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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의 누구인가

그대는 나의 누구인가

오늘의 시선집-3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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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82g | 148*210*30mm
ISBN13 9788997180738
ISBN10 8997180738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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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배


너는
한순간 부푼 바람이었나

정갈한 아침
맑고 깊은 소리
들려온다

뒤뜰에 붉게 핀
홍매화 가지마다
새로운 사랑이 되어
고웁고도 잔잔히 밀려든다

꽃샘추위에도
너의 어깨엔 여전히
그리움이 웅크리고 있다

나를 읽고 있는 추억들
톡톡 터지면
유난히 깨끗한 숨결로 피어나는 너.



나의 아버지

- 김숙희

가늘게 휘는 바람
팽팽하게 잡아당겨
품새 쭉쭉 펼친 봄

기지개 켜자
비로소 녹은
가슴속 응어리

뒷걸음치던 세월 곁에
미끄러지듯
어린 시절 펼치고

도란도란
웃음꽃 피우던
그리움 핥으면

여운 속에
스멀대는
빛바랜 회한들

추억의 새 가지
흔들어
습기 말리고

구슬픈 미련에도
넉넉히
포옹한다.



소낙비

- 김영순

그리움이 어깨 짓누르면
추억 몰려와 하늘은 비상 상태
긴장의 휘파람 소리 신열 앓는다

불현듯 안달이 나면
경계 없는 허공 허리에 감고
헛발질해대며 한꺼번에 반동을 일으킨다

무심한 기억의 파편들이
몸살 난 버거움을 뚝뚝 떨어뜨린다

다가설 수만 있다면
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으로
후두둑 후두둑 직선 내리 긋는다

덕지덕지 꿰맨 자국 겹겹이 쌓인 한을 쏟아내며
오감 흔들어대는 음표로 심장에 꽃불 통통 튀기며

호박잎 부딪히는 소리 기웃거리며 숨죽이다
야릇이 옷고름 물고
붉게 열꽃 솟는다

박음질한 시간 헹구면
갈증에 남은 연민 덧칠한다

한바탕 달뜬 설렘으로 밀착이다
뚝 그쳐 버린 미완성 소나타
아쉬움의 푸른 향기로 남는다.



아리랑

- 최세환

달빛 풍요로워 깊은 밤
말발굽 소리 서러움 누비질한다

말 등에 올라 도래질한 한숨
꼭꼭 삭힌 슬픔 훑어 깊은 샘 메꾼다

옷고름 매무새로 흘러가는 저녁
홰 치는 닭 울음에
치떠는 숨소리 바삐 헉헉거린다

아침 햇살이
여인의 손끝 머물러
기어이 빨간 끝동 대어 감침질한다

말고삐 잡고 계절 달래던
꽉 찬 서러움도
아픈 무릎도
감싸 안은 흙무덤 되어
산자 봉우리에 훠이훠이

삽날 세워 써레질하고
알알이 잘 여문 고개 넘던
그 소리 그 모습

동지섣달 내리는 눈발 바라보며
바리안베 한 필 접어 바리때 담던 쪽머리
휘감치는 소리 달달달 밤을 풀어
유똥 치마저고리 부화시킨다

거들지 매단 옷소매 하늘 향해
훨훨 펼치던 울 엄니
한 마리 말발굽 소리만 물고 새벽을 날아간다.



금오도

- 박덕은

수천 년 철썩철썩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묵언 수행한 섬은
종교다

최초의 말씀이
뻘밭의 간기 머금은 등고선 사이로
촘촘히 박혀 있어
믿는 자들은 누구나
엄숙히 허리 굽혀
우비적우비적 캐야 한다

점자책 같은 자갈밭길 더듬거리며
교리를 이해하려는 추종자들이
뭍의 소란함 뒤로하고 이곳으로 모여든다
포교는
늘 일탈을 꿈꾸는 표정들로 퍼져 나간다

꼬박꼬박 하루에 두 번
살그랑살그랑 붉어지는 물마루도
여기서는 특별한 경전이 된다

제멋대로 자라난 울음도
가벼이 잦아들 수 있다는 듯
너럭바위는
뜨겁고 차가운 발바닥을 위로 향하고
가부좌로 앉아 있다

갈바람통 전망대 앞바다에서
상괭이들은 짐짓 설파하듯
살아서도 죽어서도 똑같다는 미소를 지으며
치솟는다

아슬아슬한 나날로 애달팠던 웅웅거림들이
뭉텅뭉텅 사라지고
섬처럼 맑아져 가는 사람들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비렁길 그 어디쯤에서
바람이 거룩한 문서 같은 갯내음을 넘기자
갈매기들은 오래 읽어 환한 성스러움 한 구절씩 물고
해안선 따라 날아오른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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