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학자. 호는 석담. 황해도 웅진 출신. 1944년 일본 와세다대 정외고, 1950년 서울대 불문과 졸업. 1953~87년까지 서울대 교수, 불어불문학회장 등 역임하였다. 까뮈, 사르트르의 『반항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스탕달의『적과 흑』,보들레르의『악의꽃』, 장 폴 사르트르의『문학이란 무엇인가』,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 르나르의『홍당무』, 말로의『인간조건』,『왕도로 가는 길』등을 번역했고, 『불문학산고』,『보들레르 평전』,『프랑스 문학사』등의 저서를 남겼다.
새벽도 되기 전에 어스레한 야음을 더듬으며 떠나는 몸서리 나는 출발. 영혼과 육체의 전율. 어지러움. 가지고 갈 것이 또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 메날크, 출발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인가? 그는 대답한다 - 죽음의 전주곡 같은 맛이라고. 그렇다.
무슨 다른 것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필요 불가결한 것이 아닌 모든 것과 이별을 하자는 것뿐이다. 아아! 나타나엘이여,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을 우리는 떨쳐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마침내 사랑으로 - 사랑과 기대와 희망(이것들이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소유이거늘) - 그득히 찰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헐벗지 못하는 넋이여.
아아! 살려면 어엿이 살 수도 있었을 그 모든 고장들! 풍성한 행복의 고장. 일이 고된 농장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밭일들. 피로. 수면의 무한한 정일(靜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