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실에 업무협의를 위해 찾아갔는데 그때 홍보부장이 나를 자리에 앉히고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네 승진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목숨을 걸어.” “그까짓 승진 때문에 목숨을 겁니까?” “아직 멀었군. 이봐, 회사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 “회사는 총성 없는 전쟁터야. 승진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각오로 덤비지 않으면 쉽게 승진하기 어려울 걸세.”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씩 웃는 홍보부장을 향해 어색한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홍보실을 나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웃기는 소리를 한다며 그의 말을 무시했다. 결국 나는 그해 승진에서 떨어지고서 서러운 눈물을 흘린 뒤에야 그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다. 패배자가 되어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는 목숨을 걸고 덤벼서 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 p.19
“그렇습니다. 제가 벌써 차장 7년차입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부장 진급 서열에 들 군번 아닙니까. 부장님께서는 저에 대해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부장님처럼 완전히 비주류입니다. 출신 학교도, 지역도 기댈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부장님께서도 저와 같은 처지였다는 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부장님, 저는 차장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진급할 수 있는 비법을 좀 가르쳐주십시오.” “하하하… 이 사람 이거, 완전히 도둑놈 심보구먼.” “예?” “자네, 회 한 접시에 너무 비싼 정보를 원하는 거 아닌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부장님을 모시려고 제 딴에는 엄청난 용기를 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넉살 한번 좋군. 하지만 이 정도 접대 가지고 한꺼번에 배울 생각은 말게.” --- pp.41~42
혹시 당신은 선물의 함정을 아는가? 선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오래된 관계에서 주고받는 ‘정’의 형태가 있고, 또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하는 ‘뇌물’이 있다. 당신은 그들에게 어떤 종류의 선물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두 번째, 즉 뇌물성 선물을 생각하고 있다면 정말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뇌물의 특징은 받는 사람에게 부담감을 안겨줌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크다. --- pp.66~67
“하나만 묻자. 같이 일하는 직장상사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라고 생각하냐?” “음… 성실함 아니겠습니까?” “좋은 대답이다. 역시 아무 줄도 없는 놈은 대답부터 다르군.” “갑자기 줄이 왜 나와요?” “짱짱한 줄을 가졌다든가 지가 똑똑하다고 자만하는 놈들은 실력이라는 대답을 하곤 하지.” “그렇기도 하겠네요.” “네 대답과 일맥상통하는 얘기지만, 신뢰를 얻으려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해. 어떤 사람도 그런 부하직원은 신임하는 법이야.” “그거라면 제 전공입니다. 어려서부터 그런 것에는 이골이 났으니까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성실함은 기본 중의 기본일 뿐이야.” --- pp.97~98 어느 날 같은 회사에 다니는 대학 선배를 만나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서 선배는 몇 년 전 내가 상사와 말다툼 했던 일을 꺼내며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주었다. 무슨 소리냐고 되묻는 나에게 그는 “술 마신 김에 후배 놈이 불쌍해서 말해준다.”라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회사 내의 평판이 이미 나빠질 만큼 나빠졌다는 것이었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다. 상사와의 말다툼은 분명 상사의 잘못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는데 회사에서는 내가 죽일 놈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분해하는 나를 보고 선배는 괜히 말해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 p.123
상사는 완벽한 사람보다 빈틈이 있는 사람을 도와준다. 상사도 사람이다. 누구나 약자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가진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뭔가 빈구석이 있는 사람을 볼 때 돌봐줘야 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다. 쉽게 생각할 때 모든 면에서 손색이 없고 성격적으로나 실력 면에서 뛰어나야만 상사의 인정과 지원을 받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일을 못하거나 성격적인 약점이나 문제점을 드러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런 것으로 상사에게 찍히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라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