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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이렇게 쓰러졌다

월가, 이렇게 쓰러졌다

: 경제학자와 기자가 쓴 미국 금융위기 현장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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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55g | 148*210*20mm
ISBN13 9788992307406
ISBN10 8992307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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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근원이 그저 서브프라임 주택대출에 있다고만 판단될 뿐, 정확히 어느 한 개인이나 기관이라고 꼭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그 만큼 미국 금융위기에는 미국 전반에 걸쳐 너 나 할 것 없이 모든 금융기관과 그 감독기관, 그리고 정부 부처 관료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실책과 실수가 뒤범벅되어 있는 것이다.”

“예금보험공사가 계좌당 10만 달러로 되어 있던 예금보험액을 200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25만 달러로 인상함으로써 중소 규모의 금융기관들 중에 건실한 기관이 선의의 피해를 보았다. 그 이유는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액을 높임에 따라 건실한 은행에서 건실하지 않은 은행으로 예금이 유출됨으로써 부실한 은행을 도와준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실한 은행에서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고금리를 약속하고, 예금자들도 인상된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액을 믿고 고금리를 쫓아 25만 달러까지는 안심하고 부실한 은행으로 옮길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1997년에 IMF 금융위기를 잘 해결한 한국의 예를 교훈으로 삼았다면 큰 혼란 없이 일사분란하게 해결책을 강구하고 집행했을 것이다. 우선주를 매입하지 않고 공적자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경제가 안정되면 다시 매도하여 이익을 남기는 방법이 바로 금융시장에 최단기에 최대의 유동성을 제공한 한국의 노하우였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경험은 미국 관리들의 뇌리에 없었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는 미국 국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전 세계의 국가들과, 특히 중국과의 무역을 중단한다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번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당분간은 중국 없는 미국은 가능해도 미국 없는 중국은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이번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소비 증진을 독려하며 미국 없는 중국을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쌍둥이 적자는 미국 국민과 정부를 압박하는 암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효율성을 저하시키면서 미국을 노화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미국 정부의 부채가 증가하는 한 미국 정부는 미국 내 금융시장과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그에 따라 미국 내 채권 금리와 영국의 리보금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 금리는 미국 정부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영을 잘못하여 파산해야 하는 회사들은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시장원칙에 의해 파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국민 여론 때문에 앞으로는 정부 차원에서의 대마불사가 아니라 대마필사를 전제로 한 대형 금융기관관리법이 제정될 것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의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논의될 소지가 있을 때, 그 동안 국가 신용등급이나 외국계 기업 신용등급과 관련하여 이 회사에 불만을 많이 토로해왔던 각국 정부나 기업들이 일심동체가 되어 그 동안의 불만을 강력히 표출해야 한다. 극한 상황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같은 유럽 국가들이나 한국과 일본,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를 위한 신용평가회사를 설립해야 한다. 이런 기회는 결코 자주 오지 않는 법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우선 대형화되어 가는 금융기관에 대비해 규제 당국자들의 질적, 양적 성장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작은 정부를 선호해서는 안 되고, 필요에 따라 인원도 보충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지나치게 의식하여 공무원 수를 늘리는 데 인색했다. 그렇다 보니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고, 비상시 해결책을 강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반 기업이 생산성 높은 직원들의 육성에 최선을 다하듯, 정부에서도 효율성 높은 공무원들을 육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금융전문 공무원들이 충분하지 않아 금융위기를 일으킨 당사자들을 해결사로 고용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봉착했다.”

“미국 금융위기의 심각성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그간 미국이 각종 전쟁이나 구제금융에 지출한 예산과 현재 금융위기에 쏟고 있는 예산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번의 위기가 있기 전까지 미국의 최대 금융사건으로 기록되어 있는 1980년대 저축은행 파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지출된 비용이 총 1,530억 달러였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2008년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면 2,560억 달러가 된다. 이런 식으로 2008년의 가치로 환산하면 한국전쟁엔 4,540억 달러, 베트남전쟁엔 6,980억 달러, 제2차 세계대전에는 3조6,000억 달러가 각각 소요되었다. 그런데 이 비용을 모두 합쳐도 현재 미국 정부가 금융위기 해결에 책정해 놓은 최대 지출액 7조4,000억 달러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 수치는 미국이 금융위기를 벗어나려고 얼마나 많은 돈을 붓고 있는지, 그리고 금융위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금액을 실제로 지출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금융시장은 자본(Capital)과 신용(Credit)이란 두 바퀴가 안정감(Security)이란 체인(Chain)으로 연결되어 굴러간다. 두 바퀴 중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자전거는 굴러가지 못한다. 또한 체인이 망가져도 굴러가지 않는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연방준비은행과 재무부를 통한 자본이 무한정 공급되었지만 냉각하는 경기 때문에 신용이란 바퀴에 구멍이 났고 사회 전반의 불안감 때문에 체인이 망가졌으니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조금씩 불안감이 걷히고 신용이란 바퀴에 바람이 주입되면서 삐걱거리며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완전히 수리가 안 된 상태에서 주행을 하면 머지않아 또 고장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수리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굴러가는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넘어져 있는 자전거를 보고 낙담할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자전거에 동승할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한 결단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를 조롱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금융위기를 이용할 줄 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보자. 현대자동차를 보자. LG를 보자. 위기는 곧 기회인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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