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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004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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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7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35*195*30mm
ISBN13 9788946417793
ISBN10 89464177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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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제프리 포드 Jeffrey Ford
방대한 사료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문학성과 사실성 있는 장르소설을 탄생시킨 작가! 그는 판타지와 SF, 미스터리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머러스하고 상징적이며 힘이 넘치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1955년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주립대학교 빙엄턴 캠퍼스에서 공부했고, 브룩데일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글쓰기와 초기 미국문학을 가르쳤다. 그는 1988년 첫 장편 『바니타스(Banitas)』를 출간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교사 생활을 하며 단편을 쓰는 데 주력한다. 그러다 1997년 두 번째 장편 『관상학(The Physiognomy)』이 세계환상문학상(1998)을 수상함과 동시에 〈뉴욕타임스〉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되면서 작가로서의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한다. 이후 단편 〈아이스크림 제국(The Empire of Ice Cream)〉으로 네뷸러상을, 『유리 속의 소녀(The Girl in the Glass)』로 에드거 앨런 포상을 받는 등 장·단편의 여러 작품으로 SF와 판타지문학 부문의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고, 『머나먼 저편(The Beyond)』은 워싱턴포스트 2001년 세계최고서적으로 선정되는 등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 같은 ‘순수문학’ 작가들 역시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했다는 것을 예로 들며 “나는 한 번도 판타지 소설과 소위 ‘문학작품’ 사이의 다른 점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포드는 언제나 환상성을 품고 있되, 특정 장르의 틀에 갇히지는 않는 작품으로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역자 : 박슬라
연세대학교 인문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인트랜스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스틱(공역)』『리처드 브랜슨 비즈니스 발가벗기기』『한니발 라이징』『패딩턴 발 4시 50분』『잠깐만, 오드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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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부인은 내 뺨에 입을 맞추려는 듯 가깝게 다가왔다. 그녀가 날 향해 걸어오던 바로 그때, 나는 그녀의 윤기 없는 표정에서 뭔가 내게 익숙한 느낌이 스쳐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입술이 내 얼굴에 가볍게 닿고 그녀가 뒤로 물러나기 직전, 나는 젖은 붓이 캔버스 위를 미끄러질 때만큼 작고 희미하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내가 퍼뜩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이미 한 발짝 물러서 있었다. 얼굴 가득 밝은 미소를 띤 채. --- p.17

예전에 라이더의 한 지인이 내게 라이더가 편지에 보낸 편지 내용을 들려준 적이 있다.
“자벌레가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를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그 끝에 매달려 공중에서 더듬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위해, 무언가에 닿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본 적 있냐는 말일세. 그게 바로 나라네. 발이 닿지 않는 저 너머, 그곳에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고 있지.”
그것이야말로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었다. 안전한 울타리 속에 갇혀 있는 현재의 나를 넘어 예술가로서의 나 자신을 재발견하는 것. 단 하나 두려운 것이 있다면 아무리 멀리 나아간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화가로서의 절정기를 넘어 대단원을 향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숱이 줄어든 머리카락 사이로 휑한 바람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러다 형편없이 실패하고 거기다 뉴욕에서 가장 각광받는 초상화가 중 한 명이라는 지금의 지위마저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하지? --- pp.25-26

“주제넘게 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샤르부크 부인. 어째서 병풍 뒤에서 말씀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당신이 나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죠.”
“부인을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초상화를 그린단 말입니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평범한 초상화를 그리는 데 그런 많은 돈을 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난 부자긴 하지만 바보는 아니에요.”
“불쾌하셨다면 용서하십시오. 하지만 무슨 말씀인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실 텐데요, 피암보 씨. 날 보지 말고 초상화를 그려주세요.” --- p.47

나는 이젤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텅 빈 네모난 공간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그녀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으레 그렇듯 이윽고 그녀가 ‘무(無)’에서 솟아올라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프로테우스였다.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존재. 그녀는 수없이 다른 모습으로 끝없이 변신했다. 나는 심호흡을 한 다음, 얼굴에서 얼굴로, 금발에서 검은 머리로 그리고 붉은 머리로 쉴 새 없이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을 붙들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나 마치 날아갈 듯 빙빙 도는 회전목마에서 언제 내려야 할지 고민할 때처럼, 결과는 참혹했다. --- pp.111-112

귀를 기울이니 바람소리와 빗소리에 섞여 골목길 가득 요란하게 찍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신발을 향해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최소한 백 마리도 넘을 듯한 쥐떼가 살아 있는 담요처럼 무언가를 새까맣게 덮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입에 물려 있던 담배가 밑으로 툭 떨어졌다. 내 날카로운 목소리를 들은 추잡한 짐승들이 후다닥 흩어지면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피는 이미 응고되었고, 얼굴에는 눈 대신 두 개의 커다란 딱지가 앉아 있었다. 흰색이라던 옷은 피가 말라붙어 벽돌색으로 변색된 탓에 원래의 색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뱃속에서 올라오는 토기를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뿐이었다. --- pp.145-146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그녀의 환영은 계속해서 나를 쫓아다녔다. 하루 종일 나는 에디슨이 발명한 활동사진처럼 사방에 투영되는 그녀의 환영을 보았다. 어깨 너머 면도용 거울 속에서, 거실에서, 그리고 매디슨 애비뉴를 활보하는 행인들의 머리 위에서. 진짜로 그녀의 모습이 떠다녔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수사적으로 과장해서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 그 중간쯤이라고 해야 할 터다. 사만다가 옳았다. 샤르부크 부인은 태양이 지구를, 그리고 지구가 달을 지배하는 것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홀린 나머지 마음의 눈으로 본 그녀의 환영이 분명 그녀의 실제 모습이라 자부하고 있었고 그날 오후 업타운으로 가는 내내 날아갈 듯이 의기양양해 있었다. --- p.262

“피암보, 당신 안에는 우주의 지식이 있습니다. 셴즈와 나도 마찬가지고요.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는 이미 당신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것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기만 하면 됩니다. 계약이나 돈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당신 자신만을 ?해 그림을 그린 게 언제인가요? 혹시 당신은 내가 앞서 말한 장벽을 벽돌로 쌓아 올리듯 붓질을 쌓아올리지는 않았습니까? 붓질을 할 때마다 당신 영혼 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찾아냈나요? 미켈란젤로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조각이란 돌이 품고 있는 형상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요. 그는 이미 인간의 형태를 담고 있는 대리석을 선택한 것뿐이었죠.”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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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럽고 신비로운 소설, 판에 박힌 진부함 따위는 없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차이나 미에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의 저자)
“펜에 잉크 대신 경이로움을 이용하는 작가, 제프리 포드! 그는 독자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오!’라는 감탄사를 지르게 만든다.”
조너선 캐롤 (『웃음의 나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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