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날마다 눈빛으로, 행동으로, 그리고 말로 표현해준다면 그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요? 또 뭔가 애써서 하고 있을 때 ‘잘했다’, ‘못했다’라는 평가에 앞서서 “이걸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 거네”, “잘 안 되니까 다른 방법을 써보는구나”라고 과정에 집중해 말해준다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게 될까요?
이런 대우를 받고 성장한다면 무엇인가 시도하다가 실패한다고 해도 세상을 다 잃은 듯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게 됩니다. 또 조금 못했다고 해서, 남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자신 스스로를 혐오하지는 않게 되지요.
사실 낮 시간에는 빨리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도 이를 다 챙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걸렸던 감정들을 저 멀리 밀어 넣어놓게 되는데, 이런 감정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누워 있기만 해야 하는 밤 시간이 되면 불현듯 생생하게 되살아나곤 합니다.
이때 이런 복잡하고 말도 안 되는 감정이나 사건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또한 그것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들은 한결 숨통이 트이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돈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밤 시간은 상처받은 영혼이 치유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치유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도 된답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진심으로 마음과 마음이 만나지기만 하면 됩니다.
평소에 아이의 마음이 잘 느껴지지 않고 마음을 읽어주기 어려웠다면 아이의 놀이 시간이야말로 마음을 나누고 공감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비법을 하나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연결 대화법’입니다.
아이가 블록을 쌓다가 잘 되지 않아 던져버릴 때 “왜 던져” 하고 화내지 말고, “에고, 블록이 잘 안 끼워져? 던지는 걸 보니 화가 많이 났네” 등과 같이 아이의 생각과 감정, 행동과 감정을 연결해서 아이에게 말해주세요. 이런 연결 대화법을 잘 활용하면 놀이 속에 나타난 아이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아이의 공감 능력이 향상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잠자기 전 15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닙니다. 이 시간의 목적은 아이의 마음을 잘 위로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숙면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부모 자녀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교훈을 주고 싶다면 그건 낮 시간을 이용하기 바랍니다. 잠자리에서는 아이의 상처나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잘 다독거리고 위로해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 짧고 소중한 시간을 정답 찾기 하는 데 허비하지 말고 “그렇게까지 화가 났단 말이지? 에고야, 이를 어째!” 하고 아이 마음에 공감해주세요. 긴 대화는 잠을 오히려 방해하므로 밤 시간에는 이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세요. 엄마, 아빠와 뭔가 허술한 이야기를 만들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한결 가까워지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또한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달될 수 있습니다. 허술함과 허무함을 기꺼이 즐길 자세만 갖고 있다면 잠자기 전 15분은 아이와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예민한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항상 과잉으로 각성되어 있습니다. 즉, 긴장으로 온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건드려도 날카로운 반응이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잠이 올까요? 투정을 부리는 아이와 대화가 가능할까요? 적어도 잠자기 전 15분을 평화롭게 보내려면 먼저 긴장을 유발하는 자극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적어도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부터는 거실의 조명도 반으로 줄이고, TV 소리도 조금씩 낮추고, 너무 뛰어놀지 않게 해야겠지요. 아직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감각을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 환경부터 조절해주는 것입니다.
불안이나 걱정이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예상한 것 이외의 일이 발생할 때 더 크게 당황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아이의 일상이 규칙적인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 아이들은 낮 시간에 이미 충분히 당황스럽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한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하는 많은 일들이 항상 자기 예상대로 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집에서는 항상 아이가 예상할 수 있도록 일상적인 규칙을 만들어주세요. 밤 8시 50분이 되면 잠옷을 갈아입고, 이 닦고, 세수하고, 함께 데리고 잘 인형을 선택하고, 엄마가 읽어줄 책을 선택하는 등의 규칙을 만들고 매일 이것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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