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내가 누구인지 알려 주세요」에서는 노숙인들의 현황과 노숙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노숙인들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들려준다. 고현길 씨(가명)를 비롯한 노숙인들이 거리노숙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현실, 무료진료소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노숙인들의 건강에 대한 문제, 주거 현황 등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노숙인에 대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답하기도 한다.
“밥 먹는 데 돌아다니며 하루를 다 보내요. 뭔가 다른 일을 찾으려 해도 그게 발목을 잡아요. 우리가 바쁘게 살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요?” --- 「우리도 바쁘게 살아요」 중에서
“살아오던 기간 중 요즘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간병인이 와서 약도 챙겨 주고, 세수도 시켜 주고, 방청소도 해 주고, 식사도 준비해 주고, 게다가 허술한 이 집으로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 그리고 아이들이랑 신부님까지 직접 방문을 하니 살아온 기간 중에 지금처럼 호강한 적이 없어요. 그동안은 세상을 믿을 곳이 못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도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길게 이야기를 하다가 마지막 부탁을 했다. “제가 죽거든 시신을 의대에 기증해 주세요. 정말 고마워서 그래요.” --- 「삶은 정말 감사한 것일까?」 중에서
2부 「유령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서는 호적이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이기순 씨, 젊은 노숙인 민석이(가명)와 정일이, 여성노숙인 이해림(가명)과 그녀가 서울역 화장실에서 낳은 아이 성민이(가명), 재일동포 노숙인 김이직(가명) 노인, 깡다구 인생 노형선 씨, 제주도가 고향인 노숙인 허일환 씨(가명)와 최일삼 씨(가명), 열다섯 명 대가족의 가장 이길훈 씨와 천미화 씨 등 현장에서 만난 노숙인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이 르포의 성격을 가지는 이유는 이처럼 생생한 현장에 기반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호적이 없으니까 사람 취급도 안 하는 것 같아.” 그래서 그는 또다시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이야기했다. “나는 유령처럼 살았어.” --- 「‘유령’처럼 살았던 이에게 전할 마지막 위로」 중에서
그는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한글을 몰랐다. 항상 창피하게 생각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그가 한글 배우는 것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그것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다음에 아이가 커서 아빠가 한글을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난처할 것 같아서 배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살아오던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 「이젠, 가족이에요」 중에서
3부 「돈키호테를 꿈꾼다」에서는 프랑스의 사례, 자활에 성공한 노숙인의 사례, 노숙인 선교의 문제점에 대한 일침 등을 통해 노숙인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또한 3부 마지막 글인 「불법시위라뇨? 문화행사인 걸요」에서는 임영인 신부를 비롯한 「다시서기센터」 실무자들의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새벽의 컨테이너 설치 작업과 이후 ‘철거해라’, ‘못한다’의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노숙인들을 조직해내는, 서울역사 주변에 「노숙인무료진료소」를 세우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들려준다.
“구걸을 하는 노숙인은 평범한 사람들의 온정으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느 신부님이 표현했듯이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그것은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돕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그 돈으로 술을 마신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세상은, 비록 알코올중독자인 노숙인이지만 술 한잔을 더 마실 수 있을 만큼 어수룩한 구석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구걸한 돈으로 술이나 마시는 노숙인에 대해 마음이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냉정해도 됩니다. 그것도 그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요. 저 역시 노숙인에게 절대로 돈을 주지는 않습니다.” --- 「돈키호테를 꿈꾼다」 중에서
“노숙인도 살고 싶다. 진료 공간 제공하라.” 실무자가 마이크를 들고 노숙인들을 불러 모으니 순식간에 200명이 넘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진료소는 노숙인들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이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들 나선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나는 실무자들을 불러 모아 당부를 했다. “자네들이 할 일은 노숙인들이 과격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자제시키는 일이야. 서울역 유리창을 향해서 돌멩이 하나라도 날아간다면 문제가 꼬인다.” 먼저 노숙인들에게 서울역 직원들이 진료소 문을 못 열게 출입구를 트럭으로 막아 놓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자 노숙인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트럭을 들기 시작했다. 몇 번에 걸쳐 “영차 영차” 소리로 호흡을 맞추더니 번쩍 들어 진료소 한쪽으로 옮겨 버렸다. 그리고는 ‘이거 별거 아니네!’ 하는 표정을 보였다.
--- 「불법시위라뇨, 문화행사인 걸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