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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내리는 눈 2

사막에 내리는 눈 2

제로노블(Zero Novel)-022이동
닐라 | 동아 | 2016년 11월 2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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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716g | 147*210*35mm
ISBN13 9791155117392
ISBN10 115511739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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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안 하던 짓을 하게 만드는구나…….”
세리자르가 속삭이며 손가락을 들어 동그란 설의 이마에 살며시 갖다 댔다. 그대로 보기 좋게 휘어진 콧날의 선을 따라 그리며 이윽고 손가락은 보드랍고 도톰한 설의 입술 위에까지 닿았다.
“……!”
순간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뭔가가 입술에 와 닿자 설이 잠결에 입술을 벌려 그것을 살짝 머금었던 것이다.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세리자르의 손가락은 그대로 그녀의 입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말았다.
‘아!’
그녀의 입술은 촉촉하고 부드러웠지만 세리자르는 손가락에 불이라도 붙은 듯 화들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몸을 빼고 한 걸음 크게 뒤로 물러섰다.
당황한 세리자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섰다가 와락 커튼을 젖히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곧 자석에라도 끌리는 사람처럼 곧바로 다시 돌아가 좀 전과 같이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설을 내려다보았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말을 달렸을 때처럼 가슴이 쿵쿵 뛰었다.
“…….”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고 여전히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만 내며 잠들어 있는 설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도 환한 달처럼 뽀얗게 떠올라 있었다.
세리자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지로 누르는 것처럼 어느새 그는 주먹마저 꾹 쥐고 있었다.
‘젠장!’
그대로 있다간 당장에라도 자고 있는 여자를 덮치는 파렴치한 짓을 할 것 같아 세리자르는 휙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사막의 밤은 싸늘하다. 평소라면 따뜻하게 느껴졌을 화로의 온기가 답답하게 숨통을 옥죄어 오는 것 같아 그는 아예 막사 밖으로 나와 버렸다.
막사 밖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이 그를 보고 절을 했지만 세리자르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반대편의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사막의 저쪽에서 불어온 건조한 바람 한 줄기가 싸늘하게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신경이 온통 손가락 끝에 쏠려 있었지만 일부러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 심장의 가장자리를 개미 수백 마리가 돌아다니며 간질이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게 대체 무슨 반응인가 생각하는데 문득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결혼은 사랑하는 단 한 사람과의 약속이에요.

‘단 한 사람이라.’
세리자르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모디아라에선, 더욱이 말릭에게 있어 결혼이란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후궁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가능한 한 많은 후계자를 낳는 게 그의 책무였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건 나약한 여인네들의 마음일 뿐.’
영혼의 짝이라는 건 지나치게 낭만적인 음유시인들이나 떠드는 얘기일 뿐, 인간은 한시도 머물러 있지 않은 존재다. 눈에 보이는 육체든 보이지 않는 마음이든 인간은 다 변하게 마련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그들에게 있어 변치 않는 것이라곤 변한다는 사실밖에는 주지 않았던 것이다.
‘여자든 남자든 다 마찬가지지.’
세리자르가 제 손을 들어 올려다보았다.
싸늘한 밤바람에 어느새 달뜬 몸도 식어 버리고 언제 그렇게 동요했냐는 듯 그는 다시 그 손을 담담하게 쳐다볼 수 있었다.
이건 그냥 일종의 유희이자 시합일 뿐이다. 문을 닫아걸려는 자와 열고 들어가려는 자 사이의.
그러니 그렇게 동요할 필요는 없다. 진심이 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네가 스스로 내 침대에 눕게 만들어 주지.’
시작은 그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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