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물들의 발작적 행위들은 우리 현실의 ‘잔혹성’과 맞닿아 있다. 군복 노인의 편집증적 ‘애국심’, 컴퓨터 게임에서 현실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청년의 치명적인 놀이, 중년 노숙자의 외전(外傳)적 예언으로의 이끌림, 젊은 여성의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이 그렇다. 이러한 삶의 단면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하는 사건들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밑그림으로 수렴되어 간다. 그리고 ‘최악의 쿠데타’로 폭발한다. 거침없는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이 새로운 형태의 ‘총체성’을 빚어내고 있다.
황광수 (문학평론가)
이야기를 잔뜩 가진 낯선 작가가 나타났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최인석 (소설가)
『열외인종 잔혹사』를 읽는 동안 내면에서 깨어나는 낯선 인격들과 만나는 듯한 기시감을 느낀다. 매혈로 생계를 꾸리는 노숙자, 정규직을 꿈꾸는 임시직 노동자, 서바이벌 게임에 몰입하는 청소년이 낯익고 정겹다. 그들이 욕망의 집결지인 거대 쇼핑몰에서 양머리 집단과 빚어내는 폭동의 해프닝은 그러므로 개인의 내면, 집단 무의식의 밑바닥에서 출렁이는 분노와 불안 충동을 선연하게 드러내 보이는 효과가 있다.
김형경 (소설가)
때때로 현실은 코미디보다 더한 코미디다. 너무 웃겨서 기가 막힌다. 숨이 가빠 입을 벌려도 웃음이 아닌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구시대의 퇴물들이 벌이는 입맛 쓴 헛소동, 희망 없는 신세대의 오두방정 좌충우돌, 新카스트 시대의 천민들이 벌이는 밥그릇 쟁탈전, 난세일수록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거짓 종교의 헛된 믿음까지. 그토록 웃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웃기는 세상이 소설 속에 고스란하다. 『열외인종 잔혹사』는 웃기는 소설이다. 아니, 웃겨서 더욱 잔혹한 소설이다.
김별아 (소설가)
다시 수상한 계절이 찾아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분노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프로이트의 말을 빌리면, “사회가 강요하는 좌절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정신질환에 걸린다”라고 했다. 그렇기에 『열외인종 잔혹사』는 지금의 기록이다. 이 작품은 소설적으로 뛰어난 기술이나 장치를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일그러지고 뭉개진 인물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과장되고,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자면, 정신질환자다. 그러나 이는 불편한 현실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현실에 대한 새로운 풍자가 가능할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박성원 (소설가)
우리가 아는 도시는 이 소설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울은 이제 기묘하고 낯선 마콘도로 재탄생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서울이라는 폐허에 대한 잔혹하고도 흥미로운 기록이다.
손홍규 (소설가)
문학과 오락의 경계선 위에 대자로 누워버린 파렴치한 정체성부터, 『열외인종 잔혹사』를 읽는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 코엑스에서 벌어지는 살육극이라는 게임적인 설정 안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시대인의 다각적인 삶의 얼굴을 녹여낸 작가의 솜씨가 만만치 않다.
심윤경 (소설가)
가상현실과 착종된 어처구니없는 서바이벌 게임의 희극이 자본주의의 상징적 건물 안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게임을 통해 현실은 결코 전복될 수 없다. 도리어 그 게임 안에서도 열외인종들(극우 수구파, 노숙자, 백수, 비정규직)의 현실적 입장은 극명하게 부각될 뿐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사회의 끔찍한 지옥도(地獄圖)이다. 이 지옥도를 유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언어로 속도감 있게 그려내는 것이 『열외인종 잔혹사』가 뿜어대고 있는 소설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한국문학사에 또 하나의 기억할 만한 ‘유쾌한 지옥도’의 서사가 등재되는 순간이다.
고명철 (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혼돈으로 가득 찬 난동과 봉기의 장소가 코엑스몰이라는 것은 대단히 상징적이다. 바벨탑은 언젠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열외인간들이 뿜어내는 생기 있는 방언과 행동주의는 한국소설에서의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명원 (문학평론가)
이것은 일종의 테러 소설이다. 9?11이 미국의 상징이었던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렸다면, 11?24는 자본주의의 타지마할인 코엑스 몰을 아수라장의 카니발로 내몬다. 《열외인종 잔혹사》에는 개인을 사육하는 시스템에 대한 울분, 세속도시에 대한 분노가 문장 곳곳에 갈무리되어 있다. 게다가 이 소설은 전통적 소설 문법을 유린하는 문학적 테러까지 감행한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절정으로 치닫는 구성, 결정적인 순간에 토해지는 너스레, 우발적이고 불확정적인 사건 전개는 한국 소설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흔든다. 이 소설을 읽고 당혹스러웠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오창은 (문학평론가)
『열외인종 잔혹사』는 혁명의 소요에 말려든 ‘열외인종들’의 무용담이다. 극우파 퇴직 군인, 정규직을 꿈꾸는 된장녀, 게임에 청춘을 파묻어버린 백수청년, 그리고 노숙자가 그들. 그러나 비극적인 것은, 이 21세기형 신종 열외인종들이 반란을 꿈꾼 적도 없고, 그들을 둘러싸고 벌이지는 일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 혁명을 일으킨 양의 무리들은 거대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갇혀버린 이 시대의 왜소하고 무력한 개인들이다. 혁명의 꿈조차 ‘망상’에 차압당하고 개인의 목소리는 거대한 권력과 미디어의 음모에 압살당한 우리 시대를 통렬하게 풍자한 《열외인종 잔혹사》는 그리하여 지독하게 웃긴, 그러나 슬픈 잔혹극이다.
정은경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