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남편이 ‘어느 걸 할래?’를 응용해서, 츠바사에게 “귀지파기, 손톱 깎기, 어느 걸 할래?” 하고 물었다.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츠바사에게 귀지 파기는 손톱 깎기보다 더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손톱 깎기.” 하고 답했다.
대답은 그랬지만 막상 시작하면 얌전히 응할 것 같지 않아서 나는 언제든 아이를 제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츠바사가 얌전히 손톱을 깎는 게 아닌가. 자폐아의 ‘규칙을 준수하는 특성’이 그 상황에서 발현된 것이다. 츠바사는 그런 식으로 여러 번 손톱 깎기를 경험하더니, 곧 익숙해져서 지금은 손톱 깎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1장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이렇게 해결」 중에서
나는 이 방법을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던 경험에서 착안했다. 교실에서 울고 있는 학생이 눈에 띄면 나는 “어디 아프니? 아니면 친구가 괴롭혔니?” 하고 물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츠바사에게도, “어느 쪽이니?”로 접근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손에는 츠바사가 아주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 다른 손에는 거의 마시려고 하지 않는 우유를 들고서 “주스, 우유, 어느 걸 마실래?” 하고 물었다. 츠바사는 바로 주스 쪽으로 손을 뻗었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는 않는 것’을 제시하면 츠바사는 내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선택을 하고 난 뒤에 칭찬받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어느 걸로 할래?”라는 말을 이해한듯 보였다.
다음에 시도한 것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짝지은 경우이다. 감자 칩과 콜라를 제시하면 츠바사는 선택하느라 꽤 고민했다. 최종 목표는 ‘싫어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놓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 「1장 일상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은 이렇게 해결」 중에서
츠바사를 가기 싫어하는 곳에 데려가기 위해서는 출발 전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1 정말로 가야 할 곳인지 잘 생각한다.
2 꼭 가야 할 이유를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3 그곳에 가면 몇 시간 동안 참아야 하는지, 어떤 것을 참아야 하는
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해준다.
4 잘 참아낸 것에 대한 칭찬과 상을 준다.
특히 1이 중요하다. 굳이 아이를 데려갈 필요가 없다면 데려가지 마라. 2와 관련해서는, “머리카락이 길면 눈앞을 가려서 게임할 때 귀찮잖아.” “치과에 가서 이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없애달라고 하자.”라고 말했다. 충치는 달리 방법이 없으니 츠바사도 납득했다. 미용실의 경우는 머리카락이 눈앞을 가리면 게임하기 힘들다고 설득했다. 3을 위해서는 “시계의 작은 바늘이 3자에 갈 때까지.”라는 식으로 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거나, 치과에 가기 전에는 사진을 이용해 치료 순서나 내용을 알려주었다. 내용을 미리 알면 두려움이 줄어든다.
--- 「2장 외출 중에 힘든 일은 이렇게 해결」 중에서
다음 단계는 스스로 “응가!” 하고 말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노팬티와 원피스로 생활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말이다. 팬티와 바지로 돌아갔을 때 “응가!”라고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바지 내리는 데 오래 걸리는 츠바사로서는 그냥 바지에 실례할 수밖에 없었다.
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실례했을 때 그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뒤처리를 얼른 해줄 수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변이 나올 때마다 코 톡톡으로 “응가.”라고 말하게 했다. 연습을 하자 변을 본 뒤 “응가.”라고 말했다. 계속 거듭하다보니 변을 보기 전에도 “응가!”라고 말했다. 아기 변기에 대변을 보는 데 익숙해지고 “응가!”라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자 다시 팬티와 바지를 입히기로 했다. 이때 얼른 벗기기에 알맞은 소재와 디자인을 골랐다.
“응가!”라고 말하면 3초 뒤에는 바지를 내리고 아기 변기에서 대변을 보게 했다. 스스로 벗는 데 능숙해지자 혼자서 벗고 대변을 보는 일도 있었다. 다만 볼일을 마쳐도 스스로 뒤처리를 하지 않고, 스스로 바지를 입지 않았다. 그 뒤로도 가끔 실수는 했지만 대체로 순조로웠다. 앉아서 힘을 주는 데 익숙해진 듯했다.
