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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의 역사

부패의 역사

: 부정부패의 뿌리, 조선을 국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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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교양서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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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8g | 148*210*20mm
ISBN13 9788990699725
ISBN10 89906997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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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부정은 풍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흥청망청 윤택할 때 많을 것 같으나 조선시대의 예를 보면 그 반대이다. 탐관오리들은 반드시 흉년이 들었을 때 더 극성이었다. 이때는 암행어사까지 정신이 나가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윤황尹煌이 그 좋은 예다. --- p.43

박문수는 영조 때의 암행어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박문수 한 사람의 힘으로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없었다. 지방 수령들의 부정부패는 가뭄으로 기근이 들었을 때 더 심했다. 17, 18세기에 가뭄이 심해 지방 관리들의 부정이 극에 달했다. 이때 정부에서는 수많은 ‘선서善書’를 찍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가령 「심청전」이라든지 「흥부전」 같은 소설을 읽게 하여 백성들을 교화한 것인데 실지로 선서를 읽어야 할 사람은 공직자들이었다. --- p.80

청백리 백인걸(白仁傑, 1497~1579)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백인걸의 집이 부정공무원 민기의 집과 대문을 마주보고 있었다. 민기는 겉으로 대학자인 양 행세하였으나 모두 속임수였고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좋아했다. 그래서 두 집은 대조적이었다. 민기의 집에는 수시로 장물이 들어왔고 백인걸의 집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 잡초가 우거졌다고 한다. --- p.113

이율곡은 어느 날 서울 시내를 순시하다가 낭랑한 목소리로 병서를 읽는 소리를 듣고 이순신을 알아보았다는 것이다. 평화 시에 이렇게 병서를 읽는 선비가 있구나 하고 감탄하였으나 그를 만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율곡이 그때 관리를 뽑는 전형관銓衡官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부정부패는 반드시 뇌물을 주고받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뇌물을 안 주고 안 받았어도 당사자끼리 서로 만났다면 뇌물이 오간 것으로 의심 받았다. 그래서 이율곡이 이순신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128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여서 고위 공직자들이 일에는 관심이 없고 노는 데만 열중하며 모든 일을 아랫것들에게 일임해 버리는 풍조가 생겼다. … 조선시대의 공무원들, 특히 상급 공무원들을 당상관堂上官이라 했고 그 아래 급수의 당하관堂下官이 있었고 가장 밑에 서리書吏, 즉 아전들이 있었다. 일이 미루고 미루어져 간교한 서리, 간악한 아전 같은 말단 공무원에게 일을 맡겼으니 부정부패가 더할 수밖에 없었다. --- p.156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서울과 가까운 고을, 예컨대 경기도 양주와 같은 풍요한 고을(부자동네)의 수령이 되어 부임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반드시 뇌물이 오갔기 때문이다. 선비들은 가난한 고을의 수령이 되어 부임하는 것을 자랑하였다. 퇴계退溪는 병을 핑계 삼아 되도록 벼슬을 사양하였고 만부득이하여 부임하게 되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 깊고 깊은 산골을 택해 부임하였다. 그래서 호를 퇴계라 하였다고 한다. 신선이나 가서 낮잠이나 자는 맑은 자리에서는 부정을 하려야 할 것이 없었다. --- p.179

고종 황제는 역대 임금 중에 무능하다는 소리는 들었어도 부정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고종 황제 당시에 장안에는 현금을 가장 많이 가진 이덕유李德裕라는 고리대금업자가 있었다. 이덕유는 양반이 아니라 중인中人이었다. 요즘의 재벌에 해당하는 부호로서 당시 전국에서 제일간다는 부자 민영준閔泳駿보다 못하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이덕유는 고리대로 돈을 모았다. 고종황제도 돈이 필요할 때 이덕유에게 급전을 꾸어 썼다고 한다. 그러니 대한제국이 얼마나 한심한 나라요, 황제란 사람은 또 얼마나 불쌍한 임금인가. 임금이 급전을 사채업자에게 썼다는 것은 왕실 금고가 얼마나 빈약한가를 말해 주는 것이며, 반면에 고종이 정직하였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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