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는 고객을 이롭게 한다는 서비스정신을 확고하게 믿고 지켜나갔다. 또 우직하게 장기적인 관점을 견지했다. 단순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골드만삭스의 성공 요인은 철석같이 밀고 나간 이 두 가지 핵심 가치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밖에 파트너들이 공동 출자하는 합자회사 형식에서 장기적인 보상 동기가 자리 잡았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p.44
‘탐욕’은 월스트리트에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는 두 번째 살인자다. 하지만 사업을 보는 시야를 5년 뒤로 조준하고 올해 받아갈 성탄절 상여금 따위를 잊어버린다면, 탐욕은 아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p.46
골드만삭스에서는 문화를 매우 신중하게 취급한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채용과정에서부터 회사문화를 챙기는 일이 시작되고, 채용 의사를 확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채용 과정 초반에는 지원자가 회사가 요구하는 지적 수준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해 몇 건의 면접을 치른다. 그다음 면접부터는 장애물에 부딪치는 지원자들이 속출하는데, 이때부터 사람이 ‘적합’한지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내력과 적성을 살피기 위해 지원자들의 진을 빼는 면접 과정이 이어진다. 넘치는 의욕, 조건 없는 헌신, 팀워크정신이 보이지 않는 지원자들은 이내 탈락시킨다. 1980년대에 채용된 지원자들은 서로 다른 수석부장과 파트너 앞에서 적어도 20회 이상의 기나긴 면접을 치렀다.---p.51
1932년 골드만삭스는 기업어음 분야의 주요 경쟁사들을 인수했다. 어려운 시기에도 미래를 낙관하는 과감한 조치였다. 이로써 증서부권으로 사업망을 확장하는 교두보를 다졌다. 이어 얼마 뒤에는 보스턴의 경쟁사 한 곳을 인수해서 남부권의 섬유회사들로 고객 기반을 확장했다. 당시에는 무모한 일로 보였지만 골드만삭스는 바로 이런 결단 덕분에 미국의 기업어음사업을 절대로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훈계했고, 그가 물려준 회사는 그의 말대로 이 사업을 경시하지 않았다.---p.114
골드만삭스가 투자은행업무의 영업 기반을 다지는 데 인수 공격 방어 업무가 발휘했던 가치는 실로 어마아머하다. 프리드먼이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1966년 인수합병업무의 수입은 60만 달러였다. 프리드만이 인수합병 부문을 보이시에게 인계했던 1980년에는 약 9000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1989년에는 3억 5000만 달러로 불어났고, 8년 뒤에는 10억 달러대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인수합병업무는 회사에 이익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었다.---pp.170-171
1985년에서 1989년까지 5년 사이에 골드만삭스는 매년 5억에서 7억 5000만 달러의 이익을 꾸준하게 달성했다. 이 정도면 회사가 달성할 수 있는 이익의 한계치까지 왔다고 생각했던 파트너들도 있었지만, 프리드먼과 루빈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았다. 1989년 12월부터 1991년 3월까지 다섯 분기 중 네 분기 동안 월스트리트 전체가 손실을 기록했고, 1990년 연간 실적으로 증권산업 전체가 1973년 이래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를 포함한 7대 회사의 1990년 손익 합계가 6억 78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골드만삭스는 이 해에 사상 최고의 이익을 달성했다. 프리드먼과 루빈의 지휘 아래 1990년 골드만삭스는 장착한 모든 엔진에 기염을 뿜으며 지난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8억 8600만 달러의 연간 이익을 달성했다. 이듬해에는 이익이 10억 달러를 넘어섰다.---p.265
1993년에는 여러모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새해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눈에는 여러 기자 위험이 분명히 보였다. 골드만삭스의 경쟁자들, 특히 미국의 투자은행들과 국내외 거대 상업은행들이 1980년대에 겪었던 난관에서 상당 부분 회복해 전보다 체력이 강해졌다. 골드만삭스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힘을 내 링으로 올라오는 경쟁자들에 대한 경계의 시선을 풀지 않았다. 언제나 골드만삭스가 제일 애지중지했던 것은 회사의 명성이다. 이렇게 중시했던 명성이 1994년으로 접어들면서 매우 민감한 길목을 지나게 되었고, 경영진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pp.379-380
파트너총회가 열렸던 그날 오후 코진과 폴슨의 말에 귀 기울이고 회사에 남기로 한 파트너들은 회사의 미래와 새로 들어선 사령탑에 대한 믿음 하나로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 당장 최고경영진이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총회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코진은 파트너들에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 우리 앞의 광활한 지평을 보자”고 고무했고, 폴슨은 “우리 함께 이 싸움을 이겨내자”고 호소했다.---p.429
자기자본 단기매매사업을 운영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조직과 문화에 걸친 심리적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골드만삭스는 다른 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 사업을 운영해온 오랜 기간 동안 매매 손실로 인한 타격을 잘 인내했다. 또 현상적으로 아무리 큰 손실이 나더라도 그 기본이 건실하다고 판단되기만 하면, 트레이더를 내치지도 않았고 사업을 접지도 안았다.---p.454
이들은 향후 5년에서 10년 후 회사가 발 디딜 터전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조망하는 임무를 맡았다. 2008년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 것이며, 그 시점에 골드만삭스는 어떤 모양의 회사가 되어 있을지 집중적으로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p.504
이익을 창출할 기본 동력은 무엇이며, 그 힘을 확장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겠는가?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면 이제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인가? 누가 우리의 고객인가? (폴슨은 위원회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은 기업은 경쟁자를 걱정하지만, 위대한 기업은 고객을 걱정한다.” 자기자본매매나 투자에는 얼마나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회사가 자본에 제약을 받고 있는가? 기업 공개로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인가? 사업을 충분히 확대하려면 인수 결제 수단으로 쓸 상장주식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회사 자본이 상장기업처럼 영속적이지 못함에 따른 단점은 얼마나 큰 것인가? 출자자 이탈로 유발되는 자본금 위축에 대한 방어가 필요한가? 기술이 회사의 사업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p.504
기업 공개로 회사의 모든 피고용인들이 경제적 혜택을 입었다. 이들은 5년간 매도가 제한되는 주식으로 전년 보수의 150퍼센트에다 근속년수를 감안한 추가분을 합한 금액만큼 지급받았다. 대다수 사원들의 기대를 넘어선 큰돈이 굴러들어온 셈이었다. 하지만 1년 동안 큰 굴곡을 겪은 뒤에 구경하는 복이어서 그랬는지, 복에 겨워하는 흥분은 안도의 한숨으로 많이 식어 있었다. 골드만삭스 사람들은 그게 어떤 안도의 한숨인지 잘 안다. 회사의 경영진이 13년 동안 씨름했던 커다란 문제가 이제야 과거의 역사에 묻혀 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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