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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

: 침묵당한 팔레스타인 역사

히스토리아 문디-03이동
키스 W. 휘틀럼 저 / 김문호 역 | 이산 | 2003년 08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3 리뷰 3건 | 판매지수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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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8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601g | 154*226*30mm
ISBN13 9788987608334
ISBN10 8987608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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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키스 W. 휘틀럼(Keith W. Whitelam)
고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연구하는 키스 W. 휘틀럼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으며 영국 스코틀랜드의 스털링 대학교 종교연구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국 셰필드 대학교 성서연구과 교수 겸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극찬한 이 책 『고대 이스라엘의 발명』외 다른 저작으로는 The Emergence of Early Israel in Historical Perspective (1987)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자 : 김문호
감리교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사진가 겸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주로 인문학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그 동안 옮긴 책으로는『신의 전기』『성숙에 이르는 명상』『예수의 전기』『바보들, 순교자들, 반역자들』『설탕과 권력』『평화의 미래』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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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팔레스타인 역사의 실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설령 그것이 성서연구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서양학문의 영역에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이다. 사이드(Said 1985; 1992)는 오리엔탈리즘의 발전에 있어서도 서양의 내러티브에 있어서도 문화와 제국주의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결국 우리가 결여하고 있는 것,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팔레스타인의 역사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대위법적 독해'(contrapuntal reading)이다. 서벌턴 연구(Subultern Studies)는 과거를 교정하려는 인도 역사가들의 시도를 보여주는 가장 주목할 만한 모델로 꼽을 수 있다. 인도 역사가들은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어 왔던 유럽의 식민주의 학문이 만들어낸 내러티브와 경쟁하면서 그들 자신과 자신의 과거를 표상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했다. 근대 팔레스타인의 정체성의 발전과 자결권의 표현은 고대의 과거에 대해서보다는 최근의 일들에 관심을 집중시켜 왔다. '팔레스타인의 역사'는 시온주의 운동과의 투쟁 속에서, 그리고 이스라엘이라는 근대국가의 실현에 반대하는 투쟁 속에서 지난 두 세기와 관련해서만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고대의 과거는 이스라엘의 것이 되어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근대 성서연구가 시작되면서부터 그렇게 제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근대 이스라엘의 학문은 대체로 서양적이고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에서 기록된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와 관련되어 있는데, 그 관점은 고대 이스라엘 역사를 근대국가와 그 국가의 유대인 주민에 대한 고대적 표현으로 파악한다. 성장하는 팔레스타인 내셔널리즘은 인도나 아프리카, 또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내셔널리즘 운동에 버금갈 만큼 과거를 되살리지 못했다. 여기서의 문제점은 '팔레스타인의 역사'에 대한 관념이 근대에 국한되어 있고, 영토의 강탈과 추방에 직면하여 국민적 정체성에 대한 설명을 분절하고자 하는 시도가 제약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고대의 과거를 이스라엘과 서양에 양도해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사이드 편저『희생자 비난하기: 유사 학문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실린「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Said et al., 1988)이라는 결론적인 논문은, 팔레스타인은 "최초의 히브리 부족들이 그 지역으로 이주하기 수세기 전에"(Said 1988: 235) 이미 주목할 만한 문명의 터전이었다는 소견으로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명의 업적과 성격은 단 몇 문장으로 그쳐 버리고, 이스라엘인의 이주시기는 (아래에서 알게 되겠지만 이미 낡아빠진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런 논평도 없이 이스라엘에게 내줘 버린다. 이 책의 저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역사에서 팔레스타인이 아랍과 이슬람 세력에 정복당한 7세기부터 현재까지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엄밀히 말해서 팔레스타인 역사를 되살리고 거기에 목소리를 부여해야 할 시기는 후기 청동기시대부터 로마 시대까지이다. 아사드(Asad 1993: 1)는 서양의 역사가 비서양 민족들의 관점 형성에 압도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비서양 민족들은 "서양의 역사―그러나 서로의 역사는 아니다―를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껴 온 반면 서양인들은 서양 이외의 역사를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나는 고대 팔레스타인 역사가 성서연구의 제약과 한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하나의 생각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 작업은 우리가 서양 학문과 비서양 학문의 서로 다른 시각을 비교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다음에 제시하는 견해들은 성서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지배적인 담론과는 대조적인 견해를 표상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팔레스타인의 시각 또는 비서양적 시각에서 보려는 대위법적 독해의 힘을 결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역설과 아이러니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팔레스타인 역사를 성서연구나 성서연구와 관련된 담론의 여러 제약에서 벗어나 하나의 주제로서 분절하려는 시도들이 여전히 고대의 배제된 과거에 대한 유럽식 표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역사를 보다 완벽하게 규명하고자 하는 어설픈 시도들은 (나는 오늘날 유행처럼 되어 버린 '새로운' 역사라는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희망에 찬 새로운 지평을 열기도 했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 경우, 성서적 역사의 표준적인 접근방식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우리는 그러한 프로젝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단순히 성서연구의 표준적인 접근방식이나 방법론의 미세한 부분이나 조율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교사에 대한 우리의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는 일이다. 성서연구는 역사학·인류학·민족지(ethnography)·경제학에서 맹위를 떨쳐 온 비판적 담론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한편 서양학문의 합리적 결과물이라고 가정되는 것들이 결국은 권력과 관계를 맺은 사상과 단체의 복잡한 네트워크의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 p.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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