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안에 몇몇 과학자는 유전자변형 인간을 만들려 할 것이다. 의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공상과학소설이 현실로 바뀌고 있다. 이 기술로 인간세상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더 많은 의견 교환과 논의가 시급하다. 그 변화는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 이 둘이 복잡하게 얽혔을 수도 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유전자변형기술에 관해 배우고 토론을 끌어내야 한다. 머지않아 유전자변형 인간이 나타날 수 있다는 현실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고, 그 변화의 과학적·사회적 본질을 담아내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표다. --- p.12
놀랍게도 실제 유전자변형 인간이 생산될 시점이 얼마나 가까운지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소수만이 주목하는 이유는 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서다. 모든 징후가 ‘인류는 아직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할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전자변형 인간은 십 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다. 이 매혹적인 주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불꽃 튀는 토론을 끌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언론에서 그 시도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떠들어댈 때까지 기다리느니 차라리 지금부터 이에 관한 논의에 불을 붙이는 편이 낫다고 본다. --- p.45
충격적이겠지만, 최초의 포유류 복제동물인 복제양 돌리(Dolly)가 성공적으로 태어날 때까지 영국 발생학자 이언 윌머트는 양의 복제를 400번도 넘게 실험했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400번의 실패를 거듭했다는 뜻이다. 이 불행한 복제 연구의‘부산물’은 사람들이 인간 복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 중 하나다. 생식용 복제 시도가 실패했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에 대한 윤리적 정답을 찾지 못했다. GMO사피엔스를 만들려는 시도에도 이와 똑같은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 p.89
기술적 장벽이 없다고 해서 복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된다거나, 혹은 제대로 되더라도 쉬운 과정일 거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 복제 전 과정에 관한 개인적 이해와 세 곳의 연구팀이 인간 치료용 복제 연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는 사실을 고려하건대, 인간 복제가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남아있는 복제 성공의 핵심 재료는 복제가 가져올 피해에 대한 무관심과 풍부한 자금 공급이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재 우리는 ‘인간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명제를 신화라고 알고 있지만, 일이십 년 전 사람들은 ‘인간 복제가 가능하다’는 명제가 신화라고 주장했다. 오늘의 현실은 과거와 정확히 반대다. --- p.100
불임치료에 체외수정법이 사용되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하지만 일단 기술이 개발되고 방법론에 관한 정보가 전파되기 시작하면, 누군가 그 기술을 다른 기술과 결합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의도와 다르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성별 선택이나 유전자변형, 복제 등과 같은 심각한 윤리적 딜레마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체외수정을 하고 남은 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조차도 반대한다. --- p.125
디지털 맞춤아기를 규제 없이 만들어낸다고? 비디오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게임 속 캐릭터, 혹은 아바타의 특성을 만들거나 고를 수 있다. 화면에서 메뉴만 몇 번 클릭하면 된다. 미래에는 같은 방식의 메뉴 고르기 몇 번으로 자신의 아기를 실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믿기지 않을지 몰라도 지금은 현실과 많이 가까워진 느낌이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는 아직 소수지만, 예비부모가 아기의 성별을 선택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인도나 중국처럼 ‘남아선호사상’이 남아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성비 불균형이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 --- p.159
우리는 시험관 속의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균 유전자를 조작하고 포유류 세포를 변형시키고, 유전자변형 식물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유전자변형 동물을 만들어내기까지 유전공학의 진화 과정을 줄곧 지켜봤다. 이와 동시에 유전체서열결정법과 줄기세포, 복제, 보조생식기술도 마찬가지로 점점 더 속도를 냈다. 말하자면 다음 단계로 가까운 미래에 유전자변형 인간의 창조가 실현되는 데 필요한 밥상이 다 차려졌다는 뜻이다. 도구와 방법은 이미 있다. 유전병치료와 같은 치료 목적부터 영리하거나 의젓한 아이를 만드는 인간 향상의 목적까지 넓은 범위에 해당하는 수요 역시 존재한다. --- p.183
핵심은 맞춤아기의 생산이 다른 무엇보다도 위험성이 크고 세대를 초월하는 실험이라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은 GMO사피엔스고, 실험이 시작하는 시점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자신의 생산에 동의할 수도 없다. GMO사피엔스의 아이들과 후손 모두 영향을 받을 테지만, 누구도 동의할 수 없다. 이 동의에 관한 딜레마를 과연 해결할 수 있는지조차도 불명확하다. --- p.212
생각만으로도 두려운 상황은 또 있다. 인간 유전자변형을 목적으로 설계된 유전자 드라이브 기술이 바이러스 기술과 합쳐져서 무기가 되는 상황이다. 사람들에게 유전자 드라이브 인자가 들어있는 전염력 강한 물질을 살포한다면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테러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물질은 유전자 드라이브 요인과 바이러스의 강한 전파력을 바탕으로 전염병처럼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우연히 유전자 드라이브를 가진 유전자변형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이들의 의무적인 생식 격리는 필요악이 된다. --- p.259
최첨단기술은 복제인간과 유전자변형의 가능성을 높이고, 예술과 문화적 관점은 인류에게 일어날 가능성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리고 좋든 싫든 문화는 현상에 적응할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인류는 인간 창조 통제권을 쥐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격전을 치러왔다. 지금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인간을 창조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우리 손에 쥐어져 있고, 사용하기도 쉬우며,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우리 인류를, 그리고 세계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