가는 순간 또 다른 기회가,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질 테니 말이다.
---「드디어 홍콩대 MBA 합격!」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현재 직장을 그만둘 필요는 없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작게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 내 자리에서. 지금 내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큰 변화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큰 결심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무엇보다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내가 즐겁고 순수한 마음과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해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남들이 알아줄 수도 있고, 알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상관이 없다. 어차피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그 작은 시작이 우리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사친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나의 삶, 그리고 여러분의 삶도 말이다.
---「작은 시작이 운명을 바꾼다」중에서
돈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승진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남에게 인정받고 잘 보이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라, 그만두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이로써 그들이 혜택을 얻어 삶이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때, 커리어의 비전과 목표가 ‘나’가 아니라 ‘남’이 될 때 그때야말로 일이 진정한 ‘내 일’이 되고 진짜 커리어가 쌓이는 게 아닐까. 결국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이 있다면 계약직이나 정규직 등의 고용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떤 조직에서 지식과 경력을 쌓아 ‘남’에게 서비스하면서 동시에 ‘나’ 자신이 발전하고 배울 수 있다면.
---「‘나’에서 ‘남’으로」중에서
홍콩에서 펼쳐지는 나의 무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회사가 있고, 그 무대에서 나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내가 공부할 수 있는 무대. 다양한 인재들이 모여 지식을 쌓으면서 의견을 나누는 MBA가 있고, 그 무대에서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배운다.
나에게 주어진 최고의 무대. 나에게 엄마라는 선물을 안겨준 아이들과 남편이 머무는 집이 있고, 그 무대에서 나는 매일 울며 웃고, 인생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로 아내로 커가고 있다.
이 무대에서 나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고 있고 이곳에서만큼은 나 자신 그대로일 수 있다. 이 무대 위에서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글로벌 커리어 우먼으로, 열혈 학생으로, 지혜로운 엄마로 등장한다. 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내가 주인공이고 내가 주연 배우이다. 나에게 주어진 이 모든 것들이 지금까지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나의 무대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무대는 세계로 더 뻗어 나가고 더 신날 것임을 안다. 지루하지도 재미없지도 답답하지도 않다. 나에게 주어진 이 무대가 감사하고 행복하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