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 CJ경영연구소 상무로 재직 중인 오승구 박사와 이 책의 책임저자 게랄트 브라운베르거의 이메일 인터뷰입니다.
1. 이 책의 원제 'Crash'를 책 제목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930년 세계 대공황과 같은 세계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인가?
책 제목인 'Crash'에는 아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여러 위기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위기가 발생하면서 그 부정적 영향이 특정 산업 분야에 한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계산업으로 확산되면서 한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거나, 더 나아가 이들 국가와 깊은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국가 혹은 권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세계경제에 전반적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서브프라임 금융사태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세계 경제불황을 초래하는 위기이기 때문에 Crash라는 제목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의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경제위기를 1부에 다루었고, 최근의 서브프라임 위기를 2부에 다루었다. 위기의 강도가 세계경제를 장기불황으로 이끌 수 있는 엄청난 위기이기 때문이다.
2.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악화되어 세계경제 침체와 불황을 야기했다. 2008년 말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마련했는데, 그 효과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는지?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은 확장적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투입하고 있다. 즉 금리를 인하하고 통화량을 확대하는 양적완화정책을 투입함과 동시에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금융기관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등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쏟아 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프라 확충, 저소득층 지원 등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강력히 투입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산업 보호정책 등 세계화에 반하는 정책까지도 도입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재정 금융정책 도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적 수단은 무엇보다도 은행 등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및 건전화가 이루어져야만 그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각국 정부는 금융기관의 건실화와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정책적 방향에서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들 기관의 건전화는 아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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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경기 부양책이 향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막대한 재정부담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 막대한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어 경제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경기 부양책으로 모든 국가들은 확장적 금융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문제점 즉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으며 또 다른 투기를 촉발할 수 있다. 과거 경기 부양책을 펼치면서 투기가 발생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타나 경기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고, 또한 엄청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곧바로 금리를 인상해야만 한다. 반면 재정정책의 경우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안정화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위기 상황이 해소된 다음에 긴축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이고,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등 나라별로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이란 측면에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 경제정책을 투입해야 한다.
4. 최근 들어 일부에서는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희망적인 기대감도 곧잘 보이곤 한다. 아시아 국가, 미국 등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 지역은 아직 희망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세계경제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 것인지? 전반적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일부 국가에서 거시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확실하게 이 위기를 벗어나는 징후라고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다.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금융시스템, 특히 은행시스템이 건전해져야만 가능하다. 은행시스템을 건전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확장 금융정책이 투입되어야만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금융건전화를 이루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재정정책의 효과도 빠른 시일 내에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최근의 경기침체 국면에 약간의 개선된 모습이 보인다고는 하지만, 세계경제가 수년간 경기?체 국면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최근 들어 국제통화로서 중국의 위안화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에 대해 적극적인 견해, 즉 기축통화로써 일정 부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중국 정부가 현재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금융거래 및 흐름에 대한 간섭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기초적인 전제조건을 해소하려고 하는 중국정부의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통화로써 또는 제2, 제3의 기축통화로써 활용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물론 상당한 시일이 지난 이후에 위안화가 오늘날의 엔화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서 일본은 세계경제에 확고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고,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제결제 통화가 되기에는 미흡하다. 전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본이 세계경제질서를 이끄는 것 이외에도 세계의 안보나 패권국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만 엔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화의 역할과 위상이 엔화를 크게 앞서고 있는 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최근 들어 아프리카, 중남미 등 개도국 국가에 대한 원조 및 차관 제공이나 경제적 협력 강화 등을 통해 세계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군사 외교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위상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패권국가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국격은 아직 부족하다고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 엔화와 같은 정도의 기능 및 역할은 수년 내 가능 할 것으로 전망된다.
6. 앞으로 유로화, 엔화, 위안화 등의 위상과 국제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는지?
국제금융시스템 역시 세계경제 질서를 규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변화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경제력과 함께 군사력 외교정치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하고 더 나아가 법, 제도, 규정, 인적 자원, 문화 시스템 등 모든 분야에서의 위상 및 역할이 변화해야만 국제금융시스템도 변화한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위기가 극복되고 세계경제가 안정되더라도 현재의 국제금융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쉽지 않다. 단지 그동안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시스템에서 유로화와 엔화의 위상이 상당 부문 강화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동안 유로화는 달러화에 이어 제2의 국제통화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고 달러화의 위상 차이도 상당히 극복했다. 제3의 국제통화로서 엔화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국제금융시스템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위안화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