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철따라 맺는 열매와 같아서 누구나 그 열매를 거둘 수 있고
거기엔 제한이 없습니다. 누구든지 묵상을 통해서,
기도와 희생으로 농축된 내적 생활을 통해서 이 사랑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이런 삶을 살고 있습니까?”--- p.163
자비심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폭탄이나 총을 사용하지 맙시다. 사랑과 자비심을 이용합시다. 평화는 미소로 시작되는 것입니다. 도무지 미소 짓기 힘겨운 사람에게라도 하루 다섯 번 미소 짓도록 애쓰십시오. 평화를 위해 이 일을 하십시오. 우리는 하느님 평화의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 됩시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 안에 있는 미움들을 이 빛으로 몰아내고 사랑만을 가져오도록 합시다. --- p.21) 모든 것이 발전된 이 시대에 세상은 급변하고 모두들 마구 서두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이 길 위에 무참히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돌보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 p.22
침묵
어제는 가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겐 오늘이 있을 뿐입니다. 자, 시작합시다. --- p.26
마음이 다른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하느님의 그 음성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침묵 속에 들으십시오. 마음이 고요한 가운데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면 그 마음은 이미 하느님으로 채워진 것입니다. --- p.28
희생
사랑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희생, 특히 자기 희생으로 양분을 취해야 합니다. 고통은 고통 자체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그리스도의 수난과 함께하면 경이롭고 아름다운 선물, 사랑의 표정이 되기도 합니다. --- pp.52~53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사랑에 굶주려 그분은 그대를 바라보십니다.
친절에 목말라 그분은 그대에게 구걸하십니다.
충절에 헐벗어 그분은 그대에게 희망을 거십니다.
그대 마음 안에 머물 집이 없어 그분은 간청하십니다.
그대는 그 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습니까? --- p.63
가장 가난한 사람
방관은 가장 두려운 가난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어디에든 있지만 가장 가난한 사람은 사랑받지 못한 사람입니다. --- p.74
우리 아버지시여
우리 수녀들이 하는 일들이 그리 의미 있어 보이지도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는 막막한 일에 구속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수녀들이 오직 한 사람만을 도왔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일할 이유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 p.113
어서 와 경배 드리세
하느님께서 매일 우리의 청중이 되어 들어주시는 그 시간은, 하루 일과 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 p.115
오, 고통받으시는 예수님
오늘 그리고 매일 앓는 이들 안에서 당신을 보게 하소서.
당신을 섬기듯이 그들을 사랑으로 봉헌하게 하소서.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노, 범죄, 정신이상의 모습으로 위장해 오실지라도 제가 당신을 알아보고 고백하게 하소서.
“고통받으시는 예수님, 당신을 섬기는 일은 그 얼마나 감미롭습니까!”라고. --- p.117
“마더 데레사를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해. 난생 처음으로 새벽 미사를 드리게 됐어. 너도 알지? 겨울 콜카타의 새벽은 정말 캄캄하고 춥잖아. 마더 하우스(〈사랑의 선교회〉 본부 수도원)의 예배당은 몸이 덜덜 떨릴 만큼 추웠어. 잠시 후 수녀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마더 데레사께서 들어오셨지. 등은 굽으시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셨어. 그때 들었던 생각이 뭔지 알아? 아, 저렇게 작고 늙은 할머니였구나! 하는 생각이었어.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마더 데레사의 발로 눈길이 내려갔어. 그 순간,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았어. 왜 사람들이 그분을 ‘살아 있는 성자’라고 불렀는지, 그 이유를 그 순간에 알게 됐어. 그 갈라지고 뒤틀린 발을 보는 것으로 충분했어. 마더 데레사의 발은 내가 그때까지 보았던 그 어떤 사람의 발보다 가난한 발이었어.” --- pp.126-127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어. 내 머리에 얹혔던 그분의 손에서 내 몸으로 흘러들던 그 따뜻한 온기를. 그리고 내 머리에서 발끝까지 퍼져 나가던, 그 설명할 수 없는 힘을. 정말로 신비로운 경험이었어. 몸 안에 에너지가 가득 채워지는 그런 느낌, 상상할 수 있겠지? 그 다음부터 힘들 때면 언제나 마더 데레사 앞에 머리를 숙였어. 마더 데레사는 언제나 내게 축복을 내려주셨고, 그 축복의 힘으로 신나게, 씩씩하게 환자들의 똥오줌과 피고름을 닦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었어.”--- p.128, 시인 조병준이 만난 마더 데레사, 〈평화의 미소〉중에서
비굴함과 원망이 섞인 표정보다는 부드러운 미소와 평온함을 지니고 있던 그 골목길의 가난한 이들도 잊을 수 없다. “도심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서 온종일 울어대는 까마귀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온갖 소음과 공해 속에서 일, 명상, 기도를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마더 데레사는 “워낙 오래전부터 습관이 되어 괜찮다.”고 대답하셨다. --- p.137~p.138) 문득 하얀 홑이불에 감겨 있는 어떤 외로운 주검 하나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나는 거리에서 짐승처럼 살아왔으나 이곳에 와서 천사처럼 죽어갑니다.’라고 그 또한 고백할 수 있으리라. --- pp.140-141, 이해인 수녀가 만난 마더 데레사, 〈소중한 만남〉중에서.
이제 당신은 멀리 계셔도
저는 가까이 듣습니다.
“우리가 깊이 기도할 땐 영원을 만난다.”는
그 말씀을 깊이 새기며
콜카타의 아침 해처럼 가난한 이의 마음에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 p.148, 콜카타의 아침 해처럼(이해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