여름방학에도 훈련을 계속했다. 소변 훈련 때 그랬던 것처럼, 니가타 바닷가로 놀러갔을 때에도 아기 변기를 지참했다. 여행을 가서도 그 친숙한 변기가 있어야 식후에 제대로 대변을 해결했다. 성공률이 거의 100퍼센트에 이르자 다시 변기를 치워보기로 했다.
아기 변기에서 화장실로 옮겨가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앉아서 힘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예상했던 것보다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앞서 소변보기 때 화장실을 이용한 덕분에 화장실 변기에 앉는 데 저항감이 적었던 것 같다. 이 단계까지 오는 데 반 년, 초조해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았던 시간이었다. 힘들고 지쳐갔지만 마지막에 기쁨을 만끽했던 반년이기도 했다.
-- 「4장 혼자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기까지」 중에서
젓가락 과제학습에서는 점토를 한입 크기로 뭉쳐서 점토 상자에 넣어 둔 다음, 그것을 점토 상자 뚜껑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보았다. 점토는 끈끈한 성질이 있어서 젓가락에 잘 붙었다.
처음에는 츠바사 손에 젓가락을 쥐어주고 그 손을 거들어주면서 작업했다. 열 개쯤 남았을 때, 츠바사 혼자 하도록 나는 손을 떼어봤다. 이상하게 쥐긴 해도 아무튼 집어 올리기는 했다. 그리고 차차 혼자 하게 해서, 마침내는 전부 혼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젓가락 잡는 법은 그때그때 올바른 자세를 보여주며 따라하게 했지만, 아직 모방이란 것을 못하던 시기여서 그런지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교정용 젓가락’(젓가락에 고리가 달려 있어 거기에 손가락을 꿰면 올바로 쥐는 자세가 나오는 제품)도 구입해봤지만 손가락을 꿰는 감각이 싫은지 쓰려고 하지 않았다(처음부터 교정용 젓가락을 썼다면 순순히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곧잘 집어 올릴 수 있게 된 뒤로는 한입 크기보다 작게 만든 점토 집어 올리기, 국수처럼 가늘고 긴 것 집어 올리기에도 도전했다. 과제학습에서 젓가락 사용이 능숙해지자 곧 실생활에 적용시켰다. 밥은 어느 정도 끈기가 있어 집어 올리기도 쉬웠다. 츠바사는 처음엔 젓가락을 썼지만, 빨리 먹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숟가락을 발견하면 그것으로 바꿔 들고 와 먹어버렸다. 식욕은 이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 즈음에는 나도 실수에서 배우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숟가락을 전부 숨겨버리자 츠바사도 단념하고 젓가락으로 밥을 먹었다.
--- 「5장 과제학습과 자전거 타기에 도전」 중에서
전철 타기 연습에는 기다릴 때, 탈 때,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서있을 때의 규칙 등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티켓 사기, 개찰구에 티켓 넣기, 티켓 받기, 전철 안에서 조용히 있기 등부터 가르쳤다. 나머지는 조금씩 익혀나갔다.
처음에는 한 구간 타기부터 시작했다. 한 구간을 무사히 다녀오자, 용기를 내서 좀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는 것에 도전했다.
그런데 전철 안에서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츠바사가 도중에 내리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것이다. 세 정거장은 더 가야 하는데 말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졌음을 알았다. 그래서 마침 가지고 있던 공책을 꺼내 역 이름들을 써가며, “이번 역 다음에 세 번째 역에서 내릴 거야.”라고 알 수 있게 일러주었다. 그리고 사탕을 주어 달랬다. 츠바사는 그제야 납득이 됐는지 목적지까지 버텨주었다.
-- 「7장 모두 함께 밖으로 나가보자!」 중에서
‘세 가지를 칭찬하고 한 가지를 부탁한다.’는 내가 정한 기본원칙이다. 부탁을 할 때도 “집에서 쓰는 것인데 어린이집용으로도 만들어봤습니다.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는 식으로 겸손하게 말한다. 츠바사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그렇게 만들어 전달한 것들은 하루 계획표, 벗은 양말 가지런히 정돈하기를 가르치는 카드, 운동회나 기타 행사 때 이용할 수 있는 계획표, 학급별로 수영장을 이용한다는 규칙 훈육 카드 등이 있다. “학급 일을 열심히 돕는 학부모에게는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동료 교사가 있었다. 선생님도 사람이니 감정에 따라 움직일 때도 있지 않겠는가?
-- 「8장 나와 함께 츠바사를 키운 사람